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도 못 떠난다”…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자유 촉구

김혜진 기자 2026. 4. 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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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앞두고 이주인권단체 기자회견
“고용허가제가 폭력·착취 구조 고착화”
▲ 사진제공=이주노동자노동조합

#1. 파주 한 식육가공 공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이주노동자 A씨는 지난달 3일 16㎏짜리 바구니를 옮기다 손목과 허리를 다쳐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업무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A씨가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자 사측은 "베트남에 가라", "1년 내내 쉬라"며 폭언과 조롱을 이어갔다.

#2. 화성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베트남 이주노동자 B씨는 지난해 11월 이유도 모른 채 관리자에게 폭행을 당해 뇌진탕 증상 진단을 받았다. 머리와 양팔, 명치 부위를 맞았지만 재고용을 위해 60만원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현행 제도상 사용자가 재고용 허가를 요청한 노동자만 1년10개월 범위에서 취업활동 기간을 연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절을 앞두고 이주민 인권단체들이 이처럼 반복되는 이주노동자 폭력과 착취를 막기 위해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30일 전국이주인권노동단체는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가 위험한 사업장을 자유롭게 떠날 수 없다면 학대와 범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최근 발생한 에어건 상해 사건과 폭행, 협박 사례 등을 통해 이주노동자가 폭력을 당해도 사업장을 쉽게 이탈할 수 없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상 이주노동자는 폭행이나 임금체불 등 일정 요건을 입증해야만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를 스스로 증명하기 어려워 사실상 이동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괴롭힘을 당하거나 위험해도, 노동조건이 열악해도 사업주 동의 없이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며 "이주노동자 도입 30년이 넘었지만 권리는 여전히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폭력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정부가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해야 한다"며 "그래야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폭력은 반드시 근절돼야 하고 가해자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정부도 실질적인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최정규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주노동팀장)는 "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1항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사업장 변경은 사용자의 근로계약 해지, 휴업·폐업, 근로조건 위반, 부당한 처우 등 예외적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지만 이 사유가 현장에서 매우 좁고 엄격하게 해석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에게는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폭언을 당해도 떠날 수 없다면, 폭행을 당해도 떠날 수 없다면, 위험한 작업장에서 다쳐도 떠날 수 없다면 그 노동은 자유로운 노동이 아니다"라고 했다.

단체들은 사업장 변경 사유 및 횟수 제한 폐지, 이주노동자 주도의 체류 연장 신청권 보장, 폭력·괴롭힘 사업장에 대한 고용 제한 강화, 인권침해 사업주 명단 공개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청와대에 서한을 접수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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