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중에도 21명 처형·4000여명 체포···‘노벨상 수상’ 인권운동가도 위중

최경윤 기자 2026. 4. 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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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반이란 시위가 열리는 도중 이란 정권에 의해 처형된 이들의 사진이 길 위에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이 미국·이란 전쟁 발발 후 2개월 동안 국가 보안 혐의로 20명 넘게 사형을 집행했다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밝혔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시민 통제를 강화하면서 인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OHCHR은 2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지난 2월28일 개전 이후 이란에서 ‘국가 보안’ 관련 혐의로 최소 21명이 처형되고 40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사형이 집행된 이들 가운데 최소 9명은 반정부 시위, 10명은 반정부 단체 가입, 2명은 간첩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인 ‘이란인권’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최소 3646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중 최소 767명은 휴전이 발효된 지난 8일 이후 체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전쟁 기간에는 인권에 대한 위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며 “전쟁으로 이미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란 당국이 가혹하고 잔혹한 방식으로 국민의 권리를 계속 박탈하고 있단 점에 경악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보안상 이유라 하더라도 인권 탄압은 필요한 범위에서 비례적으로, 정당한 목적이 있을 경우만 허용될 수 있다”며 처형 중단과 자의적으로 구금된 이들의 즉각적 석방을 촉구했다. 이란이 국가 보안 관련 혐의를 광범위하고 모호한 기준으로 해석·적용해 어린이들까지 사형 위험에 내몰고 있다고 경고했다.

구금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정황도 확인됐다. 튀르크 대표는 수감자들이 신속한 재판과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했고,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일부 자백은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사형이 집행된 반정부 시위 관련자 9명도 자백을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환경 역시 열악한 것으로 파악됐다. 튀르크 대표는 “수감자들은 극심한 과밀 수용 상태 속에서 식량과 물, 위생용품, 의약품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란 남동부 차바하르 교도소에서는 식량 배급 중단에 항의하던 수감자들과 보안군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친 사례가 보고됐다.

202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란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 로이터연합뉴스

인권운동가에 대한 탄압도 확대되고 있다. 튀르크 대표는 이란 저명 인권 변호사인 나스린 소투데를 포함한 수십명의 인사들이 체포된 이후 구금 장소와 상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소투데 변호사는 미국과 전쟁을 치르는 이란 정부를 비판한 뒤 지난 1일 자택에서 체포됐다.

202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이란 여성 인권운동가인 나르게스 모하마디의 건강 악화 소식도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12월 체포된 뒤 열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잔잔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모하마디는 지난달 심장마비를 겪은 뒤 최소 한 달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 소견을 받았지만, 이란 검찰과 사법 당국은 병원 이송을 허가하지 않았다. 전날 그를 접견한 의료진은 모하마디의 상태가 “위독하다”고 전했다.

인터넷 접근 차단도 61일째 이어지고 있다. OHCHR은 “전 세계적으로 기록된 가장 길고 심각한 차단 사례”라며 “국민의 필수 정보 접근을 막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히잡 시위’ 변호한 이란 인권 변호사…‘전쟁 비판’ 이후 체포 [플랫]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061641001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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