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형 선박에 뚫린 대한민국 해상 경비망…군·경·해경은 ‘선 긋기’
![중국인 2명이 밀입국할 때 이용한 소형 선박. [제주경찰청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30/mk/20260430160901714bykk.jpg)
중국 칭다오시에서 출발한 소형 선박은 제주시 한경면까지 직선거리로 570㎞를 항해하는 동안 해군과 해경, 경찰의 감시를 모두 벗어나 우리나라 영토에 다다랐다.
해군과 해경은 물리적으로 우리나라 해상을 오가는 모든 선박을 감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해안 경비를 맡고 있는 경찰은 해상에서 밀입국 시도를 저지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중국인 2명 밀입국…“양파 따러 왔습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중국인 A씨와 B씨는 지난달 27일 낮 12시께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서 길이 6~7m 규모의 2t급 소형 선박을 타고 다음날 오전 10시께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 해안가로 밀입국했다. 약 22시간 동안 직선거리로 570㎞를 항해하는 동안 해군과 해경의 검문검색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들의 밀입국은 A씨가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20일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해 서귀포시내 길거리에서 A씨를 붙잡았다. 이후 신원 확인 과정에서 A씨의 밀입국 사실을 확인해 B씨까지 검거했다.
이들은 과거 제주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제주에서 농사일을 하다 적발돼 본국으로 추방됐다 다시 돈을 벌기 위해 중국인 브로커에게 각각 3만위안(한화 약 650만원)과 3만5000위안(약 760만원)을 내고 밀입국했다. 해군과 해경, 경찰의 감시를 모두 뚫고 향한 곳이 제주의 한 양파 수확 현장이었던 것이다.
■해군·해경 “모든 선박 감시 물리적으로 불가능”
A씨와 B씨의 밀입국은 대한민국 해상 경비망이 촘촘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이들이 탄 소형 선박은 우리나라 영해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해군과 해경에 적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해경은 현재 가동하고 있는 경비함정만으로는 모든 선박을 감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이 가동 중인 경비함정은 총 20척이다. 3교대로 투입하다보니 실시간 해상 경비에 나서는 경비함정은 제주 동서남북 각 해상과 외해, 이어도 등 6~7척에 불과하다. 제주 해상을 오가는 모든 선박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육상에서 철책을 두르듯 일정한 간격으로 경비함정을 배치해야 하지만 6~7척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해경의 입장이다.
해경 관계자는 “해상에서 의심스러운 선박이 관측되면 검문검색을 하고 있지만 경비함정 간의 거리가 멀어 실시간으로 모든 선박을 감시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라며 “특히 경비함정은 밀입국 감시가 아닌 불법 조업 단속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처럼 밀입국을 시도하는 소형 선박의 경우 해상보다는 연안이나 해안에 가까워졌을 때 단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해군도 해경의 입장과 같다. 해군 관계자는 “해상에 투입된 해군 함정은 밀입국 선박 검색이 주 임무는 아니”라면서 “통합방위작전 지원에 더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운항 중인 선박 검문검색 권한 없어”
제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해안선 551.7㎞ 전체가 ‘경찰작전책임지역’이다. 제주경찰청 소속 제주해안경비단이 해안선 치안 유지를 맡고 있다. 이번 중국인 소형 선박 밀입국 사건의 경우 A씨의 밀입국 사실이 확인되자 B씨까지 빠르게 검거하고, 밀입국 방법과 경로 등도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해안 경비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운항 중인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 권한 자체가 없고, 이번 밀입국 사건에 이용된 선박의 경우 우리나라 어선과 흡사해 밀입국 의심을 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사건 선박의 경우 제주 해상에서 흔하게 보이는 소형 어선”이라며 “밀입국 당시 제주해안경비단의 ‘TOD’(열영상탐지장비)에 포착되긴 했지만 특이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상에서의 검문검색은 국가경찰의 업무가 아니라서 권한이 없다”며 “밀입국한 피의자들은 경찰이 빠르게 검거했지만, 해상에서의 밀입국 시도는 해경에서 관할하는 업무”라고 밝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인들이 소형 선박을 타고 우리나라로 들어와 밀입국했지만 해상 경비를 맡고 있는 해군과 해경, 경찰은 모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먼바다에서는 함정을 피하면 해군과 해경의 감시를 받지 않을 수 있고, 육지와 가까워져도 해외 어선으로 식별되지 않으면 밀입국 의심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마무리되면 해군, 해경과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 고경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용진이형’네 집, 경기도에서 제일 비싼 단독주택…공시가 164억원 - 매일경제
- “여보, 주말만 일해도 월 수백 번대요”…요즘 ‘확’ 늘어난 N잡설계사 실체가 - 매일경제
- “주유하러 갔다가 퇴짜맞았는데”…내일부터 고유가 지원금 사용처 전면 확대 - 매일경제
- “왜 우리는 5백만원만 주나?”…SK하이닉스 하청노동자들 ‘성과 보상 차별’ 반발 - 매일경제
- 이미 결혼한 아들 ‘가짜 청첩장’ 뿌린 교장…정년퇴임 앞두고 ‘뒷말’ - 매일경제
- “할부 했더니 실적 0원?”…직장인이 몰랐던 카드의 ‘숨은 규칙’ - 매일경제
- [단독] 靑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작전 참여 검토”…‘항행의 자유’ 적극 관여 계획 - 매일
- “해킹 당했습니다” “저희가 한건데요”…금감원 불시모의해킹 늘린다 - 매일경제
- “이러다 기준금리마저 뛰면 어쩌나”…대출자 65% 변동금리로 몰렸다 - 매일경제
- 이강인이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 PSG-뮌헨 9골 명승부가 남긴 냉정한 현실 [MK초점]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