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채용 기준 다른데… 합병 후 직원 서열은 ‘입사일’ 순?
수습 기간도 대한항공이 더 길어… 대한항공 “직원 서열, 입사일 순으로”
KAPU “사측, 단협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입사일’ 기준 서열 원칙 설정”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후 양사 직원들의 서열 제도(시니어리티)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 사측이 직원 서열 기준에 대해 "입사일 순"으로 한다는 내용의 운영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KAPU) 측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KAPU가 사측의 '입사일 기준 서열 제도'에 대해 지적하고 반대하는 이유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부기장 채용 기준'에서 차이가 존재하고, 직원들의 '서열순위제도'에 대해서는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함에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기준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먼저 양사의 운항승무원 부기장 채용 기준을 살펴보면 최소 비행시간에서 차이가 난다. 대한항공 부기장 채용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비행시간을 최소 1,000시간을 충족해야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부기장 채용의 경우 비행시간 최소 기준이 300시간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채용 기준은 이미 10년도 더 전부터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부기장 채용 기준에서 차이가 나는 700시간의 비행시간을 채우려면 1년 6개월∼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동일 시점에 비행교육을 시작했다면 대한항공 부기장이 아시아나항공 부기장보다 입사일이 1년 이상 늦고 경력이 짧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실무에 투입되기 전 부기장 수습 기간도 차이가 있다. 양사의 부기장 수습 기간은 대한항공이 2년, 아시아나항공은 1년으로 다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입사일'만을 따져 서열을 정하게 되면 대한항공 부기장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게 KAPU 측의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부기장이 대한항공 부기장보다 상대적으로 입사일이 빠를 수 있는데, 대한항공 부기장들이 기장 승격에서 순서가 뒤로 밀리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KAPU 측에 따르면 서열순위제도는 '대한항공 단체협약'에 명시된 노사 합의 사항이다.
KAPU가 공개한 대한항공 단협 '제4장 인사' 항목에서 제23조·제24조·제25조에는 인사원칙과 서열순위제도, 기장승격 기간이 명시돼 있다.

KAPU 측은 이러한 단협 내용을 토대로 "조종사 서열 문제는 단협 제24조에 명시돼 있는 만큼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으로, 반드시 노사 간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면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서열 원칙을 설정하고 이를 설명하는 방식은 노사 간 신뢰를 심각히 훼손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시킨 행위"라고 규탄했다.
KAPU 측은 대한항공 사측의 합병 후 서열순위를 임의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단협 위반에 대한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28일 사측이 개최한 '기업결합 시 HR 통합 설명회'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KAPU는 "이번 설명회는 노조와 어떠한 사전 논의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것"이라며 "사측은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성실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한항공 측은 지난 28일 기업결합 HR 통합 설명회와 관련해 개최 일주일 전부터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전 직원에게 설명회 진행 관련 내용을 알렸다. 아울러 이번 설명회에 대해서는 임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개최했음을 강조하면서 합병 후 운항승무원 및 객실승무원들의 서열순위제도에 대해서는 논의를 지속해 합의점을 도출할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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