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독미군 감축 검토”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이란 전쟁에 비협조적인 동맹국을 상대로 한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가장 많은 미군기지가 있는 곳이다. | 관련기사 4면
트럼프 정부가 주독미군 감축을 실행에 옮길 경우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은 독일에 있는 병력의 감축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며 “조만간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감축의 검토 주체, 감축 규모와 시점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즉흥적인 압박성 메시지일 수 있지만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내 병력을 폴란드, 루마니아, 중동, 그린란드 등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발언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 27일 자국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이란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메르츠 총리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고 비난한 뒤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주독미군 감축이 현실화하면 미·이란 전쟁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비판해온 독일을 상대로 보복성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대이란 전쟁에 대한 기여도를 기준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을 ‘모범 동맹’과 그렇지 않은 나라로 등급화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구상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 총리 “미 굴욕” 이틀 뒤 트럼프 “미군 재배치”…미 의회 반대 등 현실화 어려울 듯
앞서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이란 전쟁 지원 정도, 방위비 분담 수준 등을 기준으로 동맹국을 분류한 명단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려 할 때마다 주둔 미군 규모 조정 가능성을 거론하며 ‘동맹국 길들이기’ 전략을 구사했지만, 구체적으로 특정 나라의 주둔 미군 감축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약 3만6000명에 달하는 주독미군은 유럽 내 최대 규모로 러시아 등으로부터 유럽을 방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으며 미군 유럽사령부(USEUCOM)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루마니아와 폴란드가 추가 미군 배치를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독일 주둔 병력을 모두 수용할 만큼 대규모 기지를 갖춘 다른 유럽 국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
주독미군 감축은 미국의 중장기 국방 계획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미국은 내년까지 독일에 장거리 토마호크 지상공격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며, 독일 정부는 이와 연동되는 ‘타이푼’ 다목적 미사일 발사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의회가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인 2020년 7월에도 주독미군 3분의 1인 약 1만2000명을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려 했으나 의회 반대에 부딪혔고 이듬해 집권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든 상황에서 대규모 미군기지가 있는 한국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청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동맹국을 비판하면서 일본, 호주 등과 함께 한국도 거론했다.
다만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을 “역할을 다하는 모범 동맹국”으로 칭했다. 그는 “한국은 국방비에 대한 새 글로벌 기준을 준수하기로 약속했고, 북한에 대한 자국 방어의 일차적 책임을 맡기로 하면서 모범적 동맹임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3.5% 수준까지 늘린다는 데 합의했다.
김희진·백민정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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