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BM 가고 구독 시대 온다…게임업계, ‘소유’에서 ‘경험’으로 새판
확률형 대신 구독 띄우는 게임사들…인디는 플랫폼 편입 딜레마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구독형 요금제가 콘솔·PC·모바일 전반으로 번지면서 국내 게이머들의 소비 패턴과 국내 게임사 비즈니스 모델 모두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하지만 유저들의 게임 소비 성향과 여가 시간 활용도에 따라 양극화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아깝거나 가성비거나…생활패턴따라 바뀌는 소비 성향
국내에서도 구글이 플레이 패스를 앞세워 유료 게임·앱을 월 정액에 묶어 내놓고 주요 게임사가 잇따라 콘텐츠를 입점시키는 등 글로벌 플랫폼 주도의 구독 생태계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해당 구조가 표면적으로는 접근성 확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간과 소득 수준에 따라 혜택 체감 정도가 크게 갈린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상당수는 이미 3개 이상 구독을 유지 중이며 OTT·음악·전자신문 등까지 합쳤을 때 월 5만 원 이상 구독료를 지출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여기에 게임 패스, PS 플러스, 모바일 시즌패스·월정액 패키지까지 더해질 경우 게임만으로 월 수만 원대 고정비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상대적으로 시간과 지갑 여유가 있는 코어 게이머는 여러 플랫폼을 동시 구독하며 출시일 동시 접속, 시즌패스 완주, DLC 추가 구매까지 모두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소비 여력이 부족한 이용자는 세일 때 스팀 패키지 한두 개를 사서 오래 즐기는 식으로 소비를 줄이는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 이용률이 50% 초반대로 떨어지는 가운데 게임사들은 기존처럼 다양한 층의 유저를 지향하기보다 핵심 유저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짧아진 게임 수명과 빠른 유저 이탈에 대응해 라이브 서비스 고도화와 함께 과금 구조를 핵심 유저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엔씨가 ‘아이온2’에서 전통적인 확률형 과금을 대폭 줄이고 월 정액에 가까운 구독형 요금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구독을 통해 매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장기간 체류하는 충성 고객에 보상과 편의를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주 1~2회만 잠깐 접속하는 라이트 유저는 같은 비용을 내고도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대형게임사에는 새로운 BM…인디 게임은 딜레마
규제 환경의 변화도 국내 업계의 구독 선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2024년 3월부터 게임산업법을 개정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법으로 의무화했고 복합·합성형 아이템까지 포괄해 상세 확률과 천장제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위반 시 게임사에 입증 책임을 부과하는 등 확률형 BM에 대한 규제 강도가 높아지면서 지금까지 국내 온라인·모바일 게임 매출 구조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구독 BM이다. 확률을 직접 판매하는 대신 접근권을 파는 구독·월 정액 모델은 규제 당국 입장에서 사행성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일정 수준의 비용으로 다양하게 즐기는 이용자 친화 모델이라는 이점도 있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시즌패스·배틀패스, 월 정액형 구독을 확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게임 생태계 전반의 흐름도 바꾸고 있다. 인디게임의 경우 스팀에서는 2025년 한 해에만 1만9000여 개 타이틀이 출시되는 가운데 리뷰조차 기록되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만일 구독 서비스에 편입되더라도 일정 라이선스 수익을 보장받는 대신 개별 판매의 상향 가능성을 제한받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최근 인디게임 업계에서 구독 플랫폼에 타이틀을 넣느냐 독립 판매를 고수하느냐에 대한 딜레마가 커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구독 모델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여유 시간과 지갑이 넉넉한 상위 이용자만 더 많은 혜택을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될 수도 있다"며 "사업자와 규제 당국이 함께 지속 가능한 수익과 다양한 이용자 접근 사이 균형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