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후각 지도’ 완성됐다…쥐 후각 수용체 배열 첫 해독

생물의 여러 감각 가운데 가장 원시적인 후각에 대해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지도’를 그려냈다. 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코의 후각 수용체가 체계적으로 조직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그동안 시각·촉각·청각 등 다른 감각들에 대해서는 각 감각기관의 어느 곳이 어떤 감각을 받아들이는지 등을 알아냈으나, 후각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28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셀’에는 쥐의 후각기관을 지도화하는 데 성공한 두 연구진의 논문이 나란히 실렸다. 미국 하버드의대 블라바트닉연구소의 산딥 로버트 다타 교수(신경생물학)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코에 있는 1000가지가 넘는 후각 수용체의 배열 방식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최초의 지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미국 하버드대 분자생물학과 잰더석좌교수인 캐서린 뒤락 연구진도 “쥐의 모든 후각 수용체가 어디에서 발현되고 그 수용체를 가진 뉴런이 뇌의 어디에 투사되는지 보여주는 지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별개로 진행된 두 연구가 같은 결과를 낸 것이다.

후각은 코의 후각 상피에 있는 수용체가 공기 중의 화학 물질과 결합하여 냄새를 분간하는 감각으로, 인간의 모든 감각 가운데 가장 원시적이고 원천적인 감각으로 꼽힌다. 감정과 정서를 담당하는 편도체는 뇌의 변연계에서 냄새를 처리하던 조직이 발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다른 감각과 달리 후각은 뇌의 중간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편도체로 직접 전달된다. 우리가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만 맡고도 어린 시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떠날 수 있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신경계는 감각을 공간적으로 지도화하고 있다. 예컨대 청각을 맡는 달팽이관의 경우, 어느 부위가 어떤 주파수를 정보로 변환해 뇌로 전달할지 정해져 있다. 시각과 촉각도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며, 과학자들은 이를 지도로 그려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후각에서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여기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무엇보다 코에 있는 후각 수용체가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인간이 가진 후각 수용체는 4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쥐의 경우 그 종류가 1000가지를 넘어선다. 각 수용체는 서로 다른 냄새 분자들과 결합하고, 코의 각 신경세포에는 한 종류의 수용체만 존재한다. 그 결과 인간이 구별할 수 있는 냄새의 가짓수는 대략 800만개에서 최대 1조개라는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후각 수용체들이 다른 감각기관들과 달리 일정한 체계를 가지고 지도화되어 있지 않고 무작위로 분포하고 있을 거라 여겨왔다.

다타 연구진은 쥐의 코에서 추출한 500만개의 신경세포를 분석해 각 뉴런에서 어떤 후각 수용체가 발현하는지 확인하고 이를 지도화한 결과, 1100여개 유형으로 묶을 수 있는 수용체를 가진 뉴런들이 코의 위쪽에서 아래쪽까지 촘촘한 수평 띠 형태로 배열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공간 전사체’ 기술을 활용해 지도화를 시도한 뒤락 연구진도 이런 결과를 얻었으며, 아울러 코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뇌의 후각망울에서도 동일한 지도화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타 연구진은 이런 공간적 지도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레티노산이란 물질이 핵심적인 구실을 한다는 것도 발견했다. 레티노산의 양이 유전자 활동을 조절하여 각 뉴런이 해당 위치에 맞는 올바른 유형의 후각 수용체를 발현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레티노산을 첨가하거나 제거하면 수용체 지도가 위아래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시각·촉각·청각과 마찬가지로 후각의 경우에도 수용체가 체계적으로 조직화되어 있으며, 그것이 뇌가 가진 지도와도 서로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웨덴의 신경과학자 요한 룬드스트룀은 “이는 코와 뇌의 지도가 별개의 두 가지 문제가 아니라, 동일한 발달 논리에 따른 두 가지 결과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네이처’에 말했다. 뒤락 연구진에서 연구를 주도한 보그단 빈투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마침내 후각 시스템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됐다. 전체 지도를 얻게 되면 뇌가 냄새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여전히 중요한 질문은 남아 있다”고 짚었다. 특정 수용체가 왜 그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뇌가 냄새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등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인접한 뉴런들이 비슷한 화학 구조를 가진 냄새 분자를 감지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고, 또 자기 새끼 냄새처럼 매력적인 냄새를 감지하는 영역과 포식자 냄새처럼 싫은 냄새를 감지하는 영역이 구분되는 식으로, 후각 지도 전체가 의미 범주에 따라 지도화돼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으로 후각 수용체가 이처럼 조직화되어 있는 의미에 대한 진전된 연구, 또 인간의 후각 수용체에 대한 연구 등이 후속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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