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 “흑인 다수 선거구 ‘위헌”···소수 인종 대표성 축소 우려·선거구 재편 가능성 나와

미국 연방대법원이 투표권법에 근거해 흑인 다수 선거구를 신설한 루이지애나주의 결정을 무효화했다. 이에 따라 소수 인종의 정치적 대표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가 투표권법 제2조에 따라 흑인 다수 하원 선거구를 신설한 것이 헌법상 평등보호 원칙에 위배된다고 6대3으로 판단했다. 판결은 보수 대법관 6명 전원 찬성, 진보 대법관 3명 전원 반대로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투표권법 제2조는 인종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나눠 특정 인종의 유권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서 “정부 의사결정에서 인종이 개입되는 것은 헌법 원칙에서 벗어난다”고 밝혔다. 그는 남부 지역에서 소수 인종의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가 늘어나는 등 “광범위한 사회 변화가 있었다”며 제2조를 통한 소수 인종 보호 조치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투표권법 제2조는 “인종에 따른 ‘의도적’ 차별에만 적용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반면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지난 10년간 법원의 보수 성향 판사들이 투표권법을 파괴해 왔으며 이제 그 과정이 완료됐다”며 “이번 결정은 선거 기회에서의 인종적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부여된 기본권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주정부는 법적 제재 없이 소수 인종의 투표권을 약화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은 1960년대 흑인 민권 운동의 산물로 평가돼 온 투표권법의 핵심 조항을 약화시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가했다. 리처드 L 하센 UCLA 선거법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투표권법 2조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사실상 무력화됐다”며 “이번 판결로 투표권법이 얼마나 크게 약화했는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적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판결로 소수 인종의 정치적 대표성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데릭 존슨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 대표는 성명에서 “이번 판결은 소수 인종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중대한 타격”이라며 “공동체의 목소리를 억누르며 제도를 왜곡하려는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면허를 준 것과 같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은 흑인 유권자를 배신했고, 미국과 민주주의를 배신했다”며 “이번 판결은 국가의 큰 후퇴”라고 비판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남부를 중심으로 공화당에 유리한 방향의 선거구 재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뉴욕타임스는 루이지애나주에서 민주당이 적어도 선거구 하나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번 판결이 “법 앞의 평등 보호 원칙에 대한 큰 승리”라며 “투표권법을 의도적 인종 차별로부터의 보호라는 본래 취지로 돌려놨다”고 밝혔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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