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기자 질문자로, 삼국지 비유… 지역언론 색다른 선거보도
후보·독자들도 "재밌고 신선" 호평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역 언론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새로운 선거 보도를 시도하고 있다. 5년차 이하 젊은 기자들이 질문자로 나선 초청 대담부터 각 지자체장 후보들을 삼국지 등장인물에 빗댄 연재물까지, 형식과 접근법은 각기 다르지만 뻔한 선거 보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강원기자협회가 27일 주최한 강원특별자치도지사 후보 초청 대담이다. 초청 대담은 으레 후보를 불러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뻔한 자리가 되지만 이번엔 질문자를 5년차 이하 젊은 기자들로 채웠다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박정민 강원기자협회장(강원CBS)은 “저연차 기자들이 늘 현장에 있기 때문에 도민들과 가깝고, 그렇기에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질문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며 “각 사의 추천을 받아 5년차 전후의 2030 세대 기자 6명을 질문자로 선발했다. 다만 너무 날 것 그대로 가면 안 되기 때문에 대담 뒷부분엔 보완책으로 편집·보도국장과 사회자 질문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담에서 특히 강원기협이 중점을 둔 것은 다양성과 자율성이었다. 우연도 따라줬지만 정치부뿐만 아니라 문화부, 사회부 기자들이 질문자에 고루 포함됐고, 성별과 지역도 안배됐다. 덕분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송곳 질문’이 튀어나올 수 있었다. 대담의 총연출을 맡은 권기만 원주MBC 기자는 “강원도에서 살아가는 젊은 기자들이 정말 여기서 결혼하고 애 낳고 계속 살아도 되는지, 그런 실질적인 고민에서 나오는 질문을 해보자는 게 이번 대담의 취지였다”며 “질문자들이 모여 있는 채팅방에서도 데스킹 없이 여러분의 생각을 그대로 질문해 달라 요청했다. 덕분에 생생한 질문들이 나와 재미있게 대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 언론 중엔 유권자를 기사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곳들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경남도민일보다. 경남도민일보는 2월 말부터 ‘이런 후보 좋다-싫다’ 기획을 연재하고 있다. 사전투표 전까지 경남 도내 다양한 유권자들에게서 자신만의 후보 선택 기준을 듣는 기획이다. 지금까지 성별·연령·지역·분야 안배를 거쳐 40여명의 유권자들이 자신의 가치를 공유했다.
이승환 경남도민일보 자치행정1부장은 “저희 선거 보도의 지향점은 후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유권자가 듣고 싶은 얘기, 그리고 유권자가 알고 싶은 얘기”라며 “선거가 있을 때마다 그런 기획을 꾸준히 시도해왔고 이번엔 이 같은 방식을 취했다. 후보들은 항상 정책과 공약으로 자신을 뽑아 달라고 홍보하지만, 반대로 유권자가 나는 이런 사람 뽑고 싶으니 당신들이 맞추라는 개념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일보도 13일부터 부산일보TV를 통해 ‘민심르포’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부산 전통시장을 찾아 생생한 밑바닥 민심을 직접 청취하는 기획이다. 이은철 부산일보 기자는 “기자 생활 대부분을 정치부에 몸담아 항상 정치인들 이야기만 들어왔는데, 올해 TV방송국으로 발령 받아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기획을 만들고 싶었다”며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색했지만 외려 시민들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준 덕분에 촬영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앞으로 시장 외에도 시민들 목소릴 들을 수 있는 곳은 어디든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점을 선거 공약에 맞춘 언론사도 있다. ‘역대 시장 선거로 본 숙원 공약’ 기획을 8차례 내보낸 경인일보는 그 중 한 곳이다. 경인일보는 이 기획을 통해 제5회 지방선거가 치러진 2010년부터 주요 인천시장 후보들의 선거 공약을 모두 분석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현안을 추출했다.
김희연 경인일보 기자는 “인천은 2010년 이후 연임에 성공한 시장이 없다”며 “그만큼 유동 투표 층이 많고 상대적으로 공약 민감도가 높다. 다만 시장이 계속 바뀌다보니 정책 연속성이 떨어지고 숙원 현안들이 많아서, 누가 시장이 되든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기사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자칫 딱딱해지기 십상인 후보 소개 기사를 기발하게 풀어낸 기획도 있다. 도남선 브릿지경제 부산취재본부 기자가 2월부터 연재하고 있는 ‘6·3 지선 삼국지’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 기사는 부산·경남 지역의 지자체장 후보들을 삼국지 등장인물에 비유해 분석하는 기획으로, 후보들의 복잡한 이력과 정치 행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도남선 기자는 “제가 삼국지를 워낙 좋아해 2020년 총선 때부터 이 기획을 구상했는데, 당시에는 일러스트 문제로 포기했다”며 “그 사이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해 이번에는 비로소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비유한 인물 때문에 논란이 될 수도 있어 그런 부분을 주의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데, 덕분에 쓰는 데 시간도 꽤 걸린다”고 말했다.
후보와 독자들 반응은 좋다. ‘재밌다’, ‘신선하다’는 평가부터 ‘우리 구청장 후보는 누구로 비유될지 기대된다’는 댓글도 달리고 있다. 후보에게 직접 감사하다는 연락이 온 적은 물론 ‘다음에는 만화 ‘원피스’ 캐릭터로 비유해 달라’는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 도 기자는 “20일을 전후로 해서 공천도 거의 확정되고 후보들도 정리가 돼 쓰는 데 좀 더 속도가 붙을 것 같다”며 “5월 중순까진 연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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