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일은 폭력적”이라는 통일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9일 “통일이라는 이야기는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통일은 어렵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통일부 명칭도 바꾸자고 했다. 통일부 장관이 ‘통일’이란 말을 기피한다.
정 장관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한때는 누구보다 통일에 앞장섰다. 2005년 통일부 장관 때는 민족과 민족공동체라는 말을 자주 썼다. 그때와 지금의 공통점은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한다는 것이다. 2005년엔 북한이 ‘우리 민족끼리’라며 통일을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통일부 폐지 방안을 검토했을 때 정 장관은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대한 거부”라고 비판하는 개인 성명까지 발표했다.
그런데 김정은이 통일을 정면 거부하고 ‘같은 민족도 아니다’고 하니 정 장관도 통일이란 말조차 기피하기 시작했다. 김정은이 남북이 다른 나라라며 ‘한국’이라는 말을 쓰자 정 장관은 최근 북한이 아닌 ‘조선’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남북 관계도 ‘한조 관계’라고 했다. ‘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은 김정은이 원하는 대로 ‘두 국가’를 인정하는 것이다. 최근 통일부는 ‘조선’ 호칭 문제를 공론화하는 회의까지 열었다.
우리 헌법은 우리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한반도에 두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헌법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취임 선서에서 ‘조국 통일 노력’까지 약속한다. 그런데 정부 부처인 통일부와 통일부 장관이 통일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대놓고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통일을 거부하는 것은 헐벗은 북한 주민들이 통일 환상을 갖는 것을 원천 봉쇄하려는 것이다. 나라 전체를 감옥으로 만들고 주민을 노예로 만든 김씨 왕조 입장에서 통일은 곧 왕조 멸망이다. 우리에겐 그 과정을 평화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것은 김정은의 반역사적 주장에 맹종하며 남북 교류를 애걸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통일은 폭력적”이라며 통일부 장관직은 왜 계속 맡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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