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이제, 고전을 읽어야 할 시간』, 동양철학을 오늘의 삶으로 읽어내다

김현주 기자 2026. 4. 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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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음을 붙잡는 고전의 언어
이제, 고전을 읽어야 할 시간 | 최인호 저 | 바이북스 | 2026년 05월. 표지=출판사 제공

[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현주 기자]

살아가는 일이 복잡해질수록 사람은 더 빠른 해답을 찾는다. 짧은 조언, 즉각적인 처방, 눈에 보이는 성과가 삶의 방향을 대신하는 시대다. 그러나 마음이 흔들릴 때 사람을 다시 세우는 힘은 때로 오래된 문장 속에서 나온다. 최인호 저자의 신간 『이제, 고전을 읽어야 할 시간』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고전을 먼 시대의 교훈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붙잡는 언어로 다시 읽게 하는 책이다.

바이북스에서 2026년 5월 출간되는 이 책은 '흔들릴 때 나를 지키는 고전의 힘'을 부제로 한다. 문화학·철학박사이자 동양철학자인 최인호 저자는 고전의 문장을 현대인의 감정, 관계, 일, 자기이해의 문제와 연결해 풀어낸다. 저자는 고전을 읽는 일이 외롭고 더딘 과정이었지만, 한 글자를 온전히 이해하는 순간 자신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책은 크게 '나를 바로 세우기'와 '세상과 소통하기'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천명지위성', '덕불고', '중용', '격물치지', '수신' 등 동양 고전의 핵심 개념을 통해 자기 이해와 감정의 회복을 다룬다. 2부에서는 일과 관계, 소통의 문제를 중심으로 '혈구지도', '서', '지언', '이의위리' 등을 풀어낸다. 어려운 한자어를 단순한 뜻풀이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가 자신의 삶에 비추어 읽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장면을 제시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이 책에서 고전은 훈계의 언어가 아니다. 저자는 고전이 "무엇을 하라"고 다그치기보다, 이미 자신 안에 있는 본래의 힘을 상기하게 한다고 말한다. '천명지위성'은 내가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는 선언으로 읽히고, '덕불고'는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을 버리지 않는 태도로 해석된다. '사부주피'는 남의 성취를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자기 과녁을 바라보는 삶으로 확장된다. 고전의 문장이 오늘의 심리와 만나면서 독자는 낯선 한자어 속에서 오히려 익숙한 자기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책은 고전을 공부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는다. 직장생활에서의 성과 압박, 관계 속에서의 상처,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는 마음, 자기 몸을 소모하며 일하는 현대인의 불안까지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 한 대기업 임원의 사례를 통해 몸을 돌보지 않은 채 성과만 좇는 삶을 짚어내는 대목은, 고전이 오늘의 노동과 자기경영 문제에도 여전히 유효한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고전 읽기의 문턱을 낮추는 데 의미가 있다. 고전은 여전히 많은 독자에게 어렵고 딱딱한 장르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제, 고전을 읽어야 할 시간』은 고전을 암기하거나 해석해야 할 지식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고전의 한 문장이 어떻게 나를 이해하게 하고, 감정을 다루게 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다시 보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독서교육에서 중요한 '삶과 연결되는 읽기'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오늘날 문해력의 문제는 단순히 글자를 읽는 능력에 머물지 않는다. 문장의 의미를 자기 삶과 연결하고, 타인의 처지를 헤아리며, 복잡한 감정을 언어로 정리하는 힘까지 포함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고전 독서를 통해 자기 성찰과 관계 이해, 삶의 태도를 함께 익히게 하는 인문 독서의 길을 제안한다.

『이제, 고전을 읽어야 할 시간』은 고전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입문서가 되고, 이미 고전을 읽어온 독자에게는 다시 읽기의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독자에게 질문을 남긴다. 지금 나는 남의 과녁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가, 아니면 내 삶의 중심을 향해 가고 있는가. 오래된 문장이 오늘의 나를 붙잡아 줄 수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고전을 다시 펼쳐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