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미란다, 강화된 여성연대 … 20년 만의 ‘악마프라다2’ [플랫]

플랫팀 기자 2026. 4. 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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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의 고전적인 스카이라인을 비추는 샷 위로 힘찬 걸음을 재촉하는 음악이 흐른다. 노래가 이어지고, 커리어우먼의 정석 같은 차림을 한 ‘앤디’(앤 해서웨이)가 어디론가 자신 있게 걸어간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리프)와 ‘앤디’(앤 해서웨이)가 선글라스를 낀 채 나란히 서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년 만의 속편으로 돌아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데이빗 프랭클 감독)는 첫 장면부터 향수를 자극한다. 2006년 개봉한 1편의 ‘톤 앤드 매너’를 그대로 살린 오프닝을 보고 있자면, 그 작품이 얼마나 아이코닉했는지를 자연히 회상하게 된다. 영화를 보며 뉴요커, 패션업계 관계자, 입지전적인 리더 등을 꿈꿨던 과거의 자신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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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소환은 잠깐이다. 영화는 우리의 기억 속 사회초년생 앤디와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리프)도 별 수 없이 20년의 세월을 비켜갈 수 없었음을 보여준다.

앤디는 꿈꾸던 대로 인정받는 탐사보도 저널리스트가 됐고, 미란다도 편집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언론, 패션, 콘텐츠 업계는 전과 같지 않다. 기자상을 받으러 시상식에 참석한 앤디와 팀원들은 집단 해고를 문자로 통보받는다. 모회사의 적자 및 재정 위기가 이유다. <런웨이>는 자신들이 긍정적으로 소개한 기업에서 노동 착취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다. 미란다도 ‘캔슬 컬처(취소 문화)’를 피하지 못한다. 그를 조롱하는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도배된다. 영화는 실직한 앤디가 이미지 쇄신이 필요한 <런웨이>에 재입사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리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전편이 앤디의 성장담이었다면, 이번에 변화하는 건 미란다 쪽이다. 1편의 미란다는 능력이 뛰어나나 성질 고약하고 인간미 없는 상사였다. 2편의 미란다도 그러하다. 대외적으로 미란다는 아직도 우아하고 고압적인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다. 다만 그를 바라보는 앤디의 품이 넓어졌다. 20년간 리더의 자리를 지켜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만한 나이기 때문일 테다.

극은 앤디가 미란다의 진정한 신뢰를 얻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그럴수록 미란다는 기뻐하거나 좌절하는 기색을 꽤 솔직히 드러낸다. 이는 미란다를 더 인간적으로 보이게 한다. 덤덤히 그 곁을 지키는 ‘나이젤’(스탠리 투치)과 명품 브랜드 임원이 됐지만 푼수 같은 모습을 숨기지 못하는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등 여전해서 반가운 캐릭터들의 모습은 영화를 안정적으로 떠받친다.

개봉 전 선공개된 영상에 일었던 ‘동양인 차별’에 대한 우려는 넣어둬도 좋을 것 같다. 앞서 20세기 스튜디오는 중국계 미국인 배우 헬렌 J 셴이 맡은 새 캐릭터 ‘진차오(Jin Chao)’가 앤디와 처음 만나는 장면을 짧게 공개했다. 셴은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판에서 여주인공 ‘클레어’ 역을 맡은 배우이기도 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의 중국계 캐릭터 진차오(헬렌 J 셴)의 모습. 20세기 스튜디오 유튜브 갈무리

진차오가 안경과 체크무늬 셔츠 차림으로 무례한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모습에 서구권의 아시아인 고정관념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보이콧 움직임도 일었다. 극 중 진차오가 동양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강화하는 캐릭터라면 합당한 비판이다. 하지만 전체 극에서 진차오는 오히려 과거 촌스러웠던 앤디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앤디의 비서가 된 그는 ‘빌런’보다는 ‘조력자’에 가깝다.

<악마가 프라다를 입는다>는 애당초 패션업계 관계자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져와 캐릭터를 만들면서도 그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패션업계는 진지하지 않다’는 통념을 비틀었던 작품이다. 진차오가 초반 ‘동양인 너드’처럼 묘사된 것은 맞지만, 극은 ‘저런 캐릭터는 비호감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오히려 새로운 등장인물과 엑스트라들에 대한 다인종 캐스팅이 눈에 띈다. <런웨이> 회의실과 패션쇼장 및 파티장에는 동양인을 비롯해 백인과 흑인 등이 두루 섞여 있다. 미란다가 시대착오적인 말을 할 때마다 ‘안 된다’고 눈짓을 주는 비서 ‘아마리’ 역에는 <브리저튼> 시즌2로 얼굴을 알린 인도계 영국 배우 시몬 애슐리가 활약한다. 중국계 미국인 배우 루시 리우와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수 겸 배우 레이디 가가도 인상적인 카메오로 등장한다. 상영 중,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 전지현 기자 jhyun@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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