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도구였던 ‘폴란드 포스터’, 5월 광주에서 다시 만난다

전하영 기자 2026. 4. 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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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에서 5월 1일부터 6월 21일까지 전시
1950~60년대 검열 맞선 은유·상징의 미학
지난 2024년 1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양평 이함캠퍼스에서 국내 최초 개최되었던 '침묵, 그 고요한 외침 폴란드 포스터'전 전경. 연합뉴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5월 1일부터 오는 6월 21일까지 '침묵, 그 고요한 외침 폴란드 포스터'전을 연다. 1950~60년대 공산주의 체제 아래에서 은유와 상징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던 '폴란드 포스터 학파'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포스터는 대부분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한다. 영화 포스터라면 배우의 얼굴이 전면에 등장하고, 광고 포스터라면 제품과 기능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식이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폴란드에서 제작된 포스터는 다르다. 한눈에 읽히지 않는 이미지, 최소화된 텍스트가 화면을 채운다.

이러한 특징은 당시 사회적 환경과 맞물려 있다. 소련 영향권 아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면서 직접적인 메시지 대신 상징과 은유를 활용한 시각 언어가 발전한 것이다. 이 시기 포스터에 등장하는 단순하고 강렬한 이미지는 의미심장한 메타포 투성이다. 오늘날 폴란드 포스터가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는 이유다.

전시에서는 이처럼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전세계 그래픽디자인에 영향을 끼친 폴란드의 포스터 180여 점이 공개된다. 해당 학파를 대표하는 디자인 거장들의 작업물 외에도 실제 밑그림을 통해 작품의 탄생 과정과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고 회화, 콜라주, 레터링 등 다채로운 기법을 통해 길거리를 갤러리로 탈바꿈시켰던 포스터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특히 1950년대 바르샤바 거리를 재현한 공간은 관람객에게 특별한 몰입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을 통해 폴란드의 현대사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정치적 격변 속에서 억압과 폭력에 시적으로 저항했던 역사는 '5월 광주'와 묘하게 맞닿아 있다.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아 저항의 역사를 간직한 광주에서 만나는 '고요한 외침'은 예술이 지닌 힘과 사회적 책임감을 깊게 생각하게 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2024년 1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경기 양평 이함캠퍼스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인 전시를 기반으로 한다. 전시 작품은 오황택 두양문화재단 이사장이 소장한 8000여 점 컬렉션 중 일부다. 이함캠퍼스는 포스터를 단순한 디자인 결과물이 아닌 시대적 맥락 속에서 조명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관람객 반응이 이어지면서 당초 6월까지였던 전시 기간은 약 2개월 연장되기도 했다.

광주 전시는 ACC 복합전시 1관에서 진행된다. 광주·전남 지역민에게는 입장료 20%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ACC에서 개최되는 '침묵, 그 고요한 외침 폴란드 포스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