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범죄에 관대한 국민참여재판…절반이 무죄, 실형 33%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피해자 진술 외에 직접 증거가 없는 성범죄 사건, 국민참여재판 경험이 있는 법무법인 도움을 받으세요."
성범죄 피고인 변론을 전문으로 하는 한 로펌은 블로그에 아동 성추행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재판부 무죄 선고를 받아낸 사례를 홍보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른 범죄 견줘 실형 덜 나와…‘형량 낮다’ 인식에 몰려

“피해자 진술 외에 직접 증거가 없는 성범죄 사건, 국민참여재판 경험이 있는 법무법인 도움을 받으세요.”
성범죄 피고인 변론을 전문으로 하는 한 로펌은 블로그에 아동 성추행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재판부 무죄 선고를 받아낸 사례를 홍보했다. 피해 아동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린 것이 승소 전략으로 소개됐다. 이들은 “(국민참여재판은)일반 시민이 판단하는 만큼 선고 결과는 사건의 내용이 아니라, 변호인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겨레가 법원행정처를 통해 확보한 ‘국민참여재판 성과분석(2025)’을 30일 보면, 2020~2024년 5년간 국민참여재판(1심) 접수 사건 가운데 성범죄 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25.1%였다. 국민참여재판 4건 중 1건이 성범죄 사건인 셈인데, 일반 재판에 견줘 실형 선고 비율이 낮아 ‘성범죄는 국민참여재판으로’라는 분위기가 성범죄 피고인과 변호사들 사이 번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민참여재판에서 성범죄 혐의에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2024년 33.3%로 살인(71.4%), 강도(50%), 상해(50%), 기타(39%) 등 다른 죄명에 견줘 낮았다.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된 성범죄 사건의 무죄 비율은 2024년 기준 52.3%로, 혐의의 경중을 고려해도 통상 3~4% 수준인 일반 재판(1심)의 주요 성범죄 무죄 선고 비율과 격차가 크다.
무작위로 선정된 국민 배심원이 성범죄 특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평결하고, 그 결과가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국민참여재판 특성이 배경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는 공간에서 벌어져 피해자 진술 이외에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참여재판 법정에서는 국민 배심원을 상대로 ‘성 고정관념’에 바탕한 변론과 피해자 신문이 주로 이뤄진다고 한다. 주로 피해자 평소 행실을 문제 삼거나 범죄가 이뤄진 뒤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는 식이다. 정치권 등 각계에서 일어난 미투운동 이후, 최근 일반 재판에서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는 논리가 힘을 잃는 흐름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국민참여재판에서 성범죄 피해자를 변호한 경험이 있는 서혜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피해자 입장에선 다수의 배심원 앞에서 피해 사실을 반복적으로 진술하는 것 자체가 부담인데다, 피고인 쪽은 공격적 신문을 통해 피해자가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순간을 노린다”며 “국민 법감정을 반영하는 것이 국민참여재판의 취지인데 성범죄 재판에서는 외려 잘못된 통념을 자극해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판단은 권고적 효력만 지니지만, 2008년 국민참여재판 도입 이후 배심원 평결과 법원 판결이 일치한 사건은 93.8%에 이른다.
관련 연구를 이어온 국내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는 성범죄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1대1 면접을 거쳐 성 고정관념이 강한 배심원은 배제한다”며 “국내에서도 배심원 선정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판 전 배심원을 상대로 한 충분한 설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과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배심원 지침에 관한 연구’(2022)에서 “영미권에선 까다로운 배심원 선정 뒤에도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판사가 배심원에게 설명을 제공한다”며 “여러 성범죄 사건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 조건을 가정해 (표준이 되는)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 대통령 ‘대장동·대북송금 재판’ 종결 길 터준 특검법…법조계 “부적절” 비판
- 또 발끈한 트럼프…독일 총리에 “망가진 본인 나라 문제나 해결하라”
- ‘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협의체서 만 14살 현행 유지로 가닥
- “이재명식 쫄보정치” “사법 사유화”…야당, ‘조작기소 특검법안’ 거세게 비판
- 이란 “미국의 공격, 수치스러운 패배로 끝나…핵·미사일 기술 철저히 지킬 것”
- 2차 수색 종료 다음날도 유해 나왔는데…제주항공 참사, 후속조사 안 했다
- “단단히 미쳤다”…‘윤석열 비서실장’ 정진석 보선 출마선언에 비판 봇물
- [단독] 성범죄에 관대한 국민참여재판…절반이 무죄, 실형 33%뿐
- 아직 55살인데…‘주스 아저씨’ 박동빈 배우, 숨진 채 발견
- 하정우 ‘손 털기’ 논란에 “수백명과 악수 처음, 손 저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