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에 감명 받은 지휘자 "시리즈 공연에 세계관 입혔죠"
‘마스터즈 & 메이커스’ 시리즈, 다음 달 9일부터
아트센터인천에서 KBS교향악단과 네 차례 공연
시작은 최송하와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
“공연을 따라가면 한 인간의 일대기 드러나”

영화 시리즈 ‘스타워즈’엔 한 인물이 모험의 소명을 받아 멘토를 만나고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이 스카이워크 가문의 이야기로 담겨 있다. 영화 9편으로 각색됐던 이 줄거리가 지휘자 지중배에겐 이 질문으로 다가왔다. “음악 공연 프로그램도 스타워즈와 같은 서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중배는 아트센터인천, KBS교향악단과 공연 시리즈 ‘마스터즈 & 메이커스(M&M)’를 올 5·7·9·11월 네 차례 선보인다. 마스터(거장)로 불리는 작곡가의 작품을 오늘날 음악가들이 메이커(제작자)로서 해석하는 프로젝트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나 스타워즈의 팬임을 밝힌 지중배는 “이 공연들을 따라가면 한 인간의 일대기가 드러난다”며 “영화나 드라마처럼 음악 공연에서도 큐레이션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를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생 서사, 30대 청년의 투쟁으로 시작
지중배는 이야기꾼이다. 그는 독일음악협회가 꼽은 ‘미래의 거장’ 10인 중 한 명, 독일 오페레타상 지휘자상을 수상한 최초의 동양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릴 적엔 영화감독과 작가를 꿈꿨던 학생이었다. 음악도 그에겐 이야기를 전하는 매체다. M&M 시리즈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루되 30대 청년의 서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스타워즈의 첫 작품이 1편이 아닌 4편이었던 것과 흡사하다.

다음 달 9일 여는 첫 공연에서 지중배는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와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선보인다. 프로코피예프가 러시아 혁명기에 작곡해 망명 중 초연한 곡이다. 이어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스탈린에게 밉보여 친척과 지인이 줄줄이 숙청당했던 쇼스타코비치가 ‘당국의 정당한 비판에 대한 소비에트 예술가의 답변’이란 부제로 내놨던 일종의 해명작이다. 일각에선 권력에 은밀히 저항하려 한 작곡가의 의도가 이 곡에 담겨 있다고 본다. 지중배도 “당의 입맛에 따라 썼다고 하지만 결국엔 절규”였던 작품으로 이해한다.
사회 억압에 마주했던 러시아 작곡가들을 통해 지중배는 “사회의 압박에서 고뇌에 빠진 30대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공연의 주제와 맞는 시도 생각했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다. “이 시의 구절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에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 시대를 뚫고 나가려는 청년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어떻게든 자기 목소리로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싶었던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여름엔 신앙을, 가을엔 동심을 그린다
여름인 7월엔 예술과 신앙에서 번뇌하는 중년을 다룬다.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중 5막 일부와 ‘성 세실리아를 위한 장엄 미사’를 무대에 올린다. 구노는 신학자의 길을 가려 했던 프랑스 작곡가다. 파우스트엔 타락에 물든 인간이 구원을 받는 과정이 담겨 있다.
지중배는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인천에 계신 신부님께 프로그램 북을 의뢰했다”며 “구노의 미사 작품으로는 5월 공연에서 사회에 저항했던 청년이 영혼의 안식을 찾는 과정을 그리려 한다”고 말했다. “스타워즈에서 아나킨이 아들을 만나 용서하는 것과 비슷한 공연 흐름”이라고. 신학적인 주제는 아니란다.
9월엔 어린이의 동심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쇼팽 콩쿠르에서 활약했던 피아니스트 이혁·이효와 마르티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 지중배는 “이 협주곡엔 체코의 동화적인 음악색이 묻어난다”며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도 준비해 아이들이 초콜릿 상자에서 초콜릿을 골라 먹듯 관객들이 다채로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연주해 아이가 성인이 돼 자신의 운명을 마주하게 되는 성장 서사를 표현한다.

겨울을 앞둔 11월 공연에선 지난해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이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으로 마무리한다. 낭만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들이다. 지중배는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처럼 설원에서 사랑하는 이가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테마로 잡았다”며 “노년의 관점에서 젊었을 적 사랑을 회상하듯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으로 세상을 많이 바꿀 순 없겠지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게 하거나 사회의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의 모습을 다루는 건 가능할 겁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는 M&M 시리즈를 통해 음악 공연이 보여주는 세계관을 접하셨으면 합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럴 거면 차라리 담배 팔지 마라"…흡연자들 '부글부글' [발굴단]
- 테슬라 찾던 아빠들 '환호'…신형 그랜저부터 싹 바뀐다 [현장+]
- 매일 8시간 스파르타 훈련…'데이터 싹쓸이' 中로봇의 '파격' [차이나 워치]
- '비만약' 먹고 살 빼는 예비신부 늘더니…'비명' 지르는 곳이
- "3일이면 오는데 3배 비싸네"…신선도 뽐내려다 댓글창 '발칵' [이슈+]
- "또 일본 갈 줄 알았는데"…5월 황금연휴 1위 여행지 어디?
- CIS, 첨단 정밀 장비로 日 배터리 업체도 홀렸다
- "한국에 최우선 공급하겠다"…중동 6개국 '깜짝 선언'
- "호텔서 커피 마셨더니…" 조회수 '300만' 대박 영상의 비밀 [현장+]
- "32만전자 간다"…삼성전자, 역대급 잭팟 예고에 주가 '들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