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vs 아이언메이스 5년 전쟁 보고서②] 자료 유출, 압색, 미국 소송, 가처분까지
게임 한 편이 한국 게임 산업의 창작 윤리와 영업비밀 보호 범위를 다시 쓰게 됐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가 다크앤다커를 둘러싸고 벌인 5년 전쟁은 단순한 두 회사의 다툼을 넘어 게임 장르의 저작권성, 미완성 프로젝트의 보호 가능성, 개발자의 이직과 창업 자유라는 산업 전반의 묵직한 질문들을 우리 앞에 무심하지만 진지하게 던졌다.

2020년 여름의 신규 프로젝트, 그리고 나타난 '그 것'
분쟁의 뿌리는 2020년 7월 넥슨 신규개발본부에서 출범한 신규 프로젝트 P3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세 판타지 던전 탐험을 콘셉트로 잡은 P3는 멀티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PvE와 PvP 혼합 생존 탈출 장르로 가닥을 잡았다. 2020년 8월에는 원시 버전이 만들어졌고 9월 사내 발표에서 디렉터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넥슨 측 설명이다.
분위기가 미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한 것은 2021년 5월이다. 넥슨에 따르면 핵심 피고인 최주현 씨는 5월 3일부터 5일까지 자택 IP에서 P3 기획문서 전체 1.29GB를 다운로드했고, 5월 31일부터 6월 23일까지는 소스코드를 집중적으로 유출했다. 이후 팀원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하며 게임 출시 여부가 불투명하고 외부 투자를 받았으니 회사를 나가 따로 개발하자고 제안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팀원 가운데 10명이 아이언메이스로 자리를 옮겼다.
넥슨은 같은 해 7월 자체 조사에 들어가 최 씨를 징계해고했고 8월에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인력 이탈이 본격화되자 P3는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았고 넥슨은 남은 인력을 모아 P7 프로젝트로 방향을 틀었다.
가라앉는 듯하던 사건은 2022년 8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생 개발사 아이언메이스가 스팀 플랫폼에 신작 다크앤다커의 알파 테스트를 올리면서다. 놀랍게도 회사를 들여다보니 대표는 최 씨였으며, 함께 퇴사한 옛 동료들도 다수 합류해 있었다. 심지어 게임을 들여다본 넥슨은 P3와의 유사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배신의 계절일까. 넥슨은 말 그대로 '폭발'했다. 사내 공지를 통해 "P3에서 함께 게임을 개발하며 땀과 열정을 나눠왔지만 전 동료들의 비양심적인 행위로 인해 결국 해당 프로젝트는 빛을 보지 못하게 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사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계시는 전 P3 팀원들이 느끼고 계실 마음의 상처와 분노는 가늠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젝트 정보 유출 및 활용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법인에 대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끝까지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거 아닌데요" 아이언메이스의 반박과 크래프톤의 베팅
넥슨의 분노가 무섭게 타올랐으나 아이언메이스는 차분했다. 2023년 3월 입장문에서 "다크앤다커는 시작부터 아이언메이스에서 직접 개발한 게임이고 어떠한 부적절한 영업 비밀을 사용한 바가 없다"며 "시작 단계부터 모든 개발 로그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고, 날짜 별 빌드 영상 또한 촘촘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이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우리의 주장을 입증할 것"이라고 맞섰다.
수사 협조 사실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아이언메이스는 "1차 압수수색 당시, 이미 소스코드 및 아트 리소스, 기획서 등의 내용을 모두 수사 당국에 공개하였고 그중 제출을 요구받은 내용을 모두 제출했다"며 "압수수색 중 발견된 특이사항은 없으며 이번에도 소스코드 및 아트 리소스, 기획서를 수사 당국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제공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나아가 "우리는 대기업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며 결사 항전 의지를 드러냈다. 순식간에 이 분쟁의 과정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이런 가운데 갑자기 나타난 크래프톤이 판을 흔들었다. 분쟁이 진행 중이던 2023년 8월 크래프톤이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IP의 모바일 게임에 대한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소송 리스크를 알면서도 IP의 시장성에 베팅한 셈이다.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크래프톤은 에셋 무단 반출 우려를 의식해 다크앤다커 모바일이 원작의 이름만 사용하고 그 외 에셋들은 블루홀스튜디오가 100% 독자적으로 개발한 결과물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실제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스타 2023에서 "올해는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시작으로 신작 라인업의 출시가 본격화되며,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의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는 첫 해"라며 "이러한 과정이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전력 투구한다는 각오로 게임 제작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난투극 돌입
본격적인 사법 공방의 첫 분수령은 2024년 1월 시작됐다. 수원지법 민사31부가 넥슨이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낸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과,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을 상대로 낸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을 모두 기각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넥슨의 가처분에 대해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본안판결에 앞서 가처분을 통해 시급하게 게임의 배포 등을 금지할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같은 결정문에서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의 성과 등을 사용했다고 의심할 정황도 상당 부분 소명된다고 덧붙였다. 아이언메이스가 P3 담당자 최 씨 주도로 설립됐다는 점, 다크앤다커와 P3의 유사점이 확인된다는 점, 다크앤다커 초기 개발 자료에서 게임의 방향성이나 전체적 설정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이 함께 적시됐다.
해석은 엇갈렸다. 아이언메이스는 디스코드 공지에서 "넥슨의 영업비밀을 사용하고 저작권을 침해하여 다크 앤 다커를 개발했다는 주장과 의혹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본안소송에서 충분하고 철저한 증거조사가 이루어진다면 넥슨 주장의 부당성과 아이언메이스의 무고함에 관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양측 모두 결정적인 한 방을 얻지는 못한 무승부에 가깝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이런 가운데 태평양 너머 미국에서도 전쟁이 벌어졌다. 넥슨이 미국 법원으로 전선을 확장시켰기 때문이다.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해 증거를 확보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2023년 8월 미국 워싱턴 서부 지방법원은 불편한 법정의 원칙을 들어 소송을 기각했다. 양측 당사자가 모두 한국 기업이고 주요 증거와 증인이 한국에 있는 만큼 한국 법원에서 다루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였다.
넥슨이 항소했지만 미국 제9연방항소법원은 2024년 7월 22일 항소를 다시 기각했다. 사실상 미국에서의 모든 길이 막힌 셈이다. 다만 이 결정 역시 본안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관할권 다툼이었던 만큼 아이언메이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웠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너 죽고 나 살자"
승부의 무대는 한국으로 좁혀졌다. 그리고 1심 판결은 2025년 2월 13일 내려졌다. 결과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박찬석 부장판사)는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에 8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영업비밀 침해 청구액 전액이 인정된 셈이다. 다만 다크앤다커가 넥슨의 2021년 6월 30일자 P3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봤고 서비스 금지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의 논리는 게임 규칙이나 장르적 특성, 진행 방식 등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구체적 표현이 아닌 아이디어의 영역이 아니다로 좁혀졌다. 나아가 P3가 완성돼 출시된 게임이 아니라는 점도 저작물성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고 봤다. 반면 영업비밀에 대해서는 다크앤다커 초기 개발 단계에서 기획 단계가 생략된 채 서버 시스템이 구축됐다는 점, P3 영업비밀에 포함된 구성요소나 조합이 다크앤다커에도 포함돼 있고 P3 외에 이를 갖춘 선행 게임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부당한 이득이 있었다고 봤다.
판결 직후 양측은 역시 부분 승리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아이언메이스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추후 판결문 수령 후 구체적인 내용을 더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넥슨은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 청구액 85억원을 전액 인정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즉각 항소했다.
그리고 2025년 12월 4일 서울고법 민사5부의 2심 판결이 나왔다. 사건의 무게중심을 한 차례 더 흔들었다는 평가다. 1심에서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았던 P3 프로그램과 데이터 소스, 소스코드, 빌드 파일까지 영업비밀로 추가 인정되며 침해 범위가 한층 넓어졌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액은 거꾸로 줄었다.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 기간 동안 아이언메이스의 매출 발생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 고려되며 57억6464만원으로 산정됐다.
산정 방식은 최 대표 등의 퇴사 시점인 2021년 7~8월부터 영업비밀 보호기간 2년 6개월에 해당하는 2024년 1월 31일까지 아이언메이스 매출액에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 한계이익률 84.23%와 P3 자료의 기여율 15%를 적용한 결과였다. 저작권 침해 및 서비스 금지 청구는 1심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영업비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P3 프로그램과 소스 코드, 빌드 파일은 영업비밀로서 특정 가능하다고 본다"고 짚었다. P3 구성요소의 구체적인 내용과 조합은 보유자인 넥슨을 통하지 않고는 입수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영업비밀의 범위는 넓히되 배상액은 게임의 흥행에 아이언메이스의 라이브 서비스 운영과 마케팅 노력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봐 기여도를 15%로 제한한 것이다.
업계의 셈법도 빨라졌다. 크래프톤은 1심에서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 직후인 2025년 2월부터 다크앤다커 모바일에서 브랜드를 분리해 독자 브랜드로 선회했고, 결과적으로 IP 계약 자체를 해지했다. 원작의 이름만 빌렸다는 안전장치로도 사법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지점에서 민사 공방이 마무리 국면으로 향하던 2026년 2월 2일 검찰이 갑자기 나타났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강명훈)가 최 대표 등 아이언메이스 관계자 3명과 법인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2024년 9월 이들을 송치하면서 자료 유출 자체는 혐의를 인정했지만 다크앤다커 개발에 사용했다는 부분은 증거 불충분으로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검찰은 보강 수사 끝에 사용 혐의까지 포함해 재판에 넘겼고, 다크앤다커가 거둔 매출은 500억원 이상으로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 아이언메이스는 수사기관이 두 차례의 압수수색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포렌식 등을 거쳤지만 영업비밀 부정 사용 혐의를 불송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크앤다커의 서비스와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대법원 제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30일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5년 공방을 끝냈다. 영업비밀 침해 부분은 2심대로 폭넓게 인정됐고, 저작권 침해 부분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이언메이스가 반소로 제기한 영업방해 주장도 기각됐다. 넥슨이 스팀 운영사 밸브에 게시 중단을 요청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에 공문을 보낸 행위에 위법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게임 산업은 이직이 활발하고, 퇴사 직후 스타트업 설립 역시 드물지 않아 영업비밀 관련 분쟁이 빈번하다"며 "이번 판결은 게임 산업 내 유사한 사건에서 영업비밀의 특정, 영업비밀성, 영업비밀 침해 행위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5년에 걸친 공방의 손익계산서는 입체적이다. 넥슨은 영업비밀 침해 인정과 57억원대 배상이라는 판정승을 거뒀지만 핵심 목표였던 저작권 인정과 서비스 금지는 끝내 관철하지 못했다. 아이언메이스는 다크앤다커 서비스를 지킬 수 있게 됐지만 영업비밀 침해라는 꼬리표와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사건은 끝났지만 이번 판결이 한국 게임 산업에 남긴 좌표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작동하게 됐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