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한·미동맹 ‘정원’ 국익 중심 재설계를
줄리 데이비스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대리가 지난 4월29일(현지시간) 사임했다. 전임자였던 브리짓 브링크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견으로 물러난 지 약 1년 만이다. 데이비스 대사대리 역시 우크라이나 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의 깊은 이견을 이유로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외교·안보 라인 내부에서 정책 방향을 둘러싼 이견이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이란 전쟁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미국이 이란을 폭격하자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친미 국가로 향하며 역내 긴장이 순식간에 고조됐다. 이들 국가에 미군 기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공격은 이어졌다. 오히려 미군 주둔이 공격의 명분으로 작용하는 양상까지 나타났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지점이 특히 중요하다. 주한미군이 더 이상 완벽한 안전보증수표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한·미동맹을 안보의 절대적 축으로 간주해 왔다. 물론 한·미동맹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사례들이 보여주듯, 동맹만으로 모든 리스크가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한·미동맹을 부정하거나 미국과 대립하자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 다만, 동맹을 전제로 한 자율성 확보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금까지 우리 외교는 주요 현안에서 미국의 입장을 사실상 동일선상에 놓고 대응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이 정권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러한 접근은 오히려 우리의 전략적 선택지를 제한할 수 있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서는 더 큰 유연성이 요구된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미국의 대북 제재 틀에만 묶어둘 경우 우리가 주도적으로 움직일 공간은 줄어든다. 필요하다면 미국을 설득해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남북 교류를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한·미동맹을 약화하는 선택이 아니라, 동맹을 보다 현실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동맹을 ‘정원’에 비유하며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적절한 비유다. 다만 그 정원은 우리의 국익을 중심으로 가꿔져야 한다. 예컨대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를 보자. 이란의 군사력과 해협의 전략적 특성을 고려할 때 “파병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국이 변한 만큼 한국도 변해야 한다. 한·미동맹이라는 정원을 어떻게 설계하고 가꿔나갈 것인가. 지금 한국 외교가 맞닥뜨린 시험대다.
김태욱 외교안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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