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집어 던졌던 '꽈당' 오스틴의 눈물, 동료들이 닦아준 '기적의 8회' [유진형의 현장 1mm]

유진형 기자 2026. 5. 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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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의 안타 하나에 지옥에서 천당으로... 야구는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스포츠
LG 오스틴이 자신의 실수로 동점 찬스가 무산되자 헬멧을 던지며 자책하고 있다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수원 유진형 기자] 전광판에 새겨진 점수보다 더 뜨거웠던 것은 한 선수의 진심 섞인 자책과 이를 감싸안은 팀워크였다.

30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는 야구가 왜 기록 이상의 드라마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사건은 8회초에 벌어졌다. 3-5로 뒤지던 LG는 천성호와 오스틴의 연속 안타로 무사 2.3루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이어 문보경의 좌전 안타가 터졌고, 3루 주자 천성호가 홈을 밟았다. 잠시 후 2루 주자 오스틴도 동점 득점을 위해 거침없이 홈으로 쇄도했다.

홈으로 쇄도하던 LG 오스틴이 동점 찬스에서 넘어지고 있다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LG 오스틴이 자책하고 있다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나왔다. 홈으로 향하던 오스틴이 스텝이 엉키며 비틀거렸고, 꽈당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결국 그는 런다운에 걸려 허무하게 아웃됐다. 동점을 만들 수 있었던 결정적인 기회가 자신의 실수로 무너지자, 오스틴은 그라운드에 대자로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힘없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오스틴은 우리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분을 참지 못한 듯 헬멧을 내동댕이쳤고, 이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였다. LG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칭송받으며 언제나 팀의 중심에 섰던 그였기에, 자신 때문에 흐름이 끊긴 상황이 감당하기 힘든 무게로 다가온 듯 보였다.

동료들에게 미안해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던 오스틴이었다. 거의 울음 섞인 표정으로 자책하던 그를 살려낸 건 다름 아닌 팀의 유대감이었다.

오스틴의 실수를 지워버린 건 캡틴 박해민이었다. 2사 2루 상황서 박해민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천금 같은 적시타를 때려냈다. 오스틴이 그토록 바랐던 동점의 순간이 동료의 손에서 완성된 것이다.

LG 오스틴이 홈을 밟은 문보경을 축하하고 있다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어진 찬스에서 구본혁의 역전 안타까지 터지자, 더그아웃 분위기는 반전됐다. 홈으로 들어온 문보경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여전히 눈시울이 붉어진 오스틴이었다. 그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문보경을 꼭 껴안으며 축하를 건넸다. 혼자 짊어지려 했던 패배의 짐을 동료들이 기꺼이 나누어 짊어진 순간이었다.

결국 9회말 무사 1, 2루의 절체절명 위기까지 넘긴 LG는 6-5 한 점 차의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패배의 낭떠러지에서 확인한 LG의 유대감과 신뢰는 원정 응원을 펼친 LG 팬들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날 오스틴에게 수원 야구장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였다. 자신의 실수로 자칫 패배의 원흉이 될 뻔했던 밤, 동료들은 안타와 득점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오스틴에게 이번 승리는 단순한 1승 그 이상의 의미일 것이다. 내가 넘어져도 뒤를 받쳐줄 동료가 있다는 믿음, 그것이 오늘 LG 트윈스가 수원의 밤하늘 아래서 확인한 가장 값진 수확이었다.

[자신의 주루 실수로 동점 기회를 놓친 LG 오스틴이 자책하고 있다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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