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AI의사·과학자가 놓치는 것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과학의 비약적 도약과 의학의 기적은 종종 기존 상식을 거부하는 '천재적 돌연변이'들의 몫이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 대신 자신의 직관을 믿었던 이들의 엉뚱한 가설이 난치병을 정복하고 새로운 물리 법칙을 세웠다.
AI 과학자는 수조 개의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화합물 조합을 제안하고, AI 의사는 표준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오진 없는 진단을 내린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학의 비약적 도약과 의학의 기적은 종종 기존 상식을 거부하는 '천재적 돌연변이'들의 몫이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 대신 자신의 직관을 믿었던 이들의 엉뚱한 가설이 난치병을 정복하고 새로운 물리 법칙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 연구실과 진료실은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평균의 엔진'에 점령당하고 있다. 데이터가 지배하는 시대, 우리는 어쩌면 다시는 뉴턴이나 히포크라테스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현장에서 마주한 AI 과학자와 AI 의사는 완벽에 가까운 보편성을 자랑한다. AI 과학자는 수조 개의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화합물 조합을 제안하고, AI 의사는 표준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오진 없는 진단을 내린다.
그러나 역설은 여기서 발생한다. AI가 내놓는 정답은 언제나 과거 데이터의 '평균치' 안에 머물러 있다. AI는 데이터가 보여준 적 없는 혁신적 가설을 세우지 않는다. 기존의 논리를 벗어난 소수 의견은 AI 알고리즘 안에서 '노이즈(오류)'로 취급돼 삭제된다. 99%의 확률로 정답을 맞히는 AI 과학자와 의사가 늘어날수록 기존 판을 뒤흔들 1%의 파괴적 혁신은 설 자리를 잃는다. 천재의 직관이 담당하던 영역이 데이터가 설계한 거대한 평균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이제 전문직의 가치는 AI가 가리키는 정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거부하는 의미 있는 예외를 포착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AI가 가장 안전한 길을 제시할 때 전문가인 인간은 그 길이 정말 최선인지 혹시 우리가 데이터의 감옥에 갇혀 혁신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야 한다.
연구실과 진료실에서 AI라는 강력한 동료를 얻었지만 전문가들은 역설적으로 더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지능이 평준화된 시대에 진짜 전문성은 모두가 옳다고 말하는 데이터의 뒤편에서 '아니오'를 외칠 수 있는 용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지능의 자동화가 가져온 풍요 속에서 데이터가 만들 수 없는 단 하나의 가치인 천재성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AI 시대, 인간 전문가에게 남겨진 숙제는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의심하는 일이다.
[고재원 과학기술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단독] 靑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작전 참여 검토”…‘항행의 자유’ 적극 관여 계획 - 매일
- ‘용진이형’네 집, 경기도에서 제일 비싼 단독주택…공시가 164억원 - 매일경제
- “여보, 주말만 일해도 월 수백 번대요”…요즘 ‘확’ 늘어난 N잡설계사 실체가 - 매일경제
- “왜 우리는 5백만원만 주나?”…SK하이닉스 하청노동자들 ‘성과 보상 차별’ 반발 - 매일경제
- 이미 결혼한 아들 ‘가짜 청첩장’ 뿌린 교장…정년퇴임 앞두고 ‘뒷말’ - 매일경제
- “주유하러 갔다가 퇴짜맞았는데”…내일부터 고유가 지원금 사용처 전면 확대 - 매일경제
- “이러다 기준금리마저 뛰면 어쩌나”…대출자 65% 변동금리로 몰렸다 - 매일경제
- 이란, 美에 전례 없는 군사조치 경고 - 매일경제
- “원베일리 vs 메이플자이”…초고가 아파트 ‘스포츠 맞대결’ 화제 - 매일경제
- 이강인이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 PSG-뮌헨 9골 명승부가 남긴 냉정한 현실 [MK초점]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