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역차별, 미국선 차별…‘동일인 논란’엔 늘 쿠팡 있었다
쿠팡이 꺼내든 차별 논란…美 일각 차별 대우 인식 속 통상 갈등 우려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쿠팡이 김범석 쿠팡Inc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한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과거에는 쿠팡만 동일인 지정에서 예외로 인정되며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번에는 쿠팡 측이 해당 조치가 외국계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며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친족 경영 참여 여부가 결론 바꿔
쿠팡은 지난 29일 공정위가 지난 29일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자 행정소송을 예고하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대한민국 대기업집단 제도에서 특정 기업의 동일인 지정을 둘러싸고 이처럼 장기간 논란이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논란의 시작점은 쿠팡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편입하면서, 실질적 지배자인 김 의장이 미국 국적 해외 거주자라는 점을 들어 그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고 판단,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법인이 동일인일 경우 대기업집단의 규제 수위는 자연인 지정 시보다 현저히 낮아진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등은 동일인이 자연인인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을 역차별한다는 비판이 나온 이후 공정위는 제도 개편 연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고, 2023년부터 시행령 개정 작업을 본격화했다. 공정위는 2024년부터 외국인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으나, 동시에 예외 요건을 담았다.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 법인 지정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쿠팡은 예외 조건을 충족했다는 이유로 동일인 지정에서 예외 사례가 됐다.
외국인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쿠팡이 예외 사례로 남게 되자,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당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 조치는 '쿠팡 특혜' 시행령이자 재벌 대기업집단 규제를 포기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판을 바꾼 건 '친족의 경영 참여' 여부였다. 공정위는 최근 조사 과정에서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씨의 경영 참여 정황을 포착하고, 예외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 쿠팡 동일인이 김 의장 개인으로 변경되면서 쿠팡도 엄격한 '총수 규제' 사정권에 들어오게 됐다. 해외 계열사 공시 의무도 새롭게 부과되는 등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감시도 강화될 전망이다.

"한미 FTA 최혜국 대우 의무 위반 등 가능성"
이번에는 쿠팡이 차별을 주장하고 나섰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요구하는 각종 공시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동일인 지정이 이중규제에 해당하며, 타 외국 기업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 '차별적 조치'라고 반발했다. 쿠팡은 "김 의장의 동생은 공정거래법상 임원이 아니며, 한국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안은 한미 통상 갈등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미국 정치계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대우를 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실제로 미국 연방 하원 공화당 의원 54명은 최근 한국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쿠팡 등 한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쿠팡 관련 각종 조사와 규제가 미국 기업에 대한 과도한 압박이라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플랫폼·데이터 규제 전반 내용도 통상 이슈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동일인 지정 제도 자체도 글로벌 통상 규범 위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커졌다. 쿠팡은 앞서 시민단체가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한 데 대해 "쿠팡에 대한 동일인 지정을 하면 제3국에 비해 미국을 불리하게 취급하는 한미 FTA 최혜국 대우 의무 위반 가능성 등이 존재한다"며 "외국계 기업에 대한 형평성 논란과 함께 중장기적인 외국 자본 유치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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