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유권자 절반 이상 “기후공약 따라 지지 후보 바꿀 수 있다”
경남, 기후 정책 공감대 확대
탄소세 도입 등 긍정 비율 높아
화력발전 폐지 수용성 긍정적
“기후 정책들, 공약 반영돼야”

경남지역 유권자 절반 이상은 기후공약이 마음에 들면 평소 견해와 다르더라도 지지 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후 위기가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와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으면서 지방선거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남 기후 위기 인식조사 결과 발표 간담회'가 30일 오후 2시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경남도의회 4층 문화강좌실에서 열렸다. 시민단체 기후정치바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이 주최했다. 자리에는 30여 명이 함께했다.
주최 단체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전국 17개 광역시도별 기후 위기 인식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그중 경남지역 설문은 올해 2월 2일부터 23일까지 경남에 사는 18세 이상 시민 100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온라인 조사 방식이다.
결과를 보면, 응답자 58.6%는 "기후 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들면 평소 정치적 견해와 달라도 투표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전국 평균(53.5%)보다 높은 수치다. 반면 "공약과 관계없이 기존 지지 정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18.3%에 그쳤다.
또한 응답자 52.9%는 "기후 위기가 개인 자산 가치에 영향을 줬다"고 답변했다. 영향을 받은 자산 유형으로는 사업소득(40.4%)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부동산(20.1%), 금융자산(12.4%), 근로소득(11.6%) 등 순서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후재난 경험 비율도 높게 나왔다. 무엇보다 설문 참여자들이 최근 1년간 겪은 재난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폭염(60.7%)이다. 그다음은 산불(30.6%), 가뭄(23.1%)이었다. 홍수·침수(13.9%) 등도 뒤따랐다.
설문 참여자들은 기후 정책 수용력이 좋은 편이었다. 전기요금 차등화에는 66.3%, 탄소세 도입에는 64.6%가 찬성했다. 아울러 침수 방지시설 설치 의무화(78.4%), 취약 주택 냉난방·단열 지원 확대(68.0%), 낡은 건물 지원 확대(62.7%) 등 규제와 지원 정책 모두 과반 찬성률을 보였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건물 임대 제한 정책에도 57.8%가 찬성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토론도 이어졌다. 발제를 맡은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경남은 전국보다 기후공약에 따라 투표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이 높다"며 "기후가 실제 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기요금 차등제(66.3%), 탄소세(64.6%), 근거리 에너지 공급(71.9%) 등 주요 정책 관련 찬성률을 언급하며 "경남 유권자 기후 정책 수용성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역별로는 중서부 내륙권을 중심으로 산불·가뭄 등 기후재난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나 해상풍력 등 지역 현안도 비교적 긍정적 인식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강보금 경남매일 기자는 "기후 정책은 찬반보다 비용 부담 구조와 공정성 문제가 핵심"이라며 "해상풍력이나 햇빛소득마을 같은 사업도 시행 과정에서 자칫 업자들의 잔치로 흐를 우려가 있는 만큼,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부담하는지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상완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는 도민들이 지자체와 정치 지도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실증적 자료"라며 "조사 내용을 적극적으로 공표하고 공유해 실제 정책 요구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효율 주택 규제나 탄소세, 석탄발전 폐지 등 강한 정책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공공기후보험, 농민 기본소득 등 상시적 안전망 개선 요구도 컸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 정책이 실제 공약으로 반영되고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