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이드]AI 밸리의 첫 단추, ‘진짜 지역 기업’에 투자하라

정우주 2026. 4. 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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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주(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자문위원)
정우주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자문위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과 함께 약속된 연 최대 5조 원, 4년간 총 20조 원의 재정 지원은 우리 지역이 '글로벌 AI 밸리'로 도약할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 필자는 이 막대한 공적자금이 사라지는 '비용'이 아닌 증식하는 '자본'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그 첫걸음은 'AI·AX 메가펀드'의 조성과 집행이다. 그러나 자금의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로, 누구에게 흘러가는가'이다.

광주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AI 분야 협약 기업 352곳 중 실제로 본사를 이전한 곳은 29곳에 불과하다. 82%가량이 서류상 협약에 머문 셈이다. 일부 기업에 광주는 국비를 따내기 위한 '주소지', 보조금을 수령하는 '잠시 머무는 정거장'에 그쳤다. 핵심 인력과 의사결정은 여전히 수도권에 두고, 지역에 남는 것은 빈 사무실과 허울뿐인 통계다.

이제 전남광주특별시 AI 밸리는 '숫자 채우기'식 유치에서 벗어나 '진짜 지역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교한 투자 장치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지역 기여도 등급제'를 도입하자. 본사·C레벨 상주 여부, 지역 인재 고용 비율, 지역 발주액, 지역 R&D 투자액, 잔류 연수를 점수화해 A~D등급을 매기고 펀드 배정·각종 지원·세제혜택을 차등화하는 것이다. MOU 한 장이 아닌 '실적'이 자격증이 되어야 한다.

둘째, 단계별 분할 지급과 클로백(환수) 조항을 의무화하자. 미국 CHIPS법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업에 보조금 전액을 이자와 함께 환수한다. 우리도 자금을 한꺼번에 주지 말고 ①본사·연구소 소재 ②지역 인재 채용 ③잔류 의무 등 KPI를 달성할 때마다 분할 집행해야 한다. 약속을 어기면 즉시 회수하는 강력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앵커기업·스타트업 매칭 펀드'를 만들자. 지역에 본사를 둔 앵커 기업이 출자에 참여할 때 공적자금이 1:2~1:3으로 매칭하는 구조다. 앵커가 자기 자본을 직접 거는 만큼 '서류상 본사'는 발붙일 수 없다. 정부의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모델을 AI·AX에 특화해 결합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다.

넷째, 지역 대학·연구기관과의 공동 R&D를 투자 조건으로 포함하자. GIST·전남대·조선대·순천대 등 거점 대학과의 산학 인턴십, 공동 R&D, 공동 특허 출원 실적 등을 평가 기준에 넣어야 한다. 인재 유출 방지와 기업 정착이 동시에 가능한 양수겸장의 묘수다.

다섯째, 시민 옴부즈만 거버넌스로 투명성을 확보하자. 펀드 운용 결과를 매년 공개하고, 시민·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감사위원회가 '위장 전입 의심 기업'을 조사·공개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 시민의 돈에는 시민의 눈이 따라붙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메가펀드는 단순 보조금이 아닌 '지분 투자'의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필자가 제안해 온 'AI·AX 메가펀드'는 기업 성장을 돕는 파트너인 동시에, 그 수익을 'AI 기본소득' 기술이 만든 부를 시민에게 환원하는 새로운 분배 모델의 재원으로 삼는 막중한 임무를 띤다. 지역에 뿌리내리지 않은 기업은 성공해도 그 결실을 지역과 나누지 않는다. 오직 지역과 운명을 함께하는 기업만이 시민에게 기술의 결실을 돌려줄 수 있다.

지방자치 사상 유례없는 기회 앞에서 '유치 기업 수'라는 가시적 성과에 매몰되지 말자. 한 명의 청년을 더 고용하고, 지역과 함께해오며 지역 문제를 함께 푸는 창업가에게 메가펀드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위장 전입의 꼼수가 통하지 않는 정교한 거버넌스, 그리고 진짜 지역 기업이 주인공이 되는 투자 생태계. 이것이 20조 원의 약속을 시민의 삶으로 되돌리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이다.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