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갔다 사고, 선생님 탓? "학부모가 손배소 건다"...교사들 떠는 이유

현장 체험학습 중 학생이 숨진 사고로 담임교사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뒤 교사들에게 지우는 형사 책임 대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소풍·수학여행 중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교사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통상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되며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되면 징역형이 가능하다. 이와 별개로 민사상의 책임을 지는 일도 있다. 변호사 A씨는 "사고가 난 학생의 학부모에 의해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학생의 사고로 교사가 형사 책임 심판에 오른 일은 실제로 존재한다. 2022년 강원 속초시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사고가 대표적이다. 2022년 11월 속초시 한 테마파크에서 한 초등학생이 주차장 버스에서 내려 이동하던 중 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학생의 담임교사는 선두와 후미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거나 인솔 현장을 벗어나는 등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교사는 지난해 2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2심에서 금고 6개월에 선고유예를 받았다.
교사가 형사상 유죄를 선고 받는 사례가 늘자 학교들은 소풍·수학여행을 줄였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중·고 1331곳 가운데 올해 수학여행 계획이 있는 학교는 231곳(17%)에 그쳤다. 그중 초등학교는 30개교(5%)만 수학여행을 갈 예정으로, 나머지 95%의 서울 초등학교는 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소재 중학교에 재직 중인 20대 교사 B씨는 "속초 수학여행에서 사고가 난 뒤 점차 위축되다가 지난해부터 아예 취소한다는 학교 차원의 공문이 있었다"며 "사고가 나면 결국 교사 개인이 싸워야 하는 상황에, 교사에 대한 유죄 판결까지 나오니 매우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기 소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20대 C씨는 "선생님들 모두 부담스러워 소풍과 수학여행을 안 가고 싶어 한다"며 "안전 요원을 더 쓰자니 비용이 비싸져 갈 이유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사고 우려 때문에 소풍과 수학여행이 줄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구더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며 "현장 체험도 큰 학습인데 문제가 있으면 교정하고 비용 지원이나 안전요원 보강, 인력 추가 채용을 통해 학생들을 데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즉각 "사고가 생기면 교사가 형사 책임까지 질 수 있단 불안감을 대통령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법조계에서도 교사들에게 지우는 책임이 과중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교사에게 적용하는 데 있어 조금은 느슨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이 실제로 책임을 다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수학여행 등 외부 활동 시엔 교실이나 학교와 달리 교사가 모든 걸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나연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교사들도 아이들과 수학여행 등을 통해 얻는 추억이 소중한데 예측할 수 없는 사고가 교사 개인에게 너무 무거운 결과로 돌아오다 보니 그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며 "수학여행이나 소풍에서 사고가 나면 교사 개인이 책임 검토를 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교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면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변호사는 "고의에 준할 만큼 책임을 다하지 않은 한정적인 상황에서만 책임을 지게 하는 면책 조항이 필요하다"며 "그 외에도 보조 인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법제화해서 예산상 상황이 저마다 다른 학교들도 일정하게 안전을 유지할 인원을 동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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