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K-건설 중동 ‘피해현황’ 파악 착수…재건 수주 지원

홍승희 2026. 4. 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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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에너지·인프라 파괴현황 조사
복구시장 35조 규모, 원시공 강점에 기대
공급망·공사비 변수 부담, 업계선 신중론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교착으로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우리나라 건설사가 시공한 중동 에너지 및 인프라 시설의 피해 현황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후 복구를 위한 해외 수주 기대감이 확산하는 데 대해 선제적인 상황 파악에 나선 것이다.

▶국토부·해외건설협회, 국내 건설기업 수주 가능성 파악 나서=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는 최근 재외공관을 통해서 미-이란 중동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에너지·인프라 시설 중 우리나라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한 곳들을 따로 파악해 현황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의 안전상황 등을 모니터링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 들어서는 국내 건설 기업의 미래 수주 가능성을 확인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쟁이 아직 진행 중이라 접근 자체가 어려운 부분은 있다”면서도 “공관을 통해서 우리 기업이 원시공에 참여한 시설의 파괴 정도 등을 최대한 파악 중이고, 우리 기업이 시공하지 않았더라도 (재건에) 참여할 수 있는 곳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국토부가 선제적인 현황 조사를 시작한 건 이번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중동 인프라가 미래 한국 건설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건설업계와 증권가에선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 건설사들이 독식하다시피 한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내의 주요 프로젝트의 재건 사업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동 에너지 시설 및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우리나라 건설사는 기술적 난도가 높은 핵심 공종을 주로 맡았다. 이에 재건 사업이 본격화할 땐 기존 시설에 대한 설계와 공정을 이해하고 있는 원시공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이 국제에너지기구(IEA) 발표를 분석한 결과 이번 미-이란 전쟁으로 인해 손상된 에너지 시설은 80여 곳이 넘는다. 전체 피해시설 중 약 30%가 이란 영토 내에 집중돼 있으며 나머지 70%는 사우디·UAE·바레인 등에 분산돼 있다. 이중 한국 기업이 시공에 참여한 곳은 약 12곳이다.

카타르·이란·UAE 등에 위치한 가스 시설에는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삼성 E&A 등이 시공에 참여했고, 바레인·쿠웨이트·사우디 등의 정유시설에는 삼성E&A, 대우건설,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이 공사를 맡았다. 사우디 얀부 지역의 주요 항만 및 터미널 사업에선 삼성E&A, DL이앤씨, 한화건설 등 국내 3개 건설사가 모든 시공을 담당했다.

IEA가 집계한 중동의 에너지 시설 복구 비용은 총 250억 달러(약 3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이중 절대 다수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건설사는 종전 후 에너지 시설 재건 사업 참여에 있어 글로벌 경쟁사 대비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며 “국내 건설사가 누적 수주를 통해 구축한 핵심 플랜트 거점이 이번 분쟁의 주요 피격 지점과 지리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급망이 관건” 정부·건설사 내부 신중론도=하지만 정부와 업계가 전쟁 후 재건 참여를 마냥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전쟁의 향방이 어디로 흘러갈지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종전이 지연되거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무엇보다 건설 자재 수급이 어려워진다.

실제 재건사업에 착수한다고 하더라도 공급망이 뚫리지 않으면 오히려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서도) 시공사가 모두 기확보한 자재로 공사를 하고 있어서 아직까지 정부에 피해 상황이 구체적으로 접수된 건 없었다”면서도 “아마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화하면 튀르키예 등 주변 국가에서 자재를 수급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등 대안 로드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내 건설사의 내부 시각도 신중하다. 아직 재건 호재를 논하기에는 공사비 인상 등으로 인한 부담이 더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근무 이력이 있는 한 국내 건설사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재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지만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중동의 경우 ‘K-건설’에 대한 위상이 독보적이기 때문에 해외수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긴 하지만 현재로선 예측 단계”라고 말했다.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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