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사고나면 독박 책임…부담돼서 수학여행 못가”

광주일보 2026. 4. 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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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초교 숙박형 수학여행 ‘반토막’…체험학습 기피 심각
교사들 “법 개정 우선” vs 학부모 “무책임한 교육 방임” 갈등
/AI생성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교사들의 소풍·수학여행 기피 현상에 대한 우려를 밝힌 것과 관련, 올해 광주 지역 초등학교 숙박형 수학여행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고 걱정한 것처럼 수학여행 실시 학교 수는 지난해에 견줘 ‘반토막’이 났다.

교사의 면책권 강화를 위한 법령 정비, 보조인력 배치 확대, 체험학습 업무 경감 및 지원 확대, 매뉴얼 간소화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관내 155개 초등학교 중 올해 숙박형 수학여행을 실시하는 학교는 76곳에 그쳤다. 지난해 140곳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아직 수학여행 실시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학교는 19곳인데, 이들 모두 수학여행을 진행하더라도 총 95곳으로 지난해보다 45곳 감소하는 셈이다.

현장체험학습 역시 지난해 124곳이 실시한 것에 비해 올해는 99곳에서만 실시하기로 했다. 수학여행과 현장체험학습 둘 다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학교는 24곳에 달한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올해 중학교 91곳 중 90곳, 고등학교 68곳 중 66곳이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요새 소풍도 잘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간다고 한다.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 아닌가”라며 “단체 수업, 활동에 문제가 있으면 교정하고 안전 문제면 비용을 지원해 안전요원을 보강하든지, 선생님 수업이나 관리에 부담이 생기면 인력 추가 채용해 데리고 가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일선 교사들은 단순히 안전요원이나 인력을 보강하는 식으로는 기피 현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전요원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결국 최종 책임은 교사가 져야 한다는 점에서다.

교사들은 지난 지난 2022년 11월 강원 속초 테마파크에서 현장체험학습 중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진 사건을 예로 들고 있다. 해당 사고로 숨진 초등학생의 담임교사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광주시 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는 “아이들한테 좋은 거 많이 보여주고 싶고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지만, 모든 책임이 교사한테 돌아가는 구조는 교사에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주시 북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B씨도 “안전 요원 좀 붙인다고 사고가 안나는 것도 아니고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교사가 무거운 책임을 지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 교사들 사이 중론”이라고 밝혔다.

교원단체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이 문제의 본질은 안전요원이 몇 명이냐가 아니고 교사가 책임을 피하려는 것도 아니다”며 “누구도 완전히 예측할 수 없는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형사처벌로 돌아오는 현실이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교사들이 학습 현장에서 학생들을 책임져야 할 보호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사들이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을 책임 지기 싫다고 평생 기억에 남을 수학여행을 취소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교육활동 중 학생들의 보호자로서 책임을 가질 수 있는 주체가 교사 말고 누가 있느냐는 것이다.

학부모 C(38)씨는 “어릴 때 소풍가서 간식 먹고 수학여행 가서 친구들이랑 밤새 수다떨다가 잠든게 가장 선명한 기억 중 하나인데 내 아이가 그런 기억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암울한 일”이라며 “지금 모습들을 보면 방관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교사의 책임을 분산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안전하고 교육적인 현장체험학습 운영·지원을 위한 법적 제도화 방안 연구’에서 “체험학습 기피 현상을 줄이려면 학교의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해관계자 심층조사를 거쳐 교원, 학부모, 교육청 관계자 등이 ‘교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고 합의한 경우,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해 준다는 법 조항을 명문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또 교육지원청 단위로 현장체험학습 관련 행정 업무를 대행하는 현장체험학습 통합지원센터를 구축하는 안, 안전관리 역량을 갖춘 민간 업체를 선별하는 ‘전문기관 등록제’를 시행하는 안,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과 민간 배상 책임보험을 연계하는 안 등을 내놨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전사고로부터 교사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구체적인 개정 법령 및 내용은 현장 의견수렴 및 법률 검토, 국회와의 논의 등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준원 기자 jwpak2@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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