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폐수 대란] ① 17명 채용하고 전임자에 ‘SOS’⋯포천시 폐수 행정의 파산

이광덕 기자 2026. 4. 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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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날린 110분 뒷북 대응과 신규 인력 무능
당진서 전임 소장 호출한 포천시 공공위탁의 굴욕
숙련도 무시한 막무가내 인사가 부른 예견된 참사
▲ 지난 23일 포천 장자산업단지 폐수처리장 지하 기계실이 역류한 오폐수로 가득 차 아수라장이 되어 있다. 이날 발생한 기계 고장과 초동 대처 미흡으로 핵심 설비들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사진제공=제보자

포천시가 '공공성 강화'와 '효율적 관리'를 내세워 추진한 장자산업단지 공공폐수처리시설의 위탁 운영권 환수가 시행 4개월 만에 처참한 '행정 파산'을 맞았다.

포천도시공사는 운영권을 넘겨받으며 17명의 인력을 대거 신규 채용했지만, 정작 실전 위기 상황에서 이들은 무용지물이었다. 시는 결국 자신들이 내쫓았던 민간 전문가에게 고개를 숙이고 긴급 수혈을 요청하는 굴욕적인 촌극을 빚으며 사태를 수습했다.

3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은 지난 23일 낮 12시 10분쯤 발생했다. 산단 내 모든 폐수를 정화하는 심장부인 '디캔터(상등수 배출장치)' 3개가 연쇄적으로 고장을 일으켰다. 기계가 멈춰 서자 처리되지 못한 오폐수가 역류하며 월류(Overflow) 현상이 발생했고, 수천 톤의 폐수가 인근 포천천으로 쏟아질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쳤다.

그러나 현장을 책임진 도시공사의 대응은 무능 그 자체였다. 주무 부서인 포천시 환경지도과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타난 것은 사고 보고 후 110분이 지난 오후 2시였으며, 도시공사 인력들 역시 사고 발생 80분간 매뉴얼조차 숙지하지 못한 채 현장에서 갈팡질팡하며 초동 조치의 골든타임을 허무하게 날렸다.

자체 인력으로 복구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자, 시는 결국 위수탁 업체 변경으로 현장을 떠났던 전임 운영사 관계자 A씨를 당진에서 긴급 호출했다. 사고 이튿날인 24일, 현 직장에서 연차까지 내고 현장으로 달려온 A씨가 목격한 광경은 아수라장이었다. 지하 2층 기계실은 이미 침수되어 핵심 펌프 모터들이 모두 타버린 상태였다.

A씨는 "숙련된 기술자라면 제어 시스템(HMI) 상의 수치만 보고도 즉각 알아차려 하루면 복구했을 사안이었다"며 "신규 인력들이 기계 작동 원리를 몰라 판단 미스를 반복하면서, 하루면 끝날 일을 대형 사태로 키웠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신규 인력들이 업무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 일부 미숙한 점이 있었을지 모르나, 매뉴얼에 따라 최선을 다해 대응했다"며 "전임 소장을 부른 것도 기술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협조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는 현장의 숙련도를 무시하고 '머릿수'만 채운 포천시의 막무가내식 인사가 부른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다. 도시공사는 기존 운영 인력 14명 중 단 1명만 고용 승계했을 뿐, 나머지는 해당 시설의 공정을 숙지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신규 인력들로 채웠다. 현장의 전문성을 간과한 채 단행된 인적 구성이 결국 위기 대응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17명의 신규 인력이 손도 대지 못한 현장을 시가 내보냈던 전문가 단 1명이 수습한 이번 사건은, 포천시 폐수 행정이 얼마나 위태로운 모래성 위에 서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숙련된 기술 인력을 배제한 채 추진된 '무늬만 공공위탁'이 빚어낸 행정 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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