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이스피싱 ‘해외 몸통’ 집중 검거하니… 피해액 45% 줄어

전남혁 기자 2026. 5. 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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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원 체포 넘어 윗선 직접 타격
총책-관리책 검거 올해 3배 증가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 강화 주효
노쇼 사기-투자 리딩방은 더 기승
올 들어 3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넘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하부 조직원 검거를 넘어 해외 거점의 ‘몸통’을 직접 타격하는 방식으로 수사 패러다임을 전환한 결과다. 다만 전통적 보이스피싱이 위축된 자리에 ‘노쇼 사기’나 ‘투자 리딩방’ 등 신종 사기가 비집고 들어오면서 풍선 효과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 보이스피싱 윗선 치니 피해 1400억 줄어

지난달 29일 태국 방콕의 한 임대주택을 급습한 현지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벌이던 한국인 11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한국 공무원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됐으니 결백을 증명하려면 돈을 보내라”는 식으로 국내 피해자의 돈을 뜯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된 피해액은 약 30억 원 규모였다. 태국에 파견된 우리 경찰 협력관이 1월 말 관련 첩보를 입수한 뒤 현지 경찰과 협조해 거점을 특정한 결과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런 공조 작전 덕분에 올해 1분기(1∼3월) 보이스피싱 피해는 1702억 원으로 전년 1분기(3116억 원)보다 4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 발생도 5878건에서 3422건으로 41.8% 줄었다.

이는 검거 인원의 ‘질적 변화’ 덕분으로 풀이된다. 전체 검거 인원은 지난해 6218명에서 올해 6904명으로 11.0%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조직의 총책과 관리책 등 윗선 검거는 70명에서 3.3배인 232명으로 늘었다. 구속 인원도 275명에서 439명으로 1.6배가 됐다. 하부 조직원 수십 명을 입건하는 것보다 범죄 설계자인 윗선 1명의 신병을 확보하는 게 범죄 억제에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부터 약 1년간 캄보디아와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거점을 두고 보이스피싱으로 한국인 368명으로부터 516억 원을 뜯어낸 일명 ‘송민호파’ 25명도 현지에서 검거됐는데, 이 중 10명이 윗선이었다. 문병구 충남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2계장은 “과거엔 해외 조직원들의 거점을 파악해도 검거까지 여러 달이 걸렸지만, 최근엔 그 기간이 1, 2주 정도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 해외 조직도 2주면 검거… 풍선 효과 주의해야

이는 캄보디아 대규모 스캠(사기) 범죄 사태 이전 3명에 불과했던 현지 파견 경찰 인력이 지난달 기준 13명으로 늘어나는 등 국제 공조 인프라가 강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정수온 경찰청 동남아시아공조계장은 “과거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면, 이제는 현지 수사당국과 직접 실시간으로 첩보를 주고받는 식으로 공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도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에 파견된 대검찰청 소속 검찰수사관은 지난해 필리핀 이민청의 수배자 추적대(FSU)와 공조해 현지 정보원을 가사 도우미로 가장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투입하는 등 합동 작전을 벌인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합동수사부는 국내 피해자에게서 1억3000만 원을 뜯어낸 이들 조직원 4명을 지난달 28일 구속기소했다.

이에 따라 사기 범죄로 국내에 송환된 피의자는 2024년 383명에서 지난해 480명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3월까지 264명으로 이미 지난해 절반을 넘어섰다. 문 계장은 “최근 송환된 ‘마약왕’ 박왕열(48)처럼 현지 총책을 신속히 국내로 압송하면 추가 범행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이스피싱 조직 윗선이 압박받자 사기 범죄는 더 정교하고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을 사칭해 물건을 대량 주문한 뒤 대금을 가로채는 노쇼 사기 피해액은 지난해 6월 104억 원에서 올해 1월 209억 원으로 반년 만에 2배가 됐다. 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도 속출하고 있으며, 범죄 조직은 ‘보복 대행’ 등 신종 범죄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범죄 수법이 교묘해질수록 피해를 막으려면 도로에서 ‘방어운전’을 하듯 시민의 경각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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