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CU BGF로지스, 교섭 완전 타결
김동욱 위원장 “화물노동자 교섭 대상 인정 의미”
이민재 대표 “노사 신뢰하는 생태계 만들겠다”

전국화물연대와 BGF로지스 간 교섭이 긴 진통 끝에 완전히 타결됐다. 화물연대 노동자 사망 이후 10일 만이다.
양측은 30일 오전 11시 30분 교섭이 진행됐던 진주고용노동지청에서 단체합의서 조인식을 열었다. 이날 조인식에는 김동국 화물연대 위원장, 이민재 BFG로지스 대표, 물류 운송업체인 석중태 일성로지스 대표, 이강욱 진주고용노동지청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 대표와 관계자 등은 숨진 조합원을 추모하는 묵념을 한 후 단체합의서에 서명했다.
단체합의서에는 분기별 유급휴가 1회로 휴식권 보장, 운송료 7% 인상, 화물연대 노조 인정과 단체교섭 정례화, 파업에 따른 불이익(민·형사상 책임) 철회, 회사는 숨진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유가족에게 사과 표명 등이 담겼다. 교섭 마지막까지 의견차를 보였던 숨진 노동자 명예회복과 유가족 위로 방안 등도 포함됐다.
김동욱 위원장은 "이번 합의는 그동안 부정돼 왔던 화물연대의 교섭 주체성과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다단계 외주 구조 속에서 원청이 책임을 회피해온 기존 관행을 넘어, 화물노동자들을 교섭 대상으로 인정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민재 대표는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가맹점주와 함께 상품 공급 차질로 불편을 겪은 고객분들께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서 "이번 협약을 통해서 노사가 서로 신뢰하는 노조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소중한 마중물이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단체합의서를 체결한 이후 파업을 끝내고 CU진주물류센터 봉쇄도 해제했다. 숨진 노동자 장례는 노동·시민사회장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장례 장소와 일정은 유가족과 협의해 확정할 계획이다.
서울지노위 결정과 정부 조속 해결 의지 교섭 영향
진전이 없던 양측 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은 서울지방노동위 판단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노위는 지난 2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제기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 이의신청 시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CJ대한통운과 한진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화물연대를 제외했으나, 지노위는 화물연대 역시 정당한 교섭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노조법상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자 지위와 교섭권을 재확인한 결정이었다.
이번 서울지노위 결정으로, 교섭 이전부터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파업 중인 화물연대 노동자를 '법외 노조'로 규정하며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한 BGF로지스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된 것이다.
정부도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중재에 나서며 노력을 기울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은 4차례 걸친 교섭이 진척이 없자 28일 5차 교섭이 열리는 진주노동지청을 방문해 직접 중재했다.
특히, BGF로지스의 모회사인 BGF리테일이 원청이며,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차 기사도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혀 화물연대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동국 위원장은 조인식 이후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를 정부에서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지고 지시한 걸로 알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민주당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노동자 사망 이후 본격 교섭 시작
화물연대와 BGF로지스 간 교섭은 지난 20일 발생한 화물연대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시작됐다.
이달 5일부터 화물연대는 진주를 비롯해 경기 안성·화성, 전남 나주 등 4개 물류센터에서 BGF로지스 모회사인 BGF리테일을 상대로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집회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일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CU진주물류센터를 나서던 2.5t 화물차가 이를 막던 조합원 3명을 치는 참극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화물연대 노동자 1명이 숨졌다. 1명은 중상, 1명은 경상을 입었다.
사고가 발생하자 화물연대는 "교섭에 응하지 않는 BGF 측이 원인을 제공했고 경찰의 잘못된 대처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분노했다. 전국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진주 집회 현장으로 대거 모여들면서 투쟁 수위가 갈수록 고조됐다.
사망 사고와 함께 당일 김영훈 장관이 집회 현장을 방문해 화물연대 지도부와 면담한 이후 화물연대가 요구한 BFG 측과의 교섭이 급물살을 탔다. 화물연대와 BGF로지스는 지난 22일 상견례를 거쳐 같은날 대전에서 1차 교섭을 시작했다.
그러나 BGF로지스 측은 교섭 중에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교섭 대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화물연대의 강한 반발을 샀다. 4차까지 열린 양측 교섭은 마라톤 협의에도 진척 없이 교착상태에 놓였었다.
이후 서울지노위 판정이 교섭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대화 물꼬가 터지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더해 김영훈 장관이 5차 교섭이 열리는 진주고용노동지청을 방문해 직접 중재하면서 잠정 합의안이 나오게 됐다.
양측은 잠정 합의안이 나온 이후 29일 오전 11시 조인식을 열기로 했다. 숨진 조합원 명예 회복 등 일부 세부 조항 의견차로 교섭이 난항을 겪으며 조인식이 연기되기도 했으나, 마라톤 협의 끝에 29일 늦은 저녁에 타결됐다.
화물연대는 "이번 사망사고 원인이 경찰의 관리 실패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 숨진 노동자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1일 오전 11시 30분 경남경찰청 앞에서 경찰청 내부 감찰 요구와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허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