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기업 인재육성 부서, '전략 기능'으로 탈바꿈해야 [더 라이프이스트-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1986년 삼성 그룹 입문교육에 참석했다. 23박24일 일정으로 주말에도 교육을 받아야 했다. 당시 교육의 모토는 '강한 삼성인 육성'으로 기억한다. 삼성인으로서의 마음가짐과 자세, 기본 예절, 삼성의 철학과 가치, 공동체 의식 함양 등이었다. 오전 6시 기상해 오후 9시까지 교육이 진행됐다.
수련기가 있어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이튿날 아침 제출하면 지도 선배가 한 명씩 코멘트해줬다. 24일의 일정이 끝나는 날 각자 배치 회사가 발표되고 함께 했던 동기들이 삼성 각 관계사로 떠났다. 이들은 이후 삼성의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각자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일본의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스타 고노스케는 “어려운 시기일 때, 그동안 하지 못한 직원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회사의 경쟁력은 임직원 역량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기술과 자본은 모방 가능하지만 인재는 차별화된 경쟁력의 원천이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고 환경이 안정돼 있을 때는 한 번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 평생 먹고 살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 변화가 너무나 신속하게 변하고 모호하며 불확실하다. 이러한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성장하지 않는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회사의 직원들은 편안함을 뒤로 하고 그 회사를 떠난다. 성장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회사와 상사를 떠나는 것은 그만큼 성장의 가치가 중요하단 뜻이다. 직원이 머물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회사와 CEO의 관심과 참여도 중요하지만, 인재육성 부서와 담당자의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의 인재육성은 참석자가 직무를 떠나 특정 강의실에서 강사와 교재로 집합 교육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회사도 인재육성의 중요성을 인식해 직무, 리더십, 글로벌 교육 등이 계층별 또는 직무별로 실시됐다. 코로나19가 지나갔지만 여러 이유로 인재육성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인재육성팀은 한직이 되어 버렸다.
현재 인재육성 부서의 경쟁력의 핵심은 무엇인가?
왜 인재육성팀이 경쟁력 없는 망해가는 한직이 되었는가?
인재육성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강한 인재육성 조직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처럼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인재육성팀이 경쟁력을 잃고 '한직'이 된 이유는 대략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교육이 비용으로만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성과와 연결되지 않으니 불황기마다 가장 먼저 축소 대상이 된다. 둘째, 공급자 중심 교육 운영이다. 듣기 좋은 강의를 제공했지만 실제 성과를 측정하기도 어려웠고 실제 이어지지 않았다. 셋째, 현장과의 단절이다. 교육 내용이 실제 업무와 괴리되면서 현업 적용이 불가능했고 신뢰를 잃었다. 넷째, 디지털 전환 대응 부족이다. 코로나19 이후 학습 방식이 바뀌었지만 기존 방식에 머물렀다. 비대면 교육은 효과가 없다는 경영층의 인식도 한 몫한다. 다섯째, 인사 내 위상 약화다. 채용, 평가, 보상 대비 성과 기여도가 낮다고 판단돼 전략 기능에서 밀려났다.
인재육성 부서의 변화의 방향과 방안
이제 인재육성은 코로나19 이전의 단순 교육을 위한 교육 운영이 아니라, 이제는 사업 성과를 만들어내는 전략 기능으로 재정의돼야 한다.
현재 인재육성 부서의 경쟁력 핵심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 연계성이다. 교육이 아니라 매출, 생산성, 품질 등 경영성과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다. 교육 참여율이 아니라 역량 향상, 성과 변화, 이직률 감소 등 정량적 지표로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셋째는 현장 밀착형 설계 역량이다. 본사 중심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맞춤형 학습이 핵심이다. 넷째는 디지털 학습 설계 능력이다. 온라인, 마이크로 러닝, AI 기반 학습까지 포함한 학습 생태계를 설계할 수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강한 인재육성 조직이 되기 위해서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첫째, 교육을 사업의 문제 해결 프로젝트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생산성 향상이 목표라면 교육 후 실제 개선 과제를 수행하고 성과를 측정해야 한다. 사업과 연계된 현업 적용 가능한 과제 중심의 학습이다. 인재육성 부서는 진단과 컨설턴트의 역량이 필요한 이유다.
둘째, 현장 리더를 육성의 주체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리더가 바뀌어야 조직과 구성원이 바뀐다. 현업 팀장이 강한 조직과 구성원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 일을 통한 육성이 되도록 학습이 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데이터 기반 학습 관리 체계 구축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의 설계와 운영, 나아가 기록 관리가 되어야 한다. 단순 교육 이수보다 역량 변화와 성과를 추적해야 한다.
넷째, 혼합형 학습 체계 구축이다. 온라인 학습, 오프라인 워크숍, 프로젝트 학습을 결합해 지속적으로 학습이 일어나도록 브랜디드 러닝을 설계해 우수 핵심인력에 집중해야 한다.
인재육성은 교육을 잘하는 부서가 아니라 조직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기능이어야 한다. 지금의 위기는 역할을 잃었기 때문이지,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인재육성이 다시 중심으로 올라오려면 교육을 넘어 사업과 연결된 전략 기능으로 스스로를 재정의해야 한다. 결국 본질이 중요하다. 수단에 의해 본질이 크게 훼손되거나 폐지되면 곤란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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