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더 크게"…수어로 피어난 연극 '영지'

황대훈 기자 2026. 4. 3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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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연극은 대사가 중심이다 보니, 그동안 청각장애인에게는 문턱이 높았던 게 사실인데요. 

최근 장애인의 예술 향유권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큰 사랑을 받았던 청소년극 '영지'가 전면 수어 연극으로 관객을 찾아옵니다. 

소리 대신 몸짓으로 무대를 채우며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을 황대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완벽해 보이는 마을에 어딘가 다른 아이 '영지'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

대사 대신 무대를 채운 건 수어 연기입니다.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의 '영지'는 비장애인 배우 1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출연진을 농인 배우로 구성했습니다.

3년 전, 이 작품에서 수어통역을 맡았던 박지영 배우는 올해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미국 여행 중 장애인 배우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연기를 시작했는데, 어느덧 12년 차 중견 배우가 됐습니다.

인터뷰: 박지영 농인배우 / 수어연극 '영지'

"미국에는 전문 농인 배우가 아주 많다는 사실을 알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국에는 이렇게 많은데, 왜 한국에는 없을까? 그럼 내가 한번 해볼까? 하는 호기심과 결심이 생겼습니다."

그는 마을에서 '다른 존재'로 여겨지는 영지의 외로움을 자신만의 연기로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인터뷰: 박지영 농인배우 / 수어연극 '영지'

"영지라는 인물이 안고 있는 깊은 '외로움'을 보았습니다. 관객으로서 처음 느꼈던 그 짙은 외로움이, 막상 제가 직접 영지 배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제 마음에 깊게 와 닿습니다."

수어 연극의 또 다른 주역은 '수어예술감독'입니다. 

일상의 언어인 수어를 무대 위 예술 표현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입니다.

인터뷰: 이미선 수어예술감독 / 수어연극 '영지'

"일상적으로 쓰는 평범한 물고기 수어에, 수어 고유의 예술성을 가미하면 연극에서는 '이런 식'으로 입체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나비가 날다'라는 똑같은 문장도, 수어로는 손의 모양과 움직임을 통해 나비의 섬세한 날갯짓을 다채롭게 형상화할 수 있죠."

표정과 시선까지 활용하고, 문법이 바뀌기도 하는 수어의 복잡한 매력은 수어예술감독을 통해 무대 위에서 온전하게 드러납니다. 

인터뷰: 이미선 수어예술감독 / 수어연극 '영지'

"(수어 연기는) 얼굴 표정을 쓰는 비수지표현부터 화자를 바꾸는 역할 전환 기법, 특정 형상을 묘사하거나 무대의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기법들이 하나로 어우러지죠."

하지만 수어 연극은 아직 많지 않은 현실.

제한된 환경 속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두 사람에게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인터뷰: 박지영 농인배우 / 수어연극 '영지'

"전부 다요. 농인배우들과 온전히 수어로 호흡하며 연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고, 청인배우들과 함께 협업하는 무대도 좋습니다. 제게 배역의 크고 작음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그저 계속해서 무대에 올라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이미선 수어예술감독 / 수어연극 '영지'

"앞으로 더 많은 농인 배우들이 무대에서 활약하고, 수어 연극이 일반연극처럼 우리 사회에  당연한 예술 장르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수어예술감독으로서 저의 가장 큰 포부입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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