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에서 드러나는 융합의 지혜 [글로벌 칼럼]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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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는 '융합'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싱크리티즘(syncretism)이란 겉으로는 서로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강한 결합체를 만들어내는 요소들을 하나로 묶는 것을 뜻한다. 이는 상호 보완적이거나 대조적인 것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정 맥락에서는 이러한 결합의 힘이 곧 지혜로운 정세 판단력으로 이어진다.
요즘 한국의 국제 관계를 보면 이러한 융합과 지혜의 익숙한 징후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최근 한국이 컨테이너선을 홍해를 통해 운항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흥미롭게 읽었다. 혼란과 정체의 늪이 되어버린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조치다. 4월 17일 자 더뉴아랍(The New Arab)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2억7,000만 배럴 규모의 석유를 3개월 치 확보한 상태라고 한다.
나는 한국이 하고 있는 이런 방식이 더 널리 퍼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스라엘의 오만함과 미국의 금수 조치, 그리고 호르무즈해협에서 벌어지는 이란의 전략적 행보가 보여주듯, 세계가 단 하나의 교역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는 위험할 뿐 아니라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홍해 항로를 비롯해 다른 대안 항로들을 찾아내고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업은 비용과 난관 면에서 상상을 초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이 이스라엘, 이란, 팔레스타인 가운데 누구 편에 설지를 두고 선택해야 하는 압박 아래 있는 동안, 중동발 위기는 세계 무역에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초래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호르무즈해협은 국제 교역의 핵심 통로이며, 그 의미에서 공동으로 소유되고 운영되며, 보호돼야 할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의 인류는 아직 여러 주권 영토와 해역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새로운 상업과 운송 체계를 만들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 남중국해도 갈등과 협력의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또 다른 사례다.
한국은 동맹에 대한 약속을 지키면서도 핵잠수함 개발에 대한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모색하려는 상황이다. 북한은 상당한 해군력과 잠수함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맹국들의 적극적 투자가 국제 안보를 좌우하는 시대에, 이러한 움직임은 위험하지만 합리적인 진전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 정부는 무역과 구조적 과잉 생산능력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대응하면서도 국익을 해치지 않는 선을 잘 유지해 왔다. 지난해 가을 제시된 3,500억 달러 규모의 약속은, 융합적 접근을 실천하는 국가는 이만큼의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한국은 이 투자로 지출보다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정권별로 대중국 정책이 변했던 것으로 보든,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보든, 한국은 막강한 이웃 국가인 중국과 보다 개방적인 협력 노선을 추구함으로써 국익과 평화에서 성과를 거두어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평양과의 추가 협상에서 발을 뺀 상황에서, 중국과 함께 한반도 및 역내 안보를 강화하는 것은 평화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일본 해군 지도자들과 만나 유사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북한은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과시하기 좋아하긴 하지만, 실제 전쟁에서는 터널, 드론, 은밀한 잠수함과 같은 비대칭 전술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권위주의 국가들은 서로 협력하고 지원하며, 무기를 공유하는 데 여념이 없다. 우크라이나와 이란 관련 분쟁을 보면 이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한국의 융합적 잠재력은 특정 진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인 이성의 산물에 가깝다. 오래전부터 한국은 중국, 일본,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의 권력과 영향력의 흐름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장기적 국익을 지켜왔다. 더 강한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신중한 행동을 이어나간 덕에 선진 민주국가이자 독립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고, 중립적 협력자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혜를 바탕으로 한 융합적 접근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앞으로도 중요한 정책 틀이 될 것이다.

버나드 로언 시카고주립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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