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검사 “한동수·임은정은 소환하는데, 채해병 사건은 총선 전에 소환 말라고 지시”…‘채해병 수사방해’ 재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직 부장검사가 채해병 수사외압 사건을 수사할 당시 공수처 지휘부가 윤석열 정부에 유리한 수사는 진행하면서, 불리한 수사는 지연시키는 지시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오세용)는 30일 오동운 공수처장, 이재승 차장 등의 직무유기 등 혐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김선규 전 부장검사는 직권남용 혐의로, 송창진 전 부장검사는 직권남용 및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로 이날 함께 재판받았다.
이날 재판에선 차정현 공수처 수사4부장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차 부장검사는 당시 채해병 수사외압 수사에 참여한 인물로, 전·현직 공수처 간부들이 수사를 방해하거나 고의로 지연시킨 정황을 진술할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차 부장검사는 2024년 2월 공수처 부장급 회의에서 ‘총선 전 채해병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차 부장은 “(해당 지시를 김선규 전 부장검사로부터) 직접 받지는 않고 이대환 부장검사를 통해서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수사 부서에선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을 소환하며 수사를 진행해, 당시 공수처 지휘부가 편파적인 수사지휘를 내리는 것으로 의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차 부장검사는 “한 전 감찰부장, 임 지검장을 부른 것을 두고 박상현 수사기획관과 제가 투덜거렸다”며 “조직의 수사계획을 (총선에)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특검 측이 “김 전 부장검사가 친정권적 수사를 하고, 정권에 지장을 줄 수사는 방해하는 식으로 개입한다고 수사팀에서 생각했느냐”고 묻자, 차 부장검사는 “그렇게 생각하는 수사관과 검사가 있었고, 저도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차정현 부장검사는 또 김선규 전 부장검사와 송창진 전 부장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는 것을 목격했다고도 밝혔다. 차 부장검사는 “송 전 부장검사는 청문회 때 ‘존경하는’이라고 말해서 알게 됐다”며 “김 전 부장검사는 윤 전 대통령을 형님으로, 김건희 여사를 형수님이라고 부르는 걸 몇 번 들어서 친분이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오 처장과 이 차장은 이날 재판부에 불출석 허가를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불허했다. 재판부는 “공수처장, 차장 등 사회지도층이 반대 신문권을 행사하겠다면서도 불출석하는 것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적어도 핵심 증인인 차정현·이대환 부장검사의 증인신문에는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이대환 부장검사의 증인신문은 21일 진행한다.
송 전 부장검사와 김 전 부장검사는 2024년 공수처 처·차장 직무대행을 지내며 채해병 수사 외압 사건을 배당받은 뒤 수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 재직 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변호하고도, 2024년 7월 국회에서 ‘이 전 대표가 채해병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고 위증한 혐의도 있다.
오 처장, 이 차장, 박 전 부장검사는 송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한 뒤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고 수사를 고의로 지연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혐의(직무유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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