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엔 '모방'이라며 고소…탬버린즈 팝업, 마르지엘라 연상에 '다른 기준' 논란

김나연 기자 2026. 4. 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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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소재 활용한 시향 툴…마르지엘라 전시 연상 지적
유사성 논란 속 모회사 아이아이컴바인드 ‘기준 일관성’ 도마
탬버린즈 하우스 노웨어 도산 내부. ⓒ김나연 기자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경쟁사에는 '모방'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던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자사 브랜드 탬버린즈 팝업을 둘러싼 유사성 논란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어(머리카락)를 핵심 소재로 한 공간 연출이 약 3년 전 마틴 마르지엘라 전시와 구조적으로 닮았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30일 패션·아이웨어업계에 따르면 탬버린즈는 지난 10일부터 내달 30일까지 하우스 노웨어 도산에서 헤어 컬렉션과 새로운 향 '썸머테일스' 출시를 기념한 팝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팝업은 탬버린즈와 아티스트 모니카 필로니가 함께 기획했다. DOLL SERIES 오브제를 비롯해 헤어 질감을 강조한 디스플레이와 헤어 모형의 시향 툴 등이 배치됐다. 향과 오브제, 설치물 등을 결합한 체험형 공간으로 구성돼 방문객이 공간 전반을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인식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현장에서는 헤어 퍼퓸, 헤어 오일, 헤어 퍼퓸 스크런치 등으로 구성된 헤어 컬렉션 전 라인업이 공개됐다. 해당 컬렉션은 탬버린즈가 처음 선보이는 헤어 카테고리다.

탬버린즈 하우스 노웨어 도산 내부. ⓒ김나연 기자
탬버린즈 하우스 노웨어 도산 내부. ⓒ김나연 기자

이와 관련해 업계 안팎에서는 해당 연출 방식이 기존 전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탬버린즈 팝업이 약 3년 전 열린 마틴 마르지엘라 국내 첫 대규모 기획 전시의 연출과 일정 부분 닮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모방 논란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해당 전시에서는 머리카락을 활용한 작품들이 다수 설치됐다. 명품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창립자로 잘 알려진 마틴 마르지엘라는 어린 시절 이발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신체에 대한 관심을 작품 전반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 실리콘 오브제 위에 가발을 씌우는 방식 등을 통해 신체의 변화와 노화, 죽음 등을 표현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금발부터 백발 가발을 활용해 전시된 '바니타스'는 나이 들어가는 과정과 삶의 유한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당시 전시에서는 머리카락이 주요 소재로 활용됐다. 얼굴이 가려진 가발, 신체 일부를 강조한 조각상, 모발이 덮인 오브제 등 헤어를 비롯해 신체를 클로즈업한 작품들이 전시장 전반에 배치됐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상에 모발을 덧입힌 방식은 익숙한 대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연출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3년 전 마틴 마르지엘라 국내 전시에 설치된 모발로 덮인 오브제 모습. ⓒSNS 캡처
탬버린즈 팝업 콘셉트와 유사성 논란이 제기된 모발로 덮인 오브제. ⓒSNS 캡처

이번 탬버린즈 팝업 역시 '헤어'를 핵심 소재로 시향 툴부터 공간 전반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접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머리카락의 질감과 형태를 시각적으로 확장한 설치 요소에 체험형 구조를 결합해,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읽힌다.

이와 맞물려 경쟁사에는 강경 대응을 이어온 아이아이컴바인드의 행보와 비교되면서, '기준의 일관성'을 둘러싼 시선도 더해지고 있다.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해 12월 경쟁 브랜드 블루엘리펀트를 상대로 제품 및 공간 디자인 모방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이후 수사기관은 일부 제품 디자인 유사성을 근거로 전 대표 등 관계자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해당 사안은 아이웨어업계 내 디자인 보호 기준을 둘러싼 대표적인 분쟁 사례로 평가된다.

당시 블루엘리펀트 측은 안경 산업의 구조적 특수성을 강조하며, 인체공학적 제약으로 인해 디자인 유사성이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러한 주장 역시 디자인 보호 기준을 둘러싼 논쟁의 한 축으로 제기되고 있다.

탬버린즈 하우스 노웨어 도산 내부. ⓒ김나연 기자

현재 업계에서는 디자인 보호와 산업 특수성 사이의 경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신제품 출시 주기가 짧고 기능·구조적 제약이 존재하는 산업 특성상 일정 수준의 유사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과,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는 디자인 요소는 별도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브랜드를 지향하는 소비층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복합 공간이나 팝업스토어 형태의 매장 운영 역시 업계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흐름이다. 개별 브랜드의 전략과 방향성 차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디자인 유사성과 모방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기준 일관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경쟁 브랜드에는 법적 대응을 불사하면서도, 자사 브랜드의 공간 연출을 둘러싼 유사성 논란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탬버린즈 측은 이 같은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 탬버린즈 관계자는 "헤어 컬렉션에 사용된 시향 툴은 브랜드 내부에서 자체 기획·제작한 오브제로, 특정 브랜드의 오브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시향 툴은 헤어 제품을 보다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출발해 초기 콘셉트 단계부터 개발을 거쳐 완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콘셉트 유사성 논란을 넘어, '모방'과 '영감'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나아가 그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업계 선두주자이자 디자인 보호를 강조해 온 기업일수록 스스로 그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모방의 기준이 타사에는 엄격하고 자사에는 느슨하게 적용된다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명확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yeonpil@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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