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노출된 아이들”…10대 청소년, ‘오디파티’ 확산

최근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감기약, 수면유도제 등 일반의약품을 과다 복용하는 이른바 ‘오디파티(OD·Overdose)’가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일수록 더 위험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30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반의약품 과다 복용 경험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부 청소년들은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감기약, 수면유도제 등을 한 번에 다량 복용한 뒤 나타나는 신체 반응을 ‘오디파티’라고 부르며 이를 공유하고 있다. 접근성이 높은 일반의약품이 오히려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통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우려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약품 중독으로 진료받은 10대 환자는 2020년 1375명에서 2024년 1918명으로 약 40% 증가했다. 단순 호기심이나 일시적 행동으로 시작된 오남용이 실제 의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일반의약품이라도 과다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수면유도제의 주요 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은 과량 복용 시 항콜린성 반응으로 환각, 심박수 이상, 경련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감기약에 포함된 덱스트로메토르판 역시 다량 복용하면 환각과 호흡 억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해열진통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과다 복용 시 간 손상으로 이어지며, 심한 경우 간부전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소년의 경우 위험성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한양대학교 교육협력 명지병원 한창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의약품이라도 반복적으로 오남용할 경우 내성이 생기고, 더 강한 자극을 얻기 위해 복용량을 늘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뇌 조절 기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은 이러한 행동에 더욱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일탈로 볼 것이 아니라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 과다 복용하면 마약과 다를 것 없어
의약품과 마약은 법적·의학적으로 엄연히 구분되지만, 오남용이라는 관점에서는 위험성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 성분은 과다 복용 시 환각이나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의약품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인식이 오히려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도적 대응도 진행 중이다. 대한약사회는 지난해 ‘청소년 복용 주의 의약품 목록’을 전국 약국에 배포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일반의약품의 특성상 구매 자체를 강하게 제한하기 어려워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인식의 문제다. 개발원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과다 복용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올바른 의약품 사용 교육을 강화하고 SNS를 통한 잘못된 정보 확산에도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접근이 쉬운 만큼 관리도 더 정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별다른 제약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구조가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결합할 경우, 일상 속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여기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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