[SPO 인터뷰] "호날두, 정말 매너 좋은 선수였다" 호날두에게 공손한 항의 받은 한국인 주심의 소감 "본인 플레이에만 집중하더라"

[스포티비뉴스=장하준 기자]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한 뒤,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라운드에서 본 세계적인 선수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알나스르는 지난달 23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자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ACL2) 4강에서 알아흘리(카타르)에 5-1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알나스르는 ACL2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알나스르는 이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필두로 킹슬리 코망, 사디오 마네, 주앙 펠릭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앞세웠다. 아시아팀답지 않은 전력을 과시하며 국내 축구 팬들의 시선도 이 경기에 쏠렸다.
그런데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인물이 경기에 등장했다. 주인공은 바로 대한축구협회 소속이자, 이번 시즌부터 K리그1 경기를 관장하는 최현재 주심. 최현재 주심은 장종필, 천진희 부심과 함께 이날 경기를 관장했다.
최현재 주심은 경기 내내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기 초반부터 알아흘리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에 호날두가 뒷짐을 지고 최현재 주심에게 공손히 항의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최현재 주심은 알나스르의 득점을 취소하기도 했으며 슈퍼스타들이 대거 출동한 경기에서 명확한 판정을 이어가며 경기를 무난히 마무리했다.
이처럼 호날두와 한 그라운드에 서는 특별한 경험을 한 최현재 심판은 스포티비뉴스와 통화 인터뷰에서 경기 뒷이야기를 전했다.

최현재 심판은 먼저 알나스르 경기에 배정됐을 당시의 심정을 언급했다. 그는 "원래 알나스르의 8강 2차전에 배정이 되어 있었는데 중동 국제 정세로 서아시아가 단판 토너먼트로 바뀌었다. 그래서 원래 배정이 취소가 된 후,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그리고 한국 심판진이 8강을 주관할 후보에 올랐다. 그런데 다른 국가의 심판진 두 팀이 8강에 배정됐고, 4강 진출팀이 결정되면서 우리가 선택을 받았다"라며 알나스르 경기를 주관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알나스르에는 팬들도 다 아시는 유명한 호날두를 비롯해 코망, 마네 등이 있었다. 또 상대팀 알아흘리에는 독일 국가대표 출신의 율리안 드락슬러가 있더라. 이런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서는 것이 기쁘기도 했지만,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게다가 ACL2 4강이라는 무게감 있는 경기다 보니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라며 당시 다짐했던 각오를 말했다.
최현재 심판은 이 같은 각오와 함께 경기에 임했다. 그런데 최현재 심판이 마치 시험대에 오른 것처럼, 이날 경기는 정신없는 상황이 쏟아졌다. 골은 무려 6개나 나왔으며, 두 팀은 라인을 높게 끌어올리고 공격적인 전술을 펼쳤다. 또한 코망과 마네 등은 속도감 있는 축구를 선보였고 페널티킥과 골 취소까지 나왔다.

최현재 심판 입장에서 어려운 경기였을 법도 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보통 후반전부터 경기 템포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경기 초반부터 알아흘리의 페널티킥이 나왔고, 전반 중반에는 알나스르의 득점이 온필드 리뷰로 취소됐다. 정말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두 팀은 상대 공간이 벌어지자마자 롱 킥이나 패스를 하더라. 정말 템포가 빠른 경기였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특별한 일화도 함께 전했다. 최현재 심판은 "경기 후 코망이 해트트릭을 해서 볼을 가져가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볼을 주면서 사진도 한번 찍었다"라며 "경기를 잘 마쳐서 다행이었다. AFC에서 우리 한국 심판진에게 좋은 평가를 내려줬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호날두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최현재 심판은 호날두가 뒷짐을 지고 어떤 항의를 했냐는 질문에 "알나스르 진영에서 페널티킥이 나왔다. 그런데 호날두가 최전방에 있다 보니 무슨 상황인지를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더라. 항의는 아니었다. 그냥 왜 페널티킥이 나온 것인지 물어봤고, 나에게 약간의 아쉬움을 표했다. 크게 항의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VAR에서 체크가 완료됐다고 했더니, 바로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적인 선수는 다른 것 같았다. 경기 전반적으로 판정에 대한 항의는 없었다. 대신 동료들을 컨트롤하고 플레이에만 집중하더라.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느꼈다. 굉장히 매너있는 선수였다"라며 회상했다.

다음으로 최현재 심판은 이번 경기에 국제심판으로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자 "먼저 작년에 U-17 월드컵을 다녀온 게 좋은 경험이 됐다. 이어 꾸준히 심판 교육을 받는데, 이것이 좋은 밑거름이 된 것 같다. 또 경기에 함께 나선 장종필, 천진희 부심과 많이 소통하면서 실제 경기에 큰 도움이 됐다. 김종혁, 고형진 선배 같은 분들이 국제 대회에서의 길을 잘 닦아주셔서 아시아 내에서 한국 심판의 이미지가 좋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영상을 보고 분석을 하면서 노력한다. 여기에 더해 AFC에서 국제심판을 하셨거나, 지금 심판 평가관을 하시는 선배님들께서 해주신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성도 함께였다. 최근 한국 심판들은 주무대인 K리그에서 팬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최현재 심판은 "K리그에서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심판들의 잘못이 있고, 신뢰가 더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주심들은 그라운드 내에서 경기를 관장하다 보니 자신만의 시각에 갇힐 수가 있는데, 부심이나 대기심과 많이 소통하면서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겠다"라며 더 나은 모습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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