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잘 못 맡는 어르신, 신체 기능 떨어졌다는 증거”

이지원 2026. 4. 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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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등 공동연구팀
65세 이상 노인 5474명 조사·검사 결과
후각식별 장애와 운동기능 저하 연관성
4m 보행시간, 평지 보행속도 검사 유용
노인층이 후각이 떨어지면 신체균형·근력·민첩성 등 신체 기능이 떨어진 것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노인 부부가 꽃을 살펴보며 향기를 맡아보는 장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인들은 냄새를 맡는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주로 노화로 후각 신경과 수용체가 악화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코막힘이 심해지는 만성비염·부비동염(축농증) 같은 이비인후과 질환이나 치매·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후각 기능이 떨어지면 주방에서 음식이 타는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힘들다. 상한 냄새가 나는 음식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섭취해 배탈이 나는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이비인후과를 찾아 원인을 파악해 약물 치료를 받거나 심할 경우 후각 재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후각기능 저하되면 균형감각·걸음·악력 떨어져

그런데 냄새를 맡는 기능이 떨어진 노인은 신체 운동 기능도 저하된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대의 길링스 글로벌 보건대학원과 미시간 주립대 의대 역학 및 보건통계학과, 시카고대 이비인후과-두경부 외과교실 등이 65세 이상 노인 5474명(평균 연령 75.3세)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한 결과다. 연구 결과를 담은 '후각 식별 기능 장애와 노년층의 신체 기능 저하(Dysfunction in Olfactory Identification and Physical Function Decline in Older Adults)'라는 논문은 미국의학협회지-이비인후과 두경부외과에 지난달 게재됐다.

후각기능, 운동기능이 저하 노년층 식별에 활용 가능

조사 결과 후각 기능이 떨어지는 집단은 기능이 상대적으로 좋은 집단에 비해 균형감각과 하체 근력, 걷는 속도, 악력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신체 기능이 매년 감소하는 속도도 더 빠른 것으로 파악됐다. 결과적으로 노년층의 후각 기능 저하는 신체 기능 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노인의 후각 기능 저하는 걷다가 자주 넘어지거나 의자에서 일어나기가 힘들 정도로 근력이 떨어지는 등 신체 운동 기능이 저하된 노년층을 식별하는 데 임상적으로 유용할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앞으로 후각 기능 장애와 기능적 노화가 왜 연결되는 지를 생물학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사 대상자의 후각 기능은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후각 평가 도구인 '스니핀 스틱 후각 식별 검사'로 판정했다. 계피·커피·생선 등 특정 향이 나는 펠트펜(사인펜이나 마커처럼 압축된 섬유에 내장된 잉크 등 액체를 흘려보내는 도구)을 이용해 후각의 역치나, 변별력, 식별 능력을 평가했다. 본디 이비인후과나 신경과에서 후각 상실증이나 후각 저하증, 정상 후각을 진단할 때 사용한다.

검사는 펠트펜을 피검자의 콧구멍 2cm 앞에 3초 동안 댄 다음 제시된 냄새 선택지 중의 하나를 골라 표기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12가지 항목의 향기에 대해 후각 검사를 하고 이를 인지한 결과에 따라 0-12점의 점수를 매긴 뒤 이를 좋음(11-12점), 중간(9-10점), 나쁨(0-8점)으로 각각 나눴다.

4m 보행 소요 시간과 평지 보행속도로 신체기능 검사

평소 보행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면 근골격계, 신경계 등 다양한 신체 시스템의 기능이 저하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는 입원 가능성, 낙상 위험, 인지 기능 저하, 사망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지표의 하나다. 사진은 노인 부부의 산책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체 기능검사는 가정 등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간단하게 실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용성이 뛰어나다. 검사 대상자들은 후각 검사와 함께 신체 기능검사도 받았다. 신체 기능검사는 균형잡고 서기, 4m 보행시간과 평지 보행속도,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서기, 악력 등의 검사로 이뤄졌다.

4m 보행시간 검사는 노인의 기능적 이동성을 측정하고 사망이나 낙상 같은 건강 관련 사건을 예측하기 위해 고안된 단거리 표준화 검사다. 4m를 걷는 데 평균 3.57초가 걸린다면 정상 속도로 간주된다. 5초 이상 걸리면 근력에 문제가 있어 낙상 위험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검사는 노인의 기능적 신체 능력과 삶의 질을 판단하거나 예측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평지 보행속도 검사는 근골격계, 신경계 등 다양한 신체 시스템의 기능을 반영하며 입원 가능성, 낙상 위험, 인지 기능 저하, 사망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지표의 하나다. 속도가 초속 0.8m 이하이면 '노쇠 위험 증가'로, 1.0m 이상이면 '독립적인 보행 능력을 갖춲으며 대체로 건강'으로, 1.2m 이상이면 '보행 안전성이 높은 수준'으로 각각 판단했다.

이 검사는 피검자에게 "편안한 속도로 걸으세요"라고 부탁하면서 시작된다. 시작 신호부터 발이 처음으로 10m 떨어진 목표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한다. 이를 3회 반복해 평균값을 낸다.

4m 보행 소요 시간과 평지 보행속도는 가정이나 아파트·주택가 공터에서 줄자와 초시계만 있으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어르신이나 본인의 신체 기능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이번 연구는 노년층이 냄새를 제대로 못 맡으면 신체 기능 떨어진 증거라는 사실을 알려줌과 동시에 가정에서 신체 기능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알려준다. 물론 이 검사를 통해서는 대략적인 것만 확인할 수 있어, 정확한 건강상태나 신체 기능상태 확인은 의료인을 통해야 한다.

이지원 기자 (ljw316@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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