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 홀린 대구 인디밴드 베이시스트 배미나씨, 노무사 시험 합격해 노동자 곁으로
“예술 창작도 노동으로 인정 받아야…일터에서 부당한 대우에 보호막 될터”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과거 '근로자의 날'에서 비로소 본래의 이름을 되찾은 올해 노동절은, 지난해 제34기 공인노무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올해부터 수습 노무사로 일하고 있는 배미나(41) 씨에게 유독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배미나 씨는 영국 인디 레이블 계약, 미국 최대 음악 축제 'SXSW' 초청 등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대구 대표 펑크 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베이시스트이자 보컬이다. 세계 무대를 호령하던 펑크 로커에서, 이제는 노동법전을 품은 노무사로 인생 제2막을 시작한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팬데믹이 부른 위기감, 워킹 클래스의 목소리가 되다
세계적인 무대를 누비던 아티스트가 수험생의 길을 택한 결정적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감염병 사태로 전 세계 공연장 문이 닫히고 일거리가 사라지는 현실을 목도하며, 사랑하는 음악을 온전히 지속하기 위해선 흔들림 없는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녀는 "나이가 들기 전에 전문성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노동자 계급(워킹 클래스)에서 태동한 펑크 음악을 하는 저로서는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를 대변할 노무사가 가장 적합한 길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스스로 감정을 철저히 통제하는 혹독한 수련 끝에 1, 2차 시험을 단번에 통과하는 이른바 '헌동차'로 당당히 합격의 기쁨을 안았다.
■ 날 것의 현장이 낳은 펑크 정신
노무사 배미나의 탄생 이면에는 밑바닥 노동 현장의 생생한 경험이 자리한다. 과거 패스트푸드 체인점 매니저, 유제품 배달원 등을 전전하며 그녀는 노동 현실의 척박한 민낯을 온몸으로 마주했다.
"유제품 배달원 시절, 수십 년 근속해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조 가입조차 못 하는 분들이 수두룩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의 휴게시간 미준수 등 낡은 인식도 비일비재했죠."
현장에서 겪은 억울함은 날카로운 펑크록으로 승화됐다. 패스트푸드점 시절 단지 직원이라는 이유로 손님에게 당한 갑질과 폭력의 기억은 "고객과 직원이란 이유로 인간의 계급이 나뉠 수 없다"는 절규가 되어 1집 수록곡으로 탄생해 세상을 향해 울려 퍼졌다.
■ 대구를 지키는 자부심, 굳건한 연대
세계적인 인지도에도 이들은 굳건히 대구를 근거지로 고집한다.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대구에서 충분히 훌륭한 음악을 하며 세계로 뻗어갈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과도한 경쟁을 벗어난 대구에서의 삶의 질이 창작자로서 훨씬 윤택하다는 믿음도 있다.
인디씬 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여성 창작자가 과소 대표되는 현실에 저항하고자 선배 뮤지션들과 꾸준히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최근 그 연대의 결실로 동료 음악가의 주도하에 '프론트가 여성인 뮤지션들로만 구성된 페스티벌'이 개최를 앞두고 있다. 넓게 보면 창작자들의 평등한 노동 환경을 구축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 "청년 예술인도 노동자"… 일하는 모든 이의 곁으로
그녀는 현직 노무사의 시선에서 가장 시급히 타파해야 할 편견으로 예술 창작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차가운 시선'을 꼽았다. "유명하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소수만 예술가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창작하는 모든 청년 예술가들의 행위가 엄연한 '노동'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올해 5월 1일은 그녀에게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된다. 수습 노무사로서 법인 산하 '근로자 이음센터'에서 매일 권리의 사각지대를 절감하는 그녀는, 온전한 이름을 찾은 첫 노동절을 맞아 다시 로커로 변신한다. 1일 서울 을지로에서 열리는 기획 공연 무대에 올라, 공연 중간 직접 마이크를 잡고 관객들의 노동 법률 질문에 답하는 뜻깊은 시간도 마련한다.
"일터에서 부당한 일을 겪는 분들은 절대 혼자 앓지 말고 근로자 이음센터 등 마련된 사회적 시스템을 적극 두드려 주세요. 저 역시 노동의 보호막을 넓히는 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2월 시작해 이제 막 3개월 차에 접어든 배미나 노무사. 무대 위에서는 거침없는 펑크록으로 불합리에 저항하고, 일터에서는 따뜻한 법률 지식으로 노동자의 삶을 보듬어갈 그녀의 당찬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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