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재평가 요구되는 초대국무령 이상룡 선생···복원 앞둔 생가 임청각 가보니[현장]
항일 무장운동의 중요 기반 마련했지만 평가 미흡
국회·정부·학계 등 업적 재평가 필요성 제기

“아이고 내가 속이 다 시원하네. 이제야 제 모습을 찾니더.”
경북 안동시 구시가지 동쪽 끝 낙동강변에 자리 잡은 고택 임청각(보물 182호)에서 지난 23일 만난 김수환씨(60)가 철로가 걷힌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철로는 지난 80여 년간 고택 앞을 가로질러 있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인 임청각은 선생과 동생·아들·조카·손자 등 9명 혈족과 부인 김우락 여사, 손자 며느리이자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린 허은 여사까지 총 11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곳이다.
임청각은 1941년 중앙선 철로가 개설되면서 일부가 훼손됐다. 당시 일제가 이 선생의 집안을 ‘불령선인’이라 규정하고, 99칸 고택 중 행랑채와 부속채 등 50여 칸을 헐어 철로를 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불령선인은 일제가 식민 통치에 저항하거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조선인을 지칭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임청각을 가로지르던 철로는 2021년 중앙선 KTX 개통으로 그 기능을 잃었다. 철로가 걷힌 자리에는 산책로와 주차장 등 관람객 편의 시설이 들어섰다. 고택 인근 철로 54m 구간은 원형 그대로 남겼다.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다.

임청각 복원 사업에 참여한 한 인부는 “임청각 복원을 단순한 공사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작은 일 하나에도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청각 복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국가유산청과 경북도, 안동시는 2018년부터 280억원을 투입해 ‘임청각 보수·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수·정비는 석주 선생의 조상 허주 이중악(1726~1773)의 화첩 ‘허주부군산수유첩’에 실린 ‘동호해람’과 1940년 전후 촬영된 사진, 지적도 등을 근거로 이뤄지고 있다.
종택과 군자정은 보수를 마쳤다. 핵심 시설인 ‘역사문화공유관’도 시범 운영을 거쳐 오는 8월 정식 개관한다. 사라진 재현 가옥 2동은 내년 하반기 중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전체 복원 작업도 끝난다.
고성 이씨 종손으로 태어난 석주 선생은 경술국치 이후인 1911년 독립운동을 위해 임청각 등 재산을 처분하고 가족 50여 명과 함께 만주로 망명했다. 당시 53세였던 그는 “공자와 맹자를 시렁 위에 올려놓았다가 국권을 회복한 뒤 읽자”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무장 독립 투쟁의 토대를 마련한 석주 선생은 1925년 임시정부 2차 개헌 때 초대 국무령을 맡았다. 1932년 중국 지린성에서 숨을 거두며 “광복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내 유골을 조국으로 가져가지 말라”고 했다.
최근에는 석주 선생의 서훈(독립장·3등급)을 두고 공적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동의병 자금 지원, 가야산 의병기지 구축, 만주 망명 이후 길림 강습소와 마륵구 공장 등을 운영하며 항일 무장 투쟁 기반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공훈록에는 제한적으로만 서술돼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1등급인 대한민국장은 김구 선생과 이승만 대통령 등 임시정부 수반을 포함해 33명에게 수여됐다. 2등급인 대통령장 수훈자는 90명으로 박열 열사와 신채호 선생, 신돌석 장군, 이봉창 의사 등이 있다.
국회와 정부, 학계에서도 독립 유공자 공적 재평가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국가보훈부 주재 학술 대회에서도 재평가 필요성이 제기된 인물 13명에 석주 선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서도 안동 유림을 중심으로 서훈 재평가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김호태 이상룡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30일 “초대 국무령을 지내고 독립운동의 기틀을 닦은 석주 선생의 서훈 등급이 낮은 것은 분명하다”며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공적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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