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인보사 그늘서 9년, '꿈의 항암제' 국산 세포치료제 다시 기지개

#큐로셀, ‘국산 1호 CAR-T’ 림카토주 승인
큐로셀은 지난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CAR-T 치료제 ‘림카토주’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림카토주는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 세포 림프종(DLBCL) 및 원발성 종격동 거대 B 세포 림프종(PMBCL)이라는 성인 대상 희귀질환 치료제로 국산 42호 신약에 이름을 올렸다.
CAR-T 치료제는 암 환자 혈액에서 채취한 T세포(면역세포)에 암세포만 표적 공격하도록 유전자 조작한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을 장착 후 이를 대량 배양해 다시 환자 몸에 넣어 종양을 사멸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1회 투여만으로도 말기 혈액암 환자에서 완치에 가까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치료제다.
다만 제조 공정이 매우 까다롭고 1회 투약 비용이 수억 원에 이른다. 림카토주에 앞서 2021년 3월 식약처 승인을 받은 노바티스의 킴리아주의 1회 투약 급여 상한금액은 3억 6000만 원이 넘는다. 환자는 건강보험 산정특례(본인부담금 5%) 및 본인부담상한제 덕분에 최대 약 600만 원 정도만 부담하면 되지만 나머지는 국가가 충당해야 해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이 크다.
림카토주의 승인은 이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후발주자인 림카토주의 약가가 킴리아주를 넘지 않는 3억 2000만~3억 6000만 원에 형성될 것으로 본다. 림카토주를 승인한 식약처도 고가의 해외 수입 제품에만 의존하던 CAR-T 치료제를 국내 기술로 직접 생산·공급할 수 있게 된 만큼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들에게 안정적인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림카토주는 킴리아주,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주’와 동등 이상의 치료 효과와 현저히 낮은 부작용을 보여 업계와 환자들의 기대가 크다. 유럽혈액학회(EHA) 발표자료와 큐로셀 등에 따르면 림카토주의 CR(완전 관해율)은 67%로 킴리아주 40%, 예스카타주 54%보다 높다. ORR(객관적 반응률)은 75%로 예스카타주 83%보다는 낮지만, 킴리아주 52%보다는 높다. 안전성 지표에서도 우수한 경쟁력을 보였다. CAR-T 치료제의 대표적 부작용인 3등급 이상의 중증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 발생률은 림카토주가 9%로, 킴리아주 22%, 예스카타주 11%보다 낮았다. 뇌와 신경계 이상 중증도도 림카토주 투여군은 4%에 그친 반면, 킴리아주는 12%, 예스카타주는 33%로 나타났다.
#바이젠셀-여의도성모병원, 개정 첨생법 ‘1호’ 승인
바이젠셀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적용 1호 기업이 됐다. 지난 23일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이 완전관해 이후 재발 가능성이 높은 EBV(에프스타인-바 바이러스) 양성 림프절 외 NK/T세포 림프종 환자 15명 치료를 위해 보건복지부에 신청한 첨단재생의료 치료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중증·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 등에게 정식 품목허가 전에도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정된 첨생법이 시행된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첫 첨단재생의료 치료 승인 사례가 나온 것이다.
여의도성모병원이 첨단재생의료 치료에 활용할 치료제는 바이젠셀의 ‘VT-EBV-N‘이다. VT-EBV-N은 바이러스의 일종인 EBV의 핵심 항원을 인식하는 자가 혈액 유래 항원특이적 T세포 치료제다. 바이젠셀은 임상 2상 시험을 통해 1차 평가지표인 2년 무진행 생존율 개선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고 조건부 허가 신청 및 기술수출을 준비 중이다.

#규제 빙하기 뚫은 K-세포치료제
림카토주의 승인과 첨생법에 근거한 VT-EBV-N의 첨단재생의료 치료 사용은 국내 세포치료제 업계에 단비와도 같다. 지난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태를 시작으로, 2019년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주)’의 성분 뒤바뀜 사태로 세포치료제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이로 인해 식약처 심사가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고, 2017년 인보사주 이후 9년 동안 국산 세포치료제가 승인된 일이 없었다. 2023년 네이처셀의 중증 무릎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조인트스템‘은 임상적 유의성 부족 등을 이유로 식약처로부터 승인 반려 처분을 받았다.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 등 자본시장도 세포치료제에 대한 규제 리스크를 우려해 투자에 소극적이 됐다. 그런 탓에 국내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들은 연구개발(R&D) 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까다로운 규제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이 기간 노바티스, 길리어드 등 글로벌 제약사의 세포치료제는 잇달아 승인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연이은 쾌거를 계기로 세포치료제 연구개발이 활기를 띠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국내 성과를 바탕으로 기술수출이나 해외 파트너링 등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독한 규제의 겨울을 견딘 만큼 향후 국내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을 향한 관심과 투자가 이어져 세포치료제가 K-바이오의 또다른 무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영찬 기자(chan111@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