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신고 전부터 논의된 전보였는데… 법원이 '불리한 처우'로 본 이유

백승현 2026. 4. 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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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행복한일 노무법인의 '직장내 괴롭힘 AtoZ'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 조항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회사가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고 판단한 조치가, 신고인의 입장에서는 보복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전부터 검토되어 오던 인사 발령이 신고 이후에 실행된 사안에서, 이를 신고에 대한 불리한 처우로 인정해 형사처벌이 확정된 판결이 있어 소개합니다.

# 복직 한 달, 괴롭힘 진정 직후 내려진 원거리 전보
A사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던 E는 1년 3개월의 출산휴가·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였습니다. 그런데 복직과 동시에 휴직 전 근무하던 구매팀이 아닌 기획팀으로 배치되었고, 새 업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부적응과 부당한 업무지시 문제를 겪게 되었습니다. 결국 E는 노동청에 회사 대표이사와 실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진정하였고, 회사는 진정일로부터 3일 뒤 노동청으로부터 진정 사실을 통보받았습니다.

한편 A사는 같은 시기에 또 다른 인사 현안을 안고 있었습니다. E의 복직 하루 전부터 원주 소재 핵심 사업 담당자의 퇴사로 원주지사 충원을 논의해 오던 상황이었습니다. A사는 진정 사실을 통보받은 지 열흘 뒤, 자녀가 15개월에 불과하여 원거리 근무가 어렵다는 E의 명시적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협의 절차 없이 E를 원주지사로 전근 발령하였습니다. 결국 A사 대표이사는 근로기준법상 불리한 처우 금지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 법원이 인사 발령을 ‘불리한 처우’로 판단한 이유
A사는 전보 논의가 진정 이전부터 있었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인사 발령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광주지법 2022. 10. 20. 선고 2022고정222 판결, 대법원 2024도11674 상고기각결정으로 확정)은 다음 이유로 인사 발령을 불리한 처우로 판단하였습니다.

첫째, 회사가 진정 사실을 인지한 시점과 인사 발령이 결정된 시점 간의 간격은 10일로 시간적으로 상당히 근접하고, E가 최종 후보군에 포함된 것도 진정 인지 이후로 보이는 점, 둘째, 회사 내부 회의록에는 E의 업무 역량을 다소 낮게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원주 소재 핵심사업의 적임자라며 원거리 지사로 발령한 것은 회사 내부 평가와 모순되는 점, 셋째, 자녀가 15개월에 불과하여 타 지방 근무가 곤란하다는 E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협의 절차 없이 인사 발령을 강행한 점, 넷째, 전남지방노동위원회가 "충분한 납득 또는 설득의 노력 없이 원거리 전보를 실시한 행위는 모성보호에 대한 충분한 배려 없는 결정으로 신의칙상 요구되는 성실한 협의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당전보로 판정하였음에도 회사가 위 판정에 대해 어떠한 불복절차도 거치지 않은 점입니다.

# 신고인에 대한 인사 발령, 무엇을 유의해야 하나
이 판결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전부터 인사 조치를 논의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따른 불리한 처우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관건은 인사 조치의 논의가 언제 개시되었는지가 아니라, 발령 대상자 선정의 합리성과 발령 시기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에 있습니다.

특히 신고인에게 모성보호와 같이 다른 법령상 보호 법익이 중첩되는 경우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불리한 처우 여부를 판단하면서 모성보호 미배려라는 사정까지 함께 고려한 것은, 신고인이 처한 다른 보호 법익이 인사권 행사의 정당성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신고인에 대한 인사 발령은 '업무상 필요성'을 입증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신고인이 처한 보호 법익까지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신고인에 대한 인사 발령이 '불리한 처우'로 인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사 대상자 선정의 합리성에 관한 객관적 자료, 당사자 의사 확인 및 성실한 협의 절차, 거부 의사가 있을 경우의 대안 검토 경위를 충분히 갖추어 두어야 할 것입니다.

박경미 행복한일노무법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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