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커플서 삼공주 엄빠로… “아이들 수다소리에 행복해요”

표태준 기자 2026. 5. 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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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이태영·김동녘 부부
지난 28일 충북 충주시에 있는 한 교회 앞에서 이태영(맨 왼쪽)·김동녘씨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엄마 이씨 품에 안긴 아이가 첫째 아인이고, 둘째 아엘(가운데)이와 셋째 아림(맨 오른쪽)이는 아빠 김씨 팔에 매달렸다. /신현종 기자

‘인간은 계획하고, 신은 웃는다’라는 서구권 속담처럼 세쌍둥이 자매 아인·아엘·아림(3)이는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이태영(34)·김동녘(46) 부부를 찾아왔다. 목사인 김씨는 2017년 교회에서 교인이던 아내 이씨와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4년여 동안 자녀가 생기지 않았고, 부부는 2023년 초 김씨의 신학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은 출국을 몇 주 앞두고 부부에게 삼둥이를 안겼다.

아내 이씨가 “하나님 뜻에 한번 맡겨보자”며 큰 기대 없이 시도했던 시험관 시술이 단번에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수월하게 성공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아내가 갑자기 하혈을 해 시험관 시술에 실패해 유산한 줄 알고 응급실로 허겁지겁 달려갔다”며 “그런데 의료진이 세 쌍둥이를 임신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부부가 함께 미국으로 가려던 계획은 어그러졌다. 아내 이씨는 “지금이 아니면 남편이 공부할 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혼자 가라고 했다”며 “임신했을 때 친정에서 지내며 두 동생이 저를 알뜰살뜰 돌봐줘 남편의 부재가 크지는 않았다”고 했다. 남편 김씨는 이때부터 지금까지 3개월 단위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다태아 산모는 대부분 고혈압 등 임신 중독증을 앓으며 임신 말기 거동이 어렵다. 그런데 이씨는 입덧이 조금 심했을 뿐 아무런 잔병치레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임신 말기에도 혼자 걸어 다닐 정도로 건강했다. 이에 병원에선 제왕절개가 아닌 자연분만을 추천했다고 한다. 산모 회복이 빠르고 합병증 가능성도 적기 때문이다.

이씨는 출산 예정일 3주 전부터 병원에 입원해 자연분만을 준비했다. 그러나 신은 또 이 계획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연분만은 했지만, 이씨는 과다 출혈로 응급 수술에 수혈만 6팩을 받는 등 생사를 오갔다. 남편 김씨는 “출산이 끝나고도 7시간가량 수술과 치료를 받고 나온 아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부터 났다”고 했다. 하지만 이씨는 “결국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지 않느냐. 삼둥이를 위해서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며 웃었다고 한다.

이렇게 일란성인 첫째 아인과 둘째 아엘, 이란성인 셋째 아림이 태어났다. 다태아는 대부분 동맥관 개존증(동맥관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고 열려 있는 것) 등 질환을 하나씩 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모두 별다른 질환 없이 건강했다. 육아는 이들이 사는 충북 충주로 남편 김씨의 부모님이 이사를 와 도와주고 있다. 김씨 역시 미국에서 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곧장 귀국해 육아에 전념했다.

아내 이씨는 “아이들이 신생아 때 배앓이가 심해 끊임없이 울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다는 마음에 속상했다”고 했다. 이씨는 출산하며 겪은 고통 때문에 무릎에 물이 계속 차고 손목뼈도 어긋나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손짓 한 번, 미소 한 번이 이 부부를 견디게 한다. 김씨는 “외출 준비를 하는데 아이가 와서 같이 나가자고 그 작은 손으로 제 손을 잡더라”며 “작은 기쁨의 순간들이 모여 우울감을 씻어냈다”고 했다. 이씨는 “아침이 되면 아이들이 침대에 올라와 ‘엄마 잘 잤어’라고 웃는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삼둥이가 말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집 안은 딸들의 조잘조잘대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고 한다. 첫째 아인은 엄마가 아프다고 하면 ‘호호’ 바람을 불고 따라다니며 간병을 하는 통에 ‘사랑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둘째 아엘은 틈날 때마다 스스로 러시아 음악가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틀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발레를 흉내 내는 예술가 기질을 가졌다. 셋째 아림은 키가 제일 큰데 언니들이 괴롭히고 장난감을 빼앗아도 마냥 참으며 내어주는 순둥이라고 한다.

부부는 마치 자신들의 계획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던 임신·출산·육아의 시간이 결국 자신들을 더욱 성장시키는 밑거름이었다고 했다. “아이들의 눈동자에 비친 제 모습, 사랑이 담긴 말 한마디를 통해 제가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낀다”며 “저의 부모님과 이웃의 삶을 이해하게 되며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부부는 국가에서 아이 돌봄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성평등가족부의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며 육아 부담을 크게 줄였지만, 지방이라 인력이 적고 돌봄 난도가 높은 삼둥이인 탓에 처음엔 돌보미 선생님을 구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삼둥이 엄마들끼리 모인 커뮤니티에서 돌보미 선생님을 몇 달째 구하지 못해 고민이라는 얘기가 늘 나온다”며 “정부에서 돌봄 걱정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출산 극복의 핵심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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