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무서워서 땔감 뗍니다"…웃돈 주고 쓸어담더니 '돌변'

한명현/김주완 2026. 4. 30. 17:5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이란 봉쇄 장기화에…국제유가 4년 만에 최고
브렌트유 장중 126弗 치솟아
트럼프, 단기적 공습 재개 검토

종전을 위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는 2022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30일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중부사령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단기적이고 강력한’ 이란 공습 계획을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습은 협상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8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두 나라 사이의 휴전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브렌트유는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배럴당 12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월 28일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최고치로 2022년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해상 봉쇄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봉쇄가 폭격보다 효과적”이라며 “그들(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유업계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봉쇄가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물 선물 가격은 6.1% 뛴 배럴당 118.03달러에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7% 급등한 106.88달러를 기록했다.

동맹국과 연합해 이란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해협 통행을 재개하려는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8일 각국 미국대사관에 ‘해양자유연합’ 결성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해협을 개방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동맹국 간 정보 공유와 외교 협력, 제재 이행 등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비행기 안뜨고 정유공장 멈추고…고유가發 '수요파괴' 본격화
 국제 유가 4년만에 최고…현물 프리미엄은 급락

지난 2월 전쟁 발발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 이후 글로벌 원유 시장을 흔든 현물 프리미엄(웃돈) 가격이 큰 폭으로 꺾였다. 원유 공급은 회복되지 않고 있지만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에 원유 및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는 ‘수요 파괴’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반 토막 난 웃돈

30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으로 향하는 미국 미들랜드 서부텍사스원유(WTI) 원유는 2월 28일 브렌트유 현물 가격을 반영하는 ‘데이티드 브렌트’ 가격 대비 배럴당 7.4달러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이 프리미엄은 2주 전 배럴당 21.85달러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아시아로 운송되는 미들랜드산 WTI 프리미엄도 두바이유 가격 대비 배럴당 4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배럴당 20~22달러까지 떨어졌다. 아시아로 보내는 캐나다 TMX 송유관 경유 원유의 기준 프리미엄은 4월 초 런던 ICE거래소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8달러에서 지난주 4달러 안팎으로 내려왔다. 노르웨이 에코피스크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 프리미엄도 2주 사이 절반으로 떨어져 배럴당 10달러 미만으로 집계됐다.

이런 변화는 석유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8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달 전만 해도 하루 73만 배럴 증가를 예상한 것과 상반된다. 올 2분기 석유 수요는 하루 150만 배럴 줄어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 에너지 상품 거래 업체 스파르타코모디티스의 준 고 선임애널리스트는 “이번 프리미엄 조정으로 현물 가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실물 원유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위기 이전보다 높게 유지되겠지만 공황 수준의 기록적 고점까지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고유가 적응이 살길”

원유 수요는 정유사가 먼저 줄였다. 석유 제품 채산성이 떨어지자 아시아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처리량을 줄이고 있다. IEA는 4월 아시아와 중동 정유사들이 하루 약 600만 배럴의 정제 가동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비싼 원유 가격을 정유업계가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자재 데이터 분석 업체 케이플러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낮춰 아시아 수요가 둔화하기 시작했고, 시장의 관심은 ‘패닉 매수’에서 선별적인 조달로 옮겨가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 수요 감소는 다양한 석유 제품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IEA는 2분기 나프타, 액화석유가스(LPG), 에탄 등 수요가 2월 전망치 대비 하루 15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프타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한국에선 여천NCC가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산업 전반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요도 빠르게 줄고 있다. 일본에서는 3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 중동에서 석유 공급 차질로 화학과 연료 제품 생산을 축소한 영향이다. 항공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오는 10월까지 단거리 노선 2만 편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향후 6개월 일정을 약 5% 감편했다. 미국 내 항공유 가격은 전쟁 이후 70% 가까이 상승했다.

세계 곳곳에서 소비자도 관련 소비를 줄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부활절(4월 5일) 전주 미국 휘발유 수요는 하루 860만 배럴로 전년 같은 시기 부활절 수요보다 9% 적었다. 인도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부족으로 등유, 석탄, 장작이 임시 대체재로 등장했다. 호주 빅토리아·태즈메이니아주는 한시적으로 대중교통을 무료화했다. 미얀마는 자가용 운행을 격일로 제한하기로 했다.

한명현/김주완 기자 wise@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