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독미군 감축 현실화땐, ‘주한미군 역할 변화’ 트리거 될수도
韓-日 미군도 전략적 유연성 확대… 동맹에 더 많은 안보부담 지울 우려
주한미군사령관 “숫자보다 능력”
北-中-러 위협 대응 ‘킬웹’ 언급… 韓에 ‘전력 유지-정비 허브’ 구상도

● 브런슨, 주한미군 유연성 확대 거듭 언급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28일 공개된 일본 영자지 저팬타임스 인터뷰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의 안보위협에 맞서 한국, 일본, 필리핀의 군사력을 연계하는 ‘킬 웹(kill web)’ 구상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21, 22일 미 상·하원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도 한국을 인도태평양 내 미군 전력의 유지·정비·보수(MRO)를 맡는 ‘권역 지속지원허브(RSH)’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지난해 8월에는 주한미군의 ‘숫자(numbers)’가 아니라 ‘능력(capabilities)’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또 석 달 후인 지난해 11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성명에선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표현이 5년 만에 삭제됐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 등을 두고 미국이 유사시 주한, 주일 미군의 역내 분쟁 투입 등 전략적 유연성 강화 기조를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방어는 한국에 맡기고,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대중 견제를 위해 약 2만8500명 규모인 주한미군 병력을 줄이고, 첨단 무기와 공군력 중심으로 재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동맹의 변환(Transformation)’이 트럼프 2기 들어 본격화하는 과정”이라며 “특정 지역에 붙박이 형태로 머무는 군대 대신, 필요에 따라 전 세계 어디든 신속히 이동하는 형태로 바꾸겠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30일 “한미 간에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주한미군의 주요 임무는 우리 군과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갖춰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하고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 트럼프, 이란전 비판한 메르츠에 격노
트럼프 대통령은 올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뒤 나토 회원국은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 등에도 이란이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위한 파병을 요청했다. 이 요청이 사실상 거부되자 강하게 반발하며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 와중에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줄곧 이란 전쟁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달 27일 “미국이 전략 없이 전쟁에 들어갔다”고 직격했다.
그러자 이란 핵 능력 억제를 들어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 “메르츠 총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게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받아쳤다. 이후 주독 미군 감축 가능성까지 예고한 것이다.
독일에는 미군 유럽사령부(EUCOM) 본부,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본부, 람슈타인 공군기지, 미 본토 밖 최대 규모의 의료센터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대(對)러시아 견제를 위한 정치·외교적 상징성도 크다. 또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에 그 비중과 역할이 더 커졌다는 평가도 많다. 이에 실제 주독 미군 감축이 추진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져온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의 위기 신호로도 인식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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