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보다 '킹산직'...블루칼라로 몰리는 MZ세대

정주원 기자 2026. 4. 3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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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MZ의 직업관이 달라졌다. 평생 직업의 조건으로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우먼센스] 한때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업종으로 기피 대상이었던 블루칼라가 MZ세대 사이에서 고수익·전문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 생산직 공개채용 모집이 진행됐다. 채용 조건은 고등학교 또는 전문대학 졸업자(졸업 예정자 포함)로 한정됐지만,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에는 "대졸 학위를 숨기고 지원할 수 있느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평균 연봉 1억 원대, 두둑한 성과급, 차량 할인 등 복지까지 갖춰 '킹산직(킹+생산직의 준말)'으로 불리는 현대자동차 생산직은 청년층 사이에서 선망 직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대학 졸업장보다 현대차 작업복이 낫다"는 말이 나온다. 

MZ세대가 직업으로 블루칼라를 택하는 변화는 대기업 생산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배, 타일, 미장, 자동차 정비 같은 전문 기술을 습득해 현장직에 뛰어드는 2030 청년이 빠르게 늘고 있다. SNS와 유튜브에서는 "월 500만 원 버는 청년 도배사", "정비사로 전향한 사무직 출신" 같은 콘텐츠가 조회수 수십만 회를 기록한다. 

이는 생산직 등 블루칼라를 바라보는 MZ 세대의 인식 자체가 이전과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3월에 진행된 진학사 캐치의 Z세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 구직자 1,603명 중 63%가 블루칼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이른바 '인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해 대기업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전통적인 취업 공식 대신 새로운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블루칼라로 향하는 이유 "하는 만큼 번다"

MZ세대가 블루칼라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하는 만큼 번다'는 것. 전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현장직은 기술의 숙련도와 업무의 결과물이 수입으로 직결된다. 사무직처럼 평가와 보상 기준이 정성적 영역에 묶여 있지 않다는 점은 공정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의 감수성과도 맞닿아 있다. 하루의 노동이 결과물로 남아 수입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성취감으로 이어진다.  

블루칼라 현장직의 보상은 적지 않다. 특히 용접·플랜트·도배·정비 같은 숙련 기능직의 경우, 사무직 평균 초봉(3,675만 원)의 1.5~2배 수준인 연 5,500만~7,000만 원을 벌어들이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연차가 쌓이고 숙련도가 깊어질수록 수입은 꾸준히 우상향한다.

'전문 기술 현장직'의 고용 안정성

과거 안정적인 직업은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를 뜻했다. 그러나 MZ세대에게 안정성은 다른 의미다. 그들의 기준은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 아니라 '조직을 옮겨도 일할 수 있는가'다. 지난해 3월 진행된 진학사 캐치의 Z세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는 고연봉(67%), 기술 보유로 해고 위험이 낮아서(13%)라는 이유로 블루칼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저 연봉이나 안정성 때문에 블루칼라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MZ세대는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하는 노동, 위계질서가 분명한 조직문화, 보고와 회의 중심의 업무 방식, 조직 내 인간관계에서 겪는 감정 소모보다 "몸이 고되더라도 마음이 덜 지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진학사 캐치 조사에서도 '야근·승진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함(10%)'이 블루칼라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로 집계됐다. 

AI 시대에 더 귀해진 '손으로 하는 일'

또 생성형 AI 활용도 주요한 원인이다. AI 이용이 늘어나면서 대다수 사무 업무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반면 숙련된 감각을 바탕으로 한 현장 업무는 상대적으로 AI를 이용한 자동화 속도가 느릴 것이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통계 수치로도 확인 가능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520개 직업의 AI 대체율을 분석한 결과, 현장직은 2024년 36%에서 2027년 62%로 오르는 사이, 사무직은 2024년 41%에서 2027년 71%로 높아졌다. 이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사무직이 AI의 등장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예측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MZ세대가 '블루칼라'를 선택하는 것은 시대 변화에 발맞춘 선택으로 여겨진다.  

MZ 블루칼라를 만났다

블루칼라로 향한 MZ들은 현장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사무직에서 도배사로 전향한  이지윤(35) 씨와 피아노를 전공으로 하고 자동차정비사로 활약 중인 황신원(26)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무직에서 도배사로

"도배는 작은 성취가 매일 쌓이는 일"

사진=윤도배 제공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대구·경상권에서 활동하는 도배사 이지윤입니다. 도배사로 활동한 지 5년 차에 접어들었고, '윤도배'라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요. 

Q2. 도배사로 일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영업 텔레마케터였어요.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팅을 하면서 고객을 설득하는 일을 주로 했는데, 저와 잘 맞지 않았어요. 시간 상의 이유로 상대방이 진심으로 원하는게 무엇인지,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파악하지 못한 채로 설득을 해야 하니까 사명감이 부족했죠. 

팀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조직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나 한 팀을 이끌고 가야 하는 책임감의 무게가 버거웠죠. 고객을 상대하며 느끼는 감정 노동에 조직 문화에 적응하는 버거움이 더해지니까 스스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한계를 느꼈어요.

Q3. 그렇게 블루 칼라로 향했군요. 많은 직업 중 왜 도배사였나요?
A.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만드는 일을 좋아했어요. 학창 시절에 친구 집의 셀프 인테리어도 해줬고요. 책상 앞에 앉아 사람을 설득하는 일에 지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여 하는 일과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일에 끌렸습니다. 여러 업무 중 후보를 추리다 보니 도배는 '내가 당장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심하자마자 바로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Q4. 도배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과 교육 과정, 입직 시 초기 비용(공구·연장 구입 등)은 어느 정도였나요?
A.
요즘엔 국비 지원 학원이 많아서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어요. 어느 학원을 가든 연장비는 자비로 구입해야 하는데, 제가 시작할 땐 20만~25만 원 정도였어요. 저는 현장에 인력이 부족해서, 하루에 2시간씩 20일 가량 수업을 듣고 현장에 투입됐어요.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해도 바로 도배사가 되는 건 아니에요. 처음에는 폐지를 정리하고 쓰레기 치우는 일부터 시작하면서 배워요. 칼을 직접 잡을 기회는 생각보다 뒤에 옵니다. 

Q5. 도배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매일 성장하는 느낌이요. 기술직은 경험이 곧 자산입니다. 하루하루가 제 기술이 발전하는 걸 느껴요. 처음엔 도배의 기본 기술이 쌓여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디테일한 기술이 생기죠. 또 변수가 생겨도 스트레스를 받기 보단 새로운 시도를 하는 유연성이 생겨요. 내가 도태되는 게 아니라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죠.

짧은 주기의 프로젝트라는 점도 좋아요. 보통 한 집을 도배하는데 이틀이 걸려요. 한 달이면 15개의 프로젝트를 끝내는 셈이죠. 장기 프로젝트가 아니라서 작은 성취가 매일 쌓여서 만족도가 높아요. 

또 도배는 AI가 침범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집은 다 똑같이 생긴 것 같지만 세대마다 미세하게 달라요. 어떤 집의 천장은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고, 벽 모서리는 한쪽이 들어가고 한쪽이 나와 있어요. 같은 32평 아파트라도 1층과 꼭대기 층의 컨디션이 달라요. 정확한 수치로 계산하는 AI는 미세한 차이를 알 수 없을 거예요. 결국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일인 거죠. 

사진=윤도배 제공

Q6.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A.
6시에 일어나서 8시에 현장에 도착해요. 팀원들과 커피를 마시며 작업 일정을 정리하고, 12시까지 오전 작업을 진행합니다. 1시간 동안 점심을 먹고 5시까지 오후 작업을 해요. 그 이후에는 견적 미팅이나 A/S를 다니고, 오후 8~9시에 귀가해요.

Q7.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도배가 끝나고 공간이 환해지는 순간이에요. 집에서 벽은 가장 면적이 커서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느껴져요. "와, 진짜 예뻐요"라는 말을 들으면 다음 날 다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요.

반대로 가장 힘든 것은 체력적인 부분이에요. 천장을 보고 작업하니까 목·허리·무릎·손목이 아프더라고요. 제가 초보일 때는 쉬는 시간에 자다가 잠꼬대로 "아이고 허리야"라고 했대요(웃음). '체력을 키울 체력이 없다'는 게 도배사들의 공통된 농담이에요. 운동과는 다른 결이기는 하지만 노동도 힘을 쓰는 일이라 자연히 조금씩 근력이 붙긴 해요. 그러면서 계속 일하는거죠.  

Q8. 도배업체 '윤도배'를 운영 중입니다. 어려움은 없나요? 
A.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잖아요. 고객분들의 의견을 세심하게 살펴야 할 때도 있고, 필요한 순간에는 단호하게 짚어드려야 할 때도 있어요. 만약 제가 대표가 아니었다면 이만큼 마음을 쓸 일도, 야근을 할 일도 없었을 거예요. 프리랜서들은 8시에 출근해 5시 반에 퇴근해요. 선택에 따라 야근하기 싫으면 안 할 수도 있어요. 프리랜서로 일할 때에 비해 책임감이 커졌지만 그 만큼 더 큰 보람과 자율도 함께 따라요. 

Q9. 수입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A.
지금은 월 평균 500만~700만 원 정도예요. 처음 시작할 땐 150만~160만 원 수준이었으니 4~5배 차이가 납니다. 이 직업은 정말 '하는 만큼 번다'는 말이 맞아요.

다만 그 '하는 만큼'의 기준이 본인 실력이고, 그 실력은 단번에 평가되지 않습니다. 초보 일당 6만~7만 원에서 시작해서 보통 2년 차쯤에 하루 15만~18만 원, 월 300만 원 이상을 벌 수 있어요. 나이나 경력 햇수가 아닌 실력에 따라 보상을 받아요. 무작정 일당을 높게 부르면 거래가 오래 지속될 수 없어요. 어떻게 보면 잔인한 생태계죠.

Q10. 현재 일에 대한 만족도를 표현한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일까요.
A.
100점 만점에 85점이요. 만약 제가 프리랜서로 일당을 받고 다녔다면 95점이었을 거예요. 대표를 맡으면서 워라밸이 사라져 10점이 빠졌습니다.(웃음)

그럼에도 도배사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95점입니다. 회사처럼 차장·대리 같은 위계가 없어요. 25살이 기술자고 40살이 초보일 수도 있어요. 나이에 상관없이 실력에 따라 위계질서가 형성되죠. 또 정년이 없고, 제 기술 하나로 어느 팀에든 갈 수 있어서 안정감이 커요. 일반 회사처럼 권고 사직에 대한 걱정도 없고요. 오늘 함께 일한 팀과 호흡이 맞지 않으면 내일은 다른 팀과 함께 일하면 돼요. 안정의 기준이 다릅니다. 앞으로 여성 일자리 센터와 같은 곳에 강연을 나가고 싶어요. 결혼·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분들께 "늦지 않았다. 도배에는 정년이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거든요. 블루칼라는 정년을 스스로 정하는 직업이에요. 

Q11. 블루칼라 직업을 고려하는 MZ세대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첫째, 수입만 보고 오지 마세요. 화제를 모은 월 500만~700만 원의 수입은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뒤의 이야기예요. 처음 1~2년 동안엔 급여가 굉장히 적습니다. 숙련되어야 수입이 높아져요.  때문에 숙련될 때까지 인내하려면 적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언가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 지구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도배가 잘 맞을 거예요. 저는 매일 "도배사를 그만둘 거야"라고 하면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거든요(웃음).

또  블루칼라가 사무직에 비해 위계질서가 명확하지 않고 정년이 없다는 건  장점입니다. 다만 신체에 부담이 크고 체력적 한계도 있어요. 이 사이의 균형을 따져보고 결정하시면 좋겠어요. 

피아노 전공자에서 자동차 정비사로

"AI시대, 나만의 기술이 중요해요"

사진=황신원씨 제공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고 있는 2000년생 황신원입니다. 실용음악과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졸업하고 사무직으로 6개월 정도 일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단순 노동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던 차에 자동차 정비 현장을 봤는데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져서 자동차 정비사를 하게 됐습니다.

Q2. 실제로 일을 해보니까 어떠셨나요.
A.
 "왜 이런 직업을 이제야 알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적성을 찾은 기분이었죠. 차종이 달라도 원리는 비슷하다는 걸 깨달으면서 정비 방법을 응용하면서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어요. 자동차 정비는 원인과 결과가 정해진 직업이라, 수학 공식처럼 풀이 과정이 재미있고 정답을 찾으면 짜릿함을 느꼈어요. 물론 체력 소모가 크고 화상을 자주 입어 멍과 상처가 기본이지만, 그 모든 게 일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을 이기지는 못해요.

Q3. 반면 아쉬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A.
 업무보다는 개인적으로 자동차 정비에 대해 더 전문적으로 알고 싶다는 갈증이 커졌어요. 일을 할수록 기술이 손에 익었지만, 자동차의 작동 원리와 시스템, 빠르게 바뀌는 미래차 기술까지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죠. 그래서 퇴근 후 야간으로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에 진학했고, 지금은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Q4.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A.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정비사로 일하고, 오후 6시 30분부터는 전공심화 수업을 듣습니다. 금요일에는 TBN 충남교통방송 <달리는 라디오>에 게스트로 참여해 자동차 정비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토요일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근무합니다. 

사진=황신원씨 제공

Q5.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동료 정비사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풀어낼 때요. 고객분들의 인정과 응원도 직업 만족도를 크게 높여줘요. 요즘엔 전기차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어요. 변화하는 만큼 배울 게 많고, 그게 또 이 일의 재미이기도 합니다. 

Q6. 마지막으로 블루칼라에 도전하려는 MZ세대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기술은 본인 것이고,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AI가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은 '나만의 것'이에요.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와도 나의 기술은 평생 갑니다. 여러분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정주원 기자 jungjuwon05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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