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천만 판돈 ‘쩐의 전쟁’...대구시장 선거, ‘실시간 베팅 시장’ 출렁
출마 포기·최종 후보 확정…이벤트마다 자금 이동
‘대박’ 노린 역배팅…9천700만 원의 매몰비용도


대구시장 선거를 둘러싼 '돈의 흐름'이 실시간으로 출렁이고 있다. 해외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는 선거 결과가 가격으로 거래되며, 후보 간의 우위도 실시간으로 빠르게 뒤바뀌고 있는 양상이다.
30일 오후 2시께, 대구시장 마켓의 누적 거래량은 10만5천944달러(한화 약 1억5천700만 원)를 돌파했다. 이러한 돈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짚어봤다.
◆4월24~26일, 정치적 불확실성과 자본의 이동
기존 폴리마켓의 대구시장 마켓은 이진숙, 유영하, 추경호 등 보수진영 후보들의 난립으로 분산돼 있었다. 그러나 4월24일 "이진숙, 내일 출마 입장 표명 예고"라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폴리마켓의 그래프는 즉각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불출마를 예상한 일부 투자자들이 미리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4월25일 오전 이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의 심장을 좌파에 넘길 수 없다"며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자, 이 전 위원장의 그래프는 수직 낙하하며 바닥에 꽂혔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자본이 대거 이동한 것이다.
갈 곳을 잃은 보수 성향의 베팅 자금은 즉각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시장의 관심은 '추경호 vs 유영하' 2파전으로 쏠렸다. 하지만 유영하 의원의 그래프는 힘을 쓰지 못하고 10%대 아래에 머무른 반면, 추경호 의원의 그래프는 4월25일 오후 1시께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그래프를 뚫고 올라가는 첫 '골든크로스'를 기록했다.

◆4월27~30일, 추경호 독주와 김부겸의 끈질긴 추격
4월27~28일 매일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추경호 후보(46.1%)가 김부겸 후보(42.6%)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으나,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여론조사에서는 김부겸 후보(47.5%)가 추경호 후보(39.8%)를 오히려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혼란은 시장에도 즉각 반영됐다. 4월28일 오후 5시, 폴리마켓에서는 일시적인 이변이 포착됐다. 김 후보의 그래프가 완만한 반등세를 타며 추 후보의 독주를 위협하는 '데드크로스'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보수의 심장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섞인 자금이 유입되며 판돈이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긴장감이 극에 달한 것은 4월28일 오후 10시께다. 김 후보의 그래프가 일시적으로 27%까지 수직 하락하는 '플래시 크래시(순간 폭락)'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이는 일시적 가격 왜곡 현상으로 해석된다.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일부 거래에 의해 가격이 급변할 수 있는 해당 시장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후보의 지지층은 저점 매수에 나서듯 다시 자금을 투입했고, 그래프는 이내 50% 선을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두 후보의 선이 꼬여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4월30일 오후 2시 현재, 상황은 추 후보의 안정적 우위(56%)로 다시 흐르고 있다. 하루 전 50% 내외에서 엎치락뒤치락하던 수치는 다시 11%포인트 차이로 벌어졌다.
◆'대박' 노린 역배팅…9천700만 원의 매몰비용도
특히 눈에 띄는 지표는 두 후보의 거래량이다. 현재 김 후보에게 걸린 총 거래대금(2만2천114달러)은 추 후보(1만7천896달러)보다 훨씬 많다. 이는 김 후보 당선 시 높은 배당(역배팅)을 노리는 공격적 자본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추 후보는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량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57센트로 김 후보(46센트)보다 더 비싸다. 시장은 추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더 견고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이번 선거 마켓에서 비극적인 지표도 확인됐다. 이진숙·유영하 등 경선 과정에서 낙마하거나 불출마한 후보들의 마켓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묶여 있는 '매몰비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 매몰비용은 총 6만5천885달러(한화 약 9천7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전 위원장의 불출마가 예견된 4월24일 탈출하지 못한 채 'Yes'를 택한 투자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자금이 묶였다. 당선 확률이 0%에 수렴하는 티켓을 사줄 매수자가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바람에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 매몰비용 9천700만 원은 6·3 지방선거 결과가 확정돼 해당 마켓이 '0원'으로 정산될 때까지 회수가 불가능한 자금이 됐다.
서고은 기자 goeun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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