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3주 공공부문 차량 2부제,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가보니 [발굴단]

이정우 2026. 4. 3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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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차량2부제 2008년 이후 18년만
현장에선 "하라는데 어쩌겠나" 불만
적용 면제 조항이 광범위하단 지적도
외교부 청사 주차장 입구 모습 /사진=이정우 기자

"가끔 짜증 내시는 분들이 있긴 한데 대체적으로 잘 협조해 주시는 편입니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 차량 2부제 시행 3주가 지난 시점에 현장 운영 상황을 묻자 외교부 출입 관계자는 이같이 답했다. 그는 "위반 차량이 있더라도 일부러 위반한 건 아니고 2부제·5부제를 숙지하지 못하고 오시는 차량이 많은 편"이라며 "양해를 구하고 인근 공영주차장으로 안내하는데, 공영주차장도 5부제에 걸리는 경우는 따로 회차시킨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간 외교부 인근 세종로 공영주차장에서는 카메라가 차량 번호판을 인식해 5부제 해당 차량이면 차단봉이 올라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및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는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되면서 지난 8일부터 시행됐다. 앞서 지난달 25일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에 대응해 공공부문 차량 5부제를 의무 시행했으며, 이를 한 단계 강화한 조치다.

적용 대상은 약 1만1000개 공공기관과 지방정부·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유료 공영주차장 약 3만 곳이다. 이처럼 전국 공공기관에 차량 2부제가 시행된 것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8년 만이다.

 ◇ "전형적인 탁상행정"…공직사회 내부 불만 속출

서울정부청사 앞에 걸려있는 차량 공공2부제 포스터 /사진=이정우

이날 평소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 정부청사에서 만난 공무원 공모 씨(32)는 "솔직히 좀 짜증은 나는데 하라는데 어쩌겠나"라며 "전기차 살 돈은 없는데 위에서 하라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 씨는 "뉴스 보면 국회의원이나 높은 분들은 꼼수로 차량을 쓴다는데 그런 건 좀 형평에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외교부 인근에서 만난 공무원 박모 씨(42)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퇴근하면 3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1시간 넘게 걸려서 도착하니 불만이 없을 수 없다"고 했다. 박 씨는 "지방보다 교통 인프라가 나으니 그것보다는 낫겠지만 만만한 게 공무원인가 싶다"고 덧붙였다.

한 누리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쓰레드'에 차량2부제 시행에 대한 불만사항을 게재했다. /사진=쓰레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및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에 대한 비판적인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공무원은 SNS에 "강제나 다름없는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을 보며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며 "공무원에게 부담을 먼저 얹고 부당함과 논리적 결함을 지적하면 곧바로 정치적 프레임을 씌워 버린다"고 적었다. 이어 "공무원은 '때리면 표가 나오는 자판기'가 아니다"고 했다.

지방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누리꾼은 "수도권은 지하철이라도 있지, 지방은 대중교통이 사실상 '복불복'"이라며 "배차 간격이 한 시간인 곳에서 2부제를 강제하는 건 출근하지 말라는 소리와 똑같다"고 비판했다. 차량 2부제와 5부제를 피하기 위해 차량 번호판을 교체하려고 한다는 취지의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 면제 광범위·과태료 없어…실효성 논란 여전

30일 오전 서울정부청사. 짝수인 날에는 짝수 번호 차량만 이용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홀수 번호 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정우

공공부문 차량 2부제·공영주차장 5부제의 적용 면제 조항이 광범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장애인·임신부 동승 차량, 전기·수소차, 긴급·특수목적 차량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중교통 출퇴근이 어려운 임직원이나 30㎞ 이상 장거리 출퇴근자 등도 기관장 판단으로 예외가 인정된다.

위반 시 제재도 과태료가 아니라 기관 내부 인사 불이익(3회 이상 위반 시 징계, 삼진아웃제) 수준에 그친다. 실제 이날 서울 정부청사에는 차량번호 홀수인 차량이 다수 출입하는 것이 목격됐다.

인근 공영주차장에서도 이날 5부제 해당 차량이 나란히 주차돼 있었다. 이에 대해 세종로 공영주차장 관계자는 "정기권 차량은 4월까지 5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출입이 가능하다"며 "5월부터는 정기권 차량도 5부제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명했다.

 ◇ 논란 속에서도…하루 1.3만 배럴 절감 기대

한편 이 같은 현장의 불만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및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는 실질적인 석유 수요 절감 효과가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10일 발표한 '차량 운행 제한 및 재택근무 시행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절감 효과' 보고서에서 공공부문 2부제가 하루 약 1만2974배럴의 휘발유·경유 소비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부제 적용 대상 차량 153만6000대를 기준으로 한 수치로, 수송부문 하루 평균 소비량의 약 2.2%에 해당한다.

또한 연구원은 누적 절감 효과로는 4월 말 사태 종결을 가정할 경우 5월 말까지 누적 약 31만4000배럴, 6월 말 종결 시나리오에서는 7월 말까지 누적 약 84만1000배럴이 절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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