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그룹, 36년 만에 대기업 진입…그 중심엔 ‘HK이노엔’

양현우 2026. 4. 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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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ODM 업계 최초 ‘대기업’
‘신의 한 수’ 된 HK이노엔 인수
근오농림 등 내부거래 해소 ‘과제’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사진=콜마홀딩스
[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업계 최초의 ‘대기업’이 탄생했다. 창립 36년 만에 자산총액 5조 원을 돌파하며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콜마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자산총액 5조 원 돌파까지는 화장품산업 호황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 분야로 영역을 넓힌 전략이 자리한다. 특히, 그 중심에는 ‘HK이노엔’이 있다.

화장품 ODM 너머 ‘제약·바이오’로

30일 업계에 따르면 콜마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2026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이다. 콜마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 5조2428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콜마가 1조5290억 원, 제약·바이오 핵심 계열사인 HK이노엔이 2조969억 원이다.

콜마그룹의 모태인 한국콜마는 화장품 ODM 기업으로, 국내에서 ODM 전문회사가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콜마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7224억 원, 영업이익 2396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매출 1조631억 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09억 원이다. 건강기능식품 ODM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7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66억 원으로 8.2% 증가했다.

눈에 띄는 건 화장품 ODM 전문 콜마그룹에서 제약·바이오 계열사 HK이노엔이 그룹 전체 자산의 약 40%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화장품 사업의 수출 호황을 넘어서 제약·바이오 분야로 영역 확장 전략이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HK이노엔 사옥. /사진=HK이노엔

‘일등공신’ HK이노엔, 케이캡으로 승승장구

고객사의 발주에 의존해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 간 B2B(기업 간 거래) 제조의 한계를 고부가가치 ETC(전문의약품) 신사업으로 돌파했다. 이에 더해 2018년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주도로 1조3100억 원을 투입해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인수한 결단이 ‘대기업 콜마’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HK이노엔의 성장을 이끈 핵심 품목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이다. 케이캡은 지난해 2179억 원의 처방실적을 거둔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한 585억 원을 기록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력 품목의 호조에 힘입어 HK이노엔의 올 1분기 매출은 25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32억 원으로 30.8% 올랐다. 케이캡은 현재 중국·몽골·필리핀·멕시코·인도네시아 등 해외 19개국에 진출,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케이캡은 지난 1월 임상 3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허가신청서를 제출하며 미국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미국에서 케이캡과 같은 P-CAB 계열 제품은 파마슈티컬스의 ‘보케즈나’가 유일하다.

보케즈나는 출시 1년 차에 매출 6000만 달러(약 884억 원), 2년 차에 1억8000만 달러(약 1473억 원)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증명한 만큼, 해당 분야의 시장성은 입증됐다는 평가다. 케이캡이 미국시장 진출까지 성공한다면 HK이노엔뿐만 아니라 그룹 전반의 수익성을 끌어올려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검증대 오른 내부거래…내부 의존도 ‘99.9%’ 숙제

자산 5조 원 돌파로 대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된 콜마그룹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의무 등 전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게 된다. 가장 큰 숙제는 높게 형성된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을 해소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콜마그룹 계열사들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내부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은 건강기능식품 원료 등을 공급하는 농업회사법인 ‘근오농림’이다. 근오농림은 지난해 총매출 약 188억 원 중 99.9%에 달하는 187억7214만 원을 콜마비앤에이치 등 특수관계자를 통해 거뒀다. 사실상 외부 일감 없이 100% 계열사 일감으로만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마스크팩 전문 제조사인 '콜마스크'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402억 원의 총매출 중 83.2%인 334억 원이 한국콜마 등 계열사 간 거래에서 발생했다. 화장품 포장재와 물류를 담당하는 '에치엔지'도 지난해 총매출 1012억 원 중 65.2%인 660억 원을 한국콜마, 콜마비앤에이치 등 그룹 내부거래로 채웠다. 그룹의 외형 성장을 이끌었던 내부거래 매출이 대기업집단 편입과 함께 검증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콜마그룹은 대기업 지정을 앞두고 일감 몰아주기 뇌관을 인지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1월 한국콜마에 콜마스크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이와 함께 에치엔지도 한국콜마 종속회사 콜마유엑스에 화장품사업 부문 자산과 부채 등을 양도했다.

하지만 내부거래 비중 99.9%에 달하는 근오농림의 경우 대기업 지정 전후로 아직 뚜렷한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지 않다.

앞서 콜마그룹 지주사 콜마홀딩스는 지난 3월 주주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의 일환으로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대규모 내부거래 사전 차단과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확장된 체급에 걸맞은 책임경영과 투명한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AI 기반 연구개발과 생산 혁신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려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할 것”이라고 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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