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놀이터〉어린이날 지나면 셧다운 위기… 패밀리랜드 ‘잔인한 5월’

정성현 기자 2026. 5. 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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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패밀리랜드1〉
오는 6월 위탁 종료 앞두고 5월 초 재공모
33년 광주·전남 대표 놀이공간 ‘공백 우려’
입장객 감소·노후 시설·민간 위탁 한계 등
통합특별시 앞두고 향후 청사진 없이 표류
가족과 함께 광주 북구 패밀리랜드를 찾은 어린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남일보DB

"입구 패밀리열차부터 씽씽보트까지, 제가 10살 때 왔던 기억과 지금 풍경이 거의 같아요. 아쉽긴 해도 아이들과 올 만한 곳이 여기뿐이잖아요. 없어지면 안 되죠."

어린이날을 앞둔 광주 북구 우치공원 패밀리랜드. 청룡열차 앞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줄을 섰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지만, 이 풍경이 다음 달에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오는 6월 민간 위탁이 끝나면 새 운영자가 정해지지 않는 한 운영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는 이달 초 패밀리랜드 신규 운영자 선정을 위한 재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계약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여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투자 유치와 운영 방안 논의가 이어졌지만 정식 투자 제안서는 접수되지 않았다. 현 운영사도 추가 투자 없이 운영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패밀리랜드는 1991년 개장 이후 33년간 광주·전남 지역의 대표 가족 여가 공간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시설 노후화와 이용객 감소, 민간 위탁 구조의 한계가 겹치며 존속 여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기된 '운영 위기'는 이제 실제 운영 공백 가능성으로 이어진 상태다.

입장객 감소는 수치로 확인된다. 연간 입장객은 2022년 38만3570명에서 2023년 32만9449명, 2024년 31만3373명으로 줄었다. 3년 새 7만명 이상 감소했다. 어린이날이 포함된 5월 방문객도 2022년 7만2205명에서 2024년 4만5040명으로 줄었다. 가정의 달 성수기에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시설 노후화도 뚜렷하다. 전체 23종 놀이기구 가운데 청룡열차와 바이킹 등 9종은 개장 당시 설치된 시설이다. 일부 보강이 있었지만 전반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찾은 광주 북구 패밀리랜드. 곳곳에 가족단위 입장객들이 보인다. 정성현 기자
지난 4월 찾은 광주 북구 패밀리랜드. 놀이시설인 청룡열차 인근에 봄꽃이 활짝 펴 있다. 정성현 기자

문제는 운영이 한 번 멈출 경우 재개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놀이기구는 장기간 운행을 중단하면 안전 점검과 인허가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인력 재편과 시설 정비까지 고려하면 정상 운영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운영 공백이 길어질 경우 사실상 폐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간 투자 유치가 어려운 구조도 발목을 잡고 있다. 우치공원 부지는 광주시 소유 행정재산이다. 민간 사업자는 토지를 매입하거나 분양받을 수 없어 투자비 회수를 운영 수익에만 의존해야 한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까지 겹치며 신규 투자자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운영 주체인 ㈜광주패밀리랜드도 카라반 시설 등 부대사업 수익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가 추진 중인 주제공원 전환 등 규제 완화 방안도 단기간 해법이 되기 어렵다. 용도 변경과 사업자 선정, 협상 등 절차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는 7월1일 전남·광주 행정통합을 앞두고 있지만, 그보다 앞선 6월 위탁 운영 종료 시점과도 맞물리지 않는다.

패밀리랜드 운영 방식에 대한 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민간 위탁 구조를 유지할지 공공 개입을 확대할지, 새로운 운영 모델로 전환할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시영 전남 초록우산 사회복지사는 "패밀리랜드는 수익성만으로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 시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공 여가 공간"이라며 "도시가 이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 패밀리랜드의 슬로건은 '꿈과 행복의 나라'이며, 현상공모를 통해 확정한 로봇 모습의 '보보'를 마스코트로 내세워, 어린이들에게 오락 및 정서공간으로 제공된다."

(전남일보 1991년 7월 6일자, '광주 패밀리랜드 오늘 개장' 14면)
전남일보 1991년 7월 6일자 '광주패밀리랜드 오늘 개장' 기사. 전남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