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건희 주가조작 유죄, ‘가습기 판례’ 덕에 가능했다

여근호 기자 2026. 4. 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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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214쪽 분량의 김건희 여사 자본시장법 위반 등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5-2부(부장판사 신종오)는 "피고인(김 여사)이 공모 관계에서 이탈했다고 하더라고 공범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1심과 달리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의 공소시효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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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대법원 판례에
“퇴직 이후에도 공범 책임 인정돼”
金 1심, 공소시효 끝났다고 봤지만
2심서 “정산 끝났어도 공범 죄책 부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있다. 2025.09.24 사진공동취재단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 ‘가습기 살균제’ 대법 판례 인용 “공소시효 도과 안 해”

동아일보가 입수한 214쪽 분량의 김건희 여사 자본시장법 위반 등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5-2부(부장판사 신종오)는 “피고인(김 여사)이 공모 관계에서 이탈했다고 하더라고 공범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1심과 달리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의 공소시효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공범인 블랙펄인베스트에 20억 원이 들어있는 증권 계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세조종 세력과 공범으로 함께 범행을 실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블랙펄로부터 수익을 정산받은 2011년 1월 13일을 기준으로 주가조작 범행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이러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2018년 대법원은 신모 전 옥시 대표와 김모 전 옥시연구소 소장이 퇴직한 2005년 이후에 이뤄진 거짓 광고와 가습기 살균제 제조 행위에 대해서도 공범 책임을 물어 유죄를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러한 대법 판례를 근거로 “피고인이 2011년 1월 13일 블랙펄 측과의 정산을 거쳐 공모관계에서 이탈했다고 보더라도, 공범들이 2012년 12월 5일까지 계속한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이를 저지하지 않은 이상 죄책을 부담한다”며 2012년 12월 5일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공소시효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봤다.

● ‘게이트 녹취록’ 관련 김건희 측 주장 배척

한편 재판부는 주가조작 공범인 김기현 씨와 이정필 씨가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이 처음 불거지던 2019년 11월 김 여사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거론하며 “그거는 게이트”라고 말한 녹취록에 대해 “피고인이 시세조종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오히려 시세조종 세력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는 김 여사 측 주장을 배척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가 “민주당에 가든 참여연대 가든 얘기해야지”라고 말하자 이 씨는 “그러면서, 이제 뭐 건희까지 다 뛰쳐나오는 거지, 건희까지 다 얘기해야지”라고 답했다. 이어 김 씨가 “그러면 아주 뭐 기자들은 아주 뭐 땡큐지”라고 말하자 이 씨는 “건희가 어떻게 그 권오수를 만나게 된 거, 걔네 엄마부터”라고 답했으며, 김 씨는 “그러면 그거는 게이튼데, 게이트지”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자신들을 끌어들인 권 전 회장에 대한 불만 속에서 나온 대화로 이것만으로 범행 가담 정도를 가늠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당선인 신분이었던 2022년 4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김 여사가 받은 802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에 대해 1심에서 “알선 명목으로 볼 수 없다”고 무죄로 판단한 혐의도 유죄로 뒤집었다. “통일교 사업을 위해 대통령 직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정부 협조를 구하고자 하는 묵시적인 청탁 의사가 존재했음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직 판사의 ‘명동 사채왕’ 금품수수 사건과 전직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알선에 관한 직무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는 없고, 묵시적인 청탁 의사가 존재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하기 충분하다는 해당 판례를 따른 것이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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