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갈 곳 잃은 내년 ‘프리즈서울’…亞 미술허브 구상 흔들리나
英본사 “서울서 장기적 미래 구축”
키아프도 일산 등 공간 변경 고심
미술계선 지방 개최 목소리도 나와

아시아를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자리잡은 ‘프리즈서울’의 내년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키아프리즈’를 중심으로 한국 미술시장을 아시아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30일 미술계에 따르면 프리즈서울은 2027년 9월로 예정된 아트페어 기간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 대형전시장 대관 신청을 하지 않았다. 코엑스가 내년 7월부터 18개월간 리모델링에 나서면서 개최 장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코엑스 앞 GTX 환승센터 등 영동대로 지하복합개발과 맞은편 현대자동차 신사옥 건립에 맞춘 지하 연결, 내부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서다. 2022년부터 시작된 프리즈서울은 매년 코엑스 3층 C,D홀에서 열렸고 키아프는 1층 A,B홀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이번 리모델링 공사로 전체 전시 면적의 60%가 폐쇄된다.

이에 대해 프리즈 런던 본사에서는 “우선 지금은 프리즈서울 2026의 성공적 개최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서울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 도시에서 프리즈의 장기적인 미래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화랑협회의 키아프는 내년도 아트페어 코엑스 대관을 단독으로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실제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24일 코엑스의 내년도 대형전시장 대관신청 계획안이 발표됐지만 신청 주체들이 다음달 초까지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해당 일정이 확정된다.
이성훈 화랑협회장은 “키아프와 프리즈의 공동개최에 대한 방향성은 확고하지만 개최 장소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라며 “프리즈 측과 논의하는 한편으로 코엑스와도 협의 중이라 현재로선 정해진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 키아프 내부 상황에 정통한 화랑협회 고위 관계자 A씨는 “일단 대관 신청은 했지만 공사로 어수선할 코엑스에서 아트페어를 진행하며 관객들을 초청한다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면서 “고양 킨텍스,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공동 개최가 가능한 다른 공간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 B씨는 “5월 11일로 예정된 화랑협회 이사회에서 내년에 당초 일정대로 코엑스에서 열지, 다른 곳으로 옮길지 의견이 모일 듯하다”면서 “프리즈 측도 본사 의견과 내부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트바젤’과 더불어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자리잡은 프리즈는 1991년 창간된 동명의 미술전문잡지를 기반으로 2003년 런던에서 시작했다. 런던 리젠트 파크에 텐트를 치고 공간을 조성한 혁신적 아트페어로 주목받았고, 2012년 뉴욕으로 진출한 후 LA로 확장했으며 2022년 아시아 첫 진출지로 서울을 택해 키아프와 5년 공동 개최를 진행해 왔다. 2023년에 뉴욕 아모리쇼, 엑스포 시카고까지 인수해 몸집을 키웠으며, 지난해 할리우드의 미디어업계 거물인 아리 엠마뉴엘이 프리즈를 인수할 당시 파이낸셜타임스 등 언론은 “2억 달러 규모의 빅딜”이라고 보도했을 정도다. 올 11월에는 ‘프리즈 아부다비’도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프리즈서울은 키아프와의 공동개최라는 ‘한 지붕 두 아트페어’의 시스템을 택해 한국 미술시장에 연착륙했다. 동시에 해외 미술계 주요 관계자들을 끌어들여 한국미술시장 ‘1조원 시대’를 견인했고 서울이 홍콩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도약할 발판을 만들었다. ‘키아프리즈’라는 조어까지 만들어낸 이 행사를 전후해 서울시는 ‘서울아트위크’를 통해 문화시설과 전시프로그램을 연계하고, 정부도 9월에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운영하며 지원하는 중이다. 동시 개최 효과로 키아프를 찾는 해외 미술계 관계자와 VIP 컬렉터의 수가 늘어나고 전시 수준, 작가발굴 역량이 발전하며 ‘K아트’ 확산에 기여한 것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프리즈 측이 새로운 공간을 물색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공원 부지에 프리즈 일부행사 개최를 제안한 적 있으나, 내년 하반기 무렵에는 이 지역에서도 건립공사가 시작된다. 기존 코엑스와의 유사한 선택으로 킨텍스가 유력하지만 국내외 VIP 컬렉터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텐트’로 상징되는 프리즈의 실험적 공간운영을 생각한다면 광화문광장과 세종문화회관을 연계한 외부공간 활용도 가능하겠지만 9월초 태풍 등 기상상황과 편의시설 확보 등이 쉽지 않다.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인 DDP라면 공간 매력도와 접근성도 높지만, 행사 기간에 맞춰 ‘전관 대관’ 수준의 파격적 지원이 필요하다. 소수 의견이지만 이참에 ‘프리즈 효과’의 전국 확산을 위해 지방 개최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태희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대도시 서울에 컨벤션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십여년 전부터 있었다”며 “프리즈서울의 개최 의지가 확고한 이상 광장 활용부터 대관 지원까지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프리즈서울은 9월2일부터 5일까지, 키아프는 6일까지 각각 코엑스 C,D홀과 A,B홀에서 열린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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